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스크래치 (Battersea Arts Centre)

키워드로 풀어보는 예술, 예술가, 그리고 삶

by 여운


영국 런던의 서쪽 지역 바터시. 낡은 시청 청사에 “바터시 아트센터(Battersea Arts Centre)”가 있습니다.

이곳은 뮤지컬을 인큐베이팅하는 기관입니다. 전 세계의 뮤지컬 연출 지망가를 대상으로 공모를 받아 선정된 예비작가를 바터시 아트센터로 초청하여 길게는 수년에 걸쳐 작품을 제작하고 초연하는 과정 까지를 지원하는 일을 합니다.


뮤지컬 제프 스프링어 디오페라(Jerry Springer-The Opera)가 탄생한 곳이기도 합니다.


DAvid Wenham as Jerry springer, chorus. credit James Morgan.jpg Jerry Springer-The Opera


곳의 예술감독은 자신들은 “스크래치”라는 방법으로 작가와 주민들이 협업하여 작품을 만들어 간다고 설명합니다.


스크래치. 흠집


우선 인큐베이팅 작가로 선정이 되면 정기적으로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작품 품평자들에게 자신이 제작 중인 작품의 제작 과정을 공개하고 품평을 받습니다. 품평자로 참가하는 사람들의 구성은 바터시 지역의 교사와 주부 등 다양한 소시민들이며, 그들은 정기적으로 젊은 신예 작가가 제작 중인 작품에 날카로운 메스질을 거침없이 합니다. 그리고 작가는 또다시 작품을 손질하고 다시 주민들에게 내어 놓고 또다시 스크래치를 당하는 끝없는 반복과 인고를 견녀내며 수개월 혹은 수년에 걸쳐 작품을 교정해 나갑니다.


스크래치는 이러한 지역주민과 작가 사이에 일어나는 작업의 기법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결국 지역주민의 구체적인 관여와 관심을 반영하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 작가에게 필요한 체류비와 일체의 경비를 아트센터는 감당을 합니다.


다운로드.png 바터시 아트센터의 예술감독, 스크래치 기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곳은 몇 가지 질문을 우리에게 던집니다.


왜 지역문화센터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뮤지컬 작가들을 발굴 지원하는 일을 하는 것일까?

또한, 스크래치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주민의 '작가에 대한 개입'은 과연 올바른 방법인가?

이 과정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무엇을 보상을 받는 것일까 하는 질문들.


분명한 것은 본인이 관여하고 수년에 걸쳐 만들어진 작품은 신예작가의 작품만이 아니고 참여한 주민들의 자긍심과 문화적 자부심이 될 것임에는 분명합니다.

작가를 지원하여 작품을 만드는 일차원적인 성과도 중요하지만 , 작가의 제작 과정에 구체적으로 참여하는 기회는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아닙니다. 바터시 아트센터는 뮤지컬 작가들의 작품의 창작과정에 지역주민 들을 직접적으로 참여시키는 방법을 만들어 냈고 바터시의 주민들은 아트센터의 뮤지컬 제작지원 사업에 참여 함으로써 예술의 주체로 자리 잡는 엄청난 행복을 누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터시 아트센터는 작품의 제작과정을 통해 예술의 주체가 작가뿐만이 아니라 지역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직접적인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중앙집중의 압축성장시대를 지나며 우리나라의 예술은 예술가와 향유자를 더더욱 극단적으로 갈라놓고 있습니다. 예술의 향유 역시 교육을 받아야 누릴 수 있다는 자기 검열을 하며 예술은 공동체와 더더욱 멀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공공기관을 통해 공동체가 구체적으로 예술의 주체가 되어 행복해지는 방법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로 바터시 아트센터를 기억하고자 합니다. 바터시 아트센터는 뮤지컬 제작의 과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주민들에게 예술의 주체로 서게 해주는 가장 본질적인 과정을 현실화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수많은 도시들이 뮤지컬의 도시를 표방하고 예술의 도시를 표방합니다. 수많은 공공자산을 들여 뮤지컬 축제를 만들기도 하고 유수한 작품들을 초청하여 지역 주민들과 나누고자 하기도 합니다.

과연, 이런 방식이 뮤지컬의 도시, 뮤지컬을 향유하는 지역주민들이 되는 길이 맞는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바터시 아트센터는 가장 예술다운 방법으로 주민들을 진짜 예술가의 반열로 올려 세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7696_18667_5317.jpg 낡은 시청사옥을 뮤지컬의 산실로 만든 바터시 아트센터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소시민들은 예술을 시혜받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의 주체로 서고 싶어 합니다.

공공기관과 예술가, 예술행정가들을 그들에게 바터시 아트센터와 같이 구체적으로 예술에 참여하는 길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모두가 예술의 주인이 되는 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keyword
이전 10화게이츠헤드  - Sage Music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