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유목민, 반복되는 뽐뿌와 실패의 패턴
안녕하세요. 플러수렴입니다.
올해가 이제 80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왜 점점 1년 1년이 더 빠르게 가는 것만 같을까요?
한 해의 끝과 새로운 해의 시작이 가까워지는 때인 만큼,
또, '그 시기'가 도래했습니다.
"다이어리 광고가 속출하는 시기"요.
좀 더 정확히는 다이어리 '사전구매'와 같은 것들 말이죠.
오늘 저는,
그 마중물을 맞아버렸습니다.
제 인스타그램 피드에
'2026년 다이어리 사전구매 할인' 릴스가 등장했거든요.
기획자가 그 다이어리를 활용해 어떻게 일상을 잘 관리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면서요.
그리고 어김없이
저는 그 릴스를 시작으로
새해에는 어떤 다이어리를 써볼까
어떤 다이어리를 살까
생각하며
'2026 다이어리'를 검색합니다.
다이어리 광고들을 보고 있으면,
'마케터들이 정말 일을 잘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처럼 '갓생을 꿈꾸지만 나의 이상적인 갓생을 살고있지는 않은' 사람들은
이 시기 즈음에
끝나가는 한 해를 아쉬워하며
새해는 더 나은 해로 보내고 싶어 하거든요.
그런 이들의 마음을 제대로 공략하는 마케팅인거죠.
그리고
저는 언제나처럼
마케터들의 의도에 순순히 낚여버리고 맙니다. ('fishing' 당하는 셈이죠. 월척이랄까요?)
새로운 형태의 다이어리가,
내가 이전에 써보지 않았던 다이어리가
"완전한 갓생을 사는 나"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헛된 믿음을 품으면서요.
결국 다이어리를 '구매하는 행위' 자체가,
새해를 잘 보낼 준비를 마쳤다는 일종의 '자기만족'이 되는 셈입니다.
'그 다이어리를 실제로 잘 쓸 것가'와는 무관하게요.
다이어리를 사면
약 50% 정도 그 기능을 활용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해는 빈 장이 좀 많고
어떤 해는 빈 장 없이 거의 매일 쓴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 다이어리 광고에서 강조했던
그 다이어리의 장점을 내가 과연 잘 활용했는가는
대체로 No인 듯해요.
각 다이어리의 구성에 따라
각 섹션별 의도와 장점이 있을텐데
그 구성을 전부 활용하지 못하고
결국은 'Todo'와 '간단한 하루 회고' 용으로만 쓰게 되는 거에요.
그럴 거면서도
또 새로운 구성의 다이어리를 보면
'혹시 이걸 쓰면 더 시간관리를 잘 할 수 있을까'
설레는 마음이 들며
살까 말까 고민하게 됩니다.
매년 다이어리를 사온 게 15년은 넘은 것 같은데
여전히 다이어리 하나의 양식에 정착하지 못하고
'다이어리 유목민'인 신세가 우습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 때는 '불렛저널'을 시도해보기도 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다이어리 양식을 직접 그리면 되니까요.
이거는 다이어리쓰기를 아예 시작조차 못하게 되는, 문제가 있더라구요.
펴자마자 끄적끄적 적어내려가지 못하고
그 구성과 틀을 내가 매번 그려야 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죠.
어느 정도의 가이드를 원하면서도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 있는...
결국, '맞춤 제작된 옷'처럼 나한테 딱 맞는 완벽한 다이어리 양식을
계속 찾아 헤매는 셈입니다.
정작 내가 '어떤 치수'를 원하는지는 제대로 재보지도 않고 말이죠.
이러한 반복되는 패턴은
그 해에 충족되지 않았던 불만족을
'그 다이어리가 나에게 꼭 맞지 않았음'이라 핑계를 돌리고
새로운 다이어리가 그 모든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그릇된 꿈' 을 가지는 것에서 기인하는 듯합니다.
어쩌면 새로운 다이어리를 사는 행위를 통해,
지난 한 해 제대로 쓰지 못한 다이어리와 미뤄진 계획들,
한 해를 온전히 만족스럽게 살아내지 못한 '죄의식'을 덜어내려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패턴의 문제점은,
새로운 다이어리를 고를 때에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에요.
실제로 그 다이어리를 사용하면서 얻는 효용성에 비해서요.
어떤 해에는, 두 종류의 다른 다이어리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둘 다 사는 '바보같은 결말'을 만들고 맙니다.
그러면 당연히 최소한 하나는 온전히 못 쓴 채로 책장에 박히게 되구요.
이 순환 고리를 끊지 못하면,
저는 매년 이맘때마다 마케터들의 가장 손쉬운 '월척'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동시에 저만의 시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채
매번 표류하면서요.
(다이어리 쇼핑에 지나치게 시간 낭비하는 것은 덤)
이 지점에서 저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과연 '완벽한 다이어리'라는 것이 존재할까?
새해에 다이어리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1년 내내 유용하게 쓰려면,
'어떤 관점'과 '어떤 원칙'을 가져야 할까?
'완벽한 다이어리'란?
존재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 다이어리를 쓰고 시간 관리의 신세계를 경험 중"이라는 사용자 리뷰들도 있지만
그 리뷰들에게조차도 그 다이어리가 100% 꼭 맞아서라기보다,
사용자가 "시간을 잘 관리하고자 하는 그 다이어리의 철학"을
열심히 실천하며 다이어리를 꾸준히 채워나갔기 때문일 거에요.
세상에 수많은 종류의 다른 구성의 다이어리들이 있고,
각각 나름의 팬층을 가진 채 팔려나간다는 사실 자체가
'완벽한 다이어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 아닐까요?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해보았습니다.
'나에게 완벽한 다이어리'를 기성상품에서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면,
'나에게 완벽한 다이어리'란 무엇인가?
그것은
내가 가장 꾸준히, 부담 없이, 나의 목적에 맞게 쓸 수 있는
최소한의 양식을 갖춘 다이어리일 것입니다.
주어진 양식이, 그려진 칸이 불충분하다면,
포스트잇을 사용해 덧붙일수도 있고
여백을 활용할 수도 있으니까요.
즉, 나에게 완벽한 다이어리는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요건 위에서 '만들어가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새해에 다이어리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1년 내내 유용하게 쓰려면,
이 '만들어가는 과정'에 필요한 '어떤 관점'과 '어떤 원칙'을 가져야 할까요?
위 질문에 답하며,
2026년 다이어리를 구매하기 전,
정리해보려 합니다.
1. 어떤 마음과 목적으로 다이어리를 써나갈 것인지 → '다이어리 실천 원칙'
2. 어떤 기준으로 '최소한의 양식을 갖춘 다이어리'를 고를 것인지 → '다이어리 구성 조건'
다이어리 장인 분들이 계시다면,
댓글로 여러분의 노하우를 나눠주시면
제가 정리하는 데에 큰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제가 위 두 가지,
1. 다이어리 실천 원칙과 2. 다이어리 구성 조건을 구체적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사용 이미지: 커버 이미지는 **나노바나나 AI (Nano Banana AI)**를 통해 생성되었습니다. (https://aistudio.google.com/)
프롬프트: 이미지는 '새로운 시작의 희망 속에서 다이어리를 고르는 모습'을 시각화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프롬프트를 사용하여 요청하였습니다.
<최종 프롬프트>
Under a bright, warm, and fantastical blue sky filled with soft sunlight, a joyful 20s-30s Asian woman (or 'a smiling young woman') is playfully reaching her hand up into the air, seemingly choosing from a cascade of diaries. A multitude of diaries in various sizes, colors, and designs (including vintage leather, modern pastels, and sparkling covers) are gently raining down and orbiting around her in a rainbow-like fashion. Subtle glitter and ethereal magical dust particles are sprinkled throughout the scene. In the background, the slogan 'NEW START WITH NEW DIARY!' glows softly like a single, elegant pastel neon sign. Style: High-resolution photograph, soft and dreamy lighting, vibrant and cheerful color palette, romantic and whimsical atmosphere, cinematic wide shot, ethereal aesthet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