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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템즈강의 남쪽 지역은 산업혁명 당시 공장과 빈민가가 어우러진 최악의 낙후된 지역이었습니다.
영화‘올리버 트위스트“의 배경을 떠올리면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국 역시 산업화의 시기를 겪으면서 도심을 차지하던 공장지대들이 점점 시의 외곽이나 주변부로 옮겨 가면서 템즈강 주변은 상업과 주거의 중심지로 떠오릅니다.
바로 이곳에 주민자치단체인 코인스트리트 커뮤니티 빌더스(CSCB, Coin Street Community Builders)가 있습니다. 이들은 70년대 중반 거세게 불어 닥친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개발 열풍을 10여 년에 걸쳐 주민들이 온몸으로 막아내고 온갖 자본의 횡포를 이겨내며 마침내 건설회사들을 철수시키고 비영리 마을 만들기 사업체를 구성해 낸 사례입니다.
험난한 싸움을 통해 런던 시로부터 저렴하게 부지를 매입하고 임대주택, 공원, 산책로 등 공공시설을 개발하고 낙후된 시설들을 리모델링하여 수익시설로 만들어 냈습니다.
소호 패션매장들이 많이 입주 해 있는 옥소 빌딩을 비롯한 상업지구를 관리하고 주민공동체의 주거단지와 문화공간을 확보한 유래를 찾기 힘든 지역입니다.
이것이 가능하게 되었던 것은 토지이용의 비영리화를 통해 무분별한 개발을 제한하는 등 주민 사업체의 현명한 대체가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이 모든 일의 진행 과정이 커뮤니티의 수호와 커뮤니티의 활성화가 가장 중요한 원칙이었기 때문입니다.
커뮤니티의 수호와 활성화가 가장 중요한 원칙
현재 이 곳은 가장 살기 좋은 마을로 주민 스스로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합니다.
개발 혹은 재생이라는 현상이 아니라, 커뮤니티가 가장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민간개발업자 그리고 런던 시당국과 지루한 싸움을 거쳐 커뮤니티와 마을을 지켜낸 모범 사례인 것입니다.
토지대가 올라가든 내려가든, 집값이 변동이 되든 말든 언제나 이곳을 지키는 공동체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공동체가 더욱 살기 좋도록 서로 돕고 서로를 지키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이곳 역시 많은 도심재생을 공부하는 한국의 학자들과 건축학자들, 숱한 문화예술인들이 다녀 갔습니다.
사회복지의 대표적인 사례인 동시에 예술행정가들에게도 동일한 사례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 역시 도심재생의 성공사례 정도로 읽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 과정에 담긴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자본과 개발에 맞서 싸워온 10여 년의 세월과 내용들을 읽어야 합니다.
코인 커뮤니티 빌더스는 주민들이 자본과 맞서 생명을 지켜내고 공동체를 수호한 사례이지 낙후된 도심을 재생한 사례는 절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많은 경우 해외 사례의 일면만을 우리에게 적용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습니다. 모든 성공한 사례는 결과에 있지 않고 과정에 있습니다. 코인 커뮤니티 빌더스는 과정의 승리입니다
개발하지 않은 곳에 재생은 있을 수 없습니다.
코인스트리트 커뮤니티 빌더스는 개발을 거부한 사례입니다.
도심재생이란 말이
길가에 쓰레기처럼 나부끼는 시절입니다.
재생 혹은 도심재생이란 말은
개발의 끝에 버려진
이용당하고 버려진 삶의 끝자락을
새로운 생명으로 회복시켜주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재생은
자발성, 주민 스스로의 공동체 의식이 근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모든 재생 사업은
재생의 탈을 쓴
또 다른 개발일 뿐입니다.
재생은
생명을 다룹니다.
재생은
개발이 쓰다가 버리고 간 자리에
마지막 남은 체온을
후후 불어 살리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