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떠나간 자리를 스쳐갈 이들에게

떠난 자리마저 아름답기를 바라서.

안녕하세요. 플러수렴입니다.




종종 공중화장실에서 이런 문구를 볼 때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떠난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그 문구가 언제부터 제 마음에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화장실 문을 닫았다가도 다시 열어 안을 확인하거나

심지어 손을 씻다가도 문득 멈칫하며 다시 돌아가 확인하곤 합니다.

물이 덜 내려가지는 않았는지,

혹시 다음 사람이 불쾌함을 느낄 만한 요소가 남아 있진 않은지 말이에요.


이런 습관은 화장실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카페, 식당, 스터디룸이나 회의실 같은 곳에서도

저의 '다시 확인하기' 습관은 발동됩니다.


제가 사용했던 공간이 혹시나 제대로 정돈되지 않아

다음 사람이 쓰기 전에 잠시 멈칫하거나

인간에 대한 작은 회의 같은 걸 느끼지 않기를 바라서요.


너무 지저분한 공간을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인간이라면 마땅히 지켜야 할 이성과 배려심이 결여된 건 아닐까?’

그런 순간에는, 왠지 우리의 인간성과 공동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머물렀던 자리를 최대한 단정히 남기려 합니다.

누군가가 나의 흔적을 보고 마음이 무거워지지 않기를 바라면서요.


타인에게 그런 실망감을 주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공용공간뿐 아니라, 집을 떠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며칠간 집을 비울 때면 꼭 대청소를 하고 나가요.


반대로, 너무 정신없이 준비하느라

집이 너저분한 채로 현관문을 나서게 되면,

속으로 읊조립니다.

"오늘은 꼭 반드시 집에 무사히 살아 돌아오게 해주세요"


그런 날은, 문득문득 집의 너저분한 모습을 떠올리며

길을 걸을 때나 운전을 할 때 더 조심하고 주변을 살피게 됩니다.

아마도 삶의 정돈되지 않은 부분을 남기고 죽고 싶지 않다는 무의식적인 불안의 발현일지도 모릅니다.

사히 돌아와 제 스스로 그 자리를 정리하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요.




세상을 떠난 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저는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저를 떠올렸을 때 '윽!' 하는 포인트가 하나도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제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 뒤에도,

제 공간이 지저분한 채로 세상에 발견되어

제 공간을 정리해야 하는 이들이,

나의 사랑하는 이들이

"자신의 공간과 삶을 정돈된 태도로 살아온 사람"으로 저를 기억하길 바랍니다.




지난 4월, 제 묘비명을 "결국 해냈던 사람"으로 적고 싶다는 글을 썼습니다.

처음으로 묘비명에 대해 생각해보았던 날


제가 바라는 '결국 해냈던 사람'이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몫을, 자신의 자리를, 자신의 마음을

깔끔하게 '정리해 낸 사람'이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오늘이 마지막 하루라면,

저는 제 공간을 정돈하고

고마웠던 이들에게 제 마음을 전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삶의 자리를 정돈한 채,

"아름다운 사람은 떠난 자리도 아름답습니다"라는 문구처럼,

앞으로의 삶도

"떠난 자리마저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커버 이미지 출처 및 프롬프트


사용 이미지: 커버 이미지는 **나노바나나 AI (Nano Banana AI)**를 통해 생성되었습니다. (https://aistudio.google.com/)


프롬프트: 이미지는 '정돈된 공간 속 여운'를 시각화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프롬프트를 사용하여 요청하였습니다.

<최종 프롬프트>
Prompt: A serene and minimalist interior room, illuminated by soft, diffused natural light from a window (partially visible in the top left). The main focus is a very low-profile, minimalist Japanese-style wooden floor table (chabudai), significantly low to the floor with simple, clean legs. On its center, a single, thick leather-bound notebook is closed neatly, with a single white or pale yellow chrysanthemum flower elegantly and quietly laid directly on its cover. The camera angle is a slightly high-angle shot, looking down at the table and the floor area. The background is a clean, empty wall (no chairs or other furniture). The overall aesthetic conveys profound emptiness, dignified closure, and peaceful remembrance.

Style: Photorealism, very sharp details, clean lines, warm muted tones, 8K, rendered in Unreal Engine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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