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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헤드 - Sage Music Center

키워드로 풀어보는 예술, 예술가, 그리고 삶

by 여운

게이츠헤드 이야기 1

- 세이지음악당과 북방의 천사


2004년 영국 게이츠헤드 타인강가에 너무나도 독특한 건축물이 하나 생겼습니다.

Sage Music Center. 우리에게는 세이지 음악당으로 알려진 곳,

노먼 포스터 (Norman Foster)의 작품으로 알려진 유리로 만든 공연장.



멀리서 보면 달팽이를 닮았기도 한 이 건물은 소라고둥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합니다.

독특한 모양의 유리 외벽 속에는 별도의 공연장 건물이 들어서 있습니다. 이 건물은 발틱 현대미술관 그리고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밀레니엄 브리지 일명 윙크 브릿지와 함께 게이츠헤드시를 창조도시의 전형으로 알리는데 한몫을 하였습니다.


독특한 조형물은 주위의 경관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건축물로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공연장이 특별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이 극장 역시 주민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이 극장의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


세이지 음악당을 소개하던 가이드는 1,700석 규모의 잘빠진 대극장, 그리고 다용도로 만들어져 무대 후면까지도 열리는 중극장을 소개할 때보다. 극장 지하를 가이드할 때 자긍심이 극에 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하의 곳곳은 주민들의 문화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한 작은 연습실들이 수도 없이 들어서 있었고, 그 규모는 대, 소공연장의 크기보다 주민들의 연습장 세미나실들 커뮤니티 공간의 면적이 더 넓었습니다.


세이지 음악당의 로비 정면에 보이는 곳이 대극장이다

수십 개의 할아버지 할머니 밴드의 연습실이 있었고 아이들의 음악 연습실과 크고 작은 방마다 드럼과 엠프들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지역주민들은 누구나 밴드를 만들고 연습하는 장소로 세이지 음악당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극장에서 제공하는 수십 가지의 문화프로그램을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외부의 초청공연들보다도 음악을 직접 경험하는 이 프로그램들을 더욱더 좋아한다고 합니다.


인근에 낡은 시청사는 문화공간으로 개조되어 주말마다 간단한 맥주와 함께 이 아마추어 밴드들이 준비한 연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구, 시청사를 문화공간으로 활용 지역주민들은 이곳에서 공연을 즐기고 있다.


세이지 음악당은 외부 초청 공연보다도
주민들의 참여와 예술체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게이츠 헤드 시는 어느 날 밀레니엄 프로젝트와 함께

북방의 천사와 발틱 현대미술관 세이지 음악당과 윙크 브릿지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닙니다


창조도시의 전형으로 늘 소개되는 게이츠 헤드 시는

그 보다 더 오랜 시간.

공장과 탄광이 버리고 간 그 자리를

수십 년간 예술로 되살리려는 선험적 노력들이 있었습니다.


북방의 천사가 들어 서기 십여 년 전부터

시와 주민들은 설치미술품들을 그 언덕에 전시 하기 시작했고,

예술로 그곳을 되살리려는 노력들은, 세월이 흘러

초현대적인 세이지 음악당까지 만들어내었습니다.


타인강가에 버려진 폐선박으로 만든 '북방의 천사'조형물은

처음에는 중성적 이미지와 거대한 고철더미라는 인상으로 인해

주민들로부터 외면당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과 시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생활 속으로 끌어 들어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어느 해, 연고지 프로축구팀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리그 결승에 올랐을 때

'북방의 천사'에게 팀 유니폼을 입혀 주민들과의 거리감을 좁히기도 했습니다.


북방의 천사 아래에서 축구를 즐기는 아이들. 예술과 일상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게이츠헤드 시와 주민들은
적어도 10여 년 이상의 세월을
버려진 도시를 살리기 위해 함께 노력했습니다.



이 사례의 중심에는

세이지 음악당에서 모여 밴드를 연습하고 주말에

낡은 구청사에 모여 맥주와 함께 연주를 즐기는

예술을 아는 주민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이츠헤드를 상징하는 조형물 '북방의 천사'


현대적 조형물 세이지 음악당은 그 뒤편에 아직도 자리 잡고 있는 낡은 구청사의 공연장이 같이 공존하기 때문에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게 과거와 현재 혹은 창조와 재생이 선순환 하기에 랜드마크에 그치지 않고 창조도시의 사례로 불리는 것입니다.


재생, 창조도시

그 모든 것에는 참여하는 주민이 있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모르는

많은 시간들이

쌓여 있습니다.


창조도시를 개발하고 도심재생을 건설하려는 아주 멍청한 공무원과 그에 기생하는 나쁜 예술가 혹은 학자들이 우리나라에 아주 많다는 것이 가슴 아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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