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으로 자동차 관리 괜찮을까?
고물가 시대, 많은 운전자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생활용품을 활용한 자동차 관리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치약으로 도장면을 닦거나 레몬으로 헤드라이트를 청소하는 등의 방법은 저렴하고 간편하다는 장점 때문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식이 일시적인 효과만 줄 뿐, 장기적으로는 차량 손상과 높은 수리비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흔히 알려진 방법 중 하나는 뿌옇게 변한 헤드라이트를 레몬즙과 베이킹소다로 닦아내는 것이다.
실제로 베이킹소다의 입자가 연마제 역할을 하고 레몬의 구연산이 오염물을 녹여내면서 투명해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헤드라이트 표면의 UV 코팅층을 벗겨내는 행위와 다름없다.
최신 차량의 헤드라이트는 자외선 차단을 위해 보호막이 입혀져 있는데, 이를 제거하면 단기간에는 깨끗해 보이지만 황변 현상이 훨씬 빠르게 진행된다.
결국 보호층을 잃은 헤드라이트는 몇 개월 만에 다시 뿌옇게 변하며, 복원 비용도 크게 늘어난다.
차량 도장면의 얕은 스크래치를 치약으로 지운다는 팁 역시 널리 퍼져 있다. 치약의 연마 성분이 클리어코트(투명 보호막)를 갈아내면서 흠집을 덜 보이게 하는 원리이지만, 이는 위험한 방식이다.
치약의 연마도(RDA 수치)는 제품별로 차이가 크기 때문에 지나치게 강한 제품을 사용할 경우 도장면에 수많은 미세 흠집, 이른바 ‘스월마크’를 남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아주 얕은 흠집에 한해 응급처치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정밀하게 입자 크기가 제어된 자동차 전용 컴파운트를 쓰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비 오는 날 감자 단면을 유리창에 문지르면 빗물이 맺히지 않는다는 방법도 오래전부터 전해져 왔다. 이는 감자 전분이 유리 표면에 얇은 막을 형성해 물방울이 흘러내리도록 돕는 원리다.
하지만 효과는 매우 짧고, 비가 멈춘 뒤에는 전분이 말라붙어 하얀 자국과 끈적임을 남기면서 오히려 시야를 방해할 수 있다.
폭우 속에서 급하게 활용할 수는 있으나, 유막 제거 후 자동차 전용 발수 코팅제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 운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대시보드에 바세린을 바르면 광택이 나고 먼지가 덜 붙는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내장재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바세린의 유분은 먼지를 더 끌어모으고, 고온과 자외선에 노출되면 일부 플라스틱 소재를 변색·변질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내장재 관리에는 반드시 전용 보호제를 사용해 신차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동차 관리 전문가들은 생활용품을 활용한 방법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응급처치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특히 헤드라이트, 도장면, 유리창, 내장재는 차량의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 부위이므로 잘못된 관리법은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의 수리비를 불러올 수 있다.
생활용품을 이용한 자동차 관리법은 겉보기에는 간단하고 경제적인 선택처럼 보이지만,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차량을 해칠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많다.
작은 절약이 큰 손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검증된 자동차 전용 제품과 정기적인 전문가 관리가 최선의 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