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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pmage Mar 16. 2017

일상의 익숙함이 주는 힘.

월요일 아침 7시 반. 지하철을 탄다. 이미 빈 좌석은 없다. 곧 내릴 듯한 표정을 한 사람을 찾는다. 그리고 그 앞에서 서서 몇 정거장 지나 환승역에서 내리길 기대한다. 그러나 환승역이 다가오는데 그는 내릴 준비를 하지 않고 오히려 팔짱을 끼고 고개를 숙여 잠을 청한다. 그의 팔짱이 사뭇 결연하기까지 하다. 겨드랑이를 깊숙이 파고든 팔짱을 보니 묵직한 사슬처럼 느껴진다. 고개 숙인 그를 바라보며 아주 잠시 원망한다. 환승역에서 나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 둑 터진 물처럼 쏟아져 들어온다. 나는 지하철 안쪽으로 떠밀려 가다가 겨우 손을 위로 뻗어 올려 손잡이를 잡는다. 하지만 연속된 환승역 정차에 또다시 사람들이 점령군처럼 밀어닥친다. 옴짝 달짝을 할 수가 없다. 손잡이도 잡을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스마트폰을 켜고 바로 코앞의 사람과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것이다. 이 정도 불편함이면 사람들이 신음이나 거친 소리가 나올 법도 한데, 사람들은 꽤나 익숙한 듯 조용하다. 간혹 생뚱맞은 성형광고 소리가 어색함을 덜어줄 뿐이다. 불편함이 익숙해지면 견딜 수 있는 것 같다. 익숙함에는 과거의 반복된 경험을 통해서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가늠할 수 있기에 서툴지 않은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견딜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월요일 아침 출근길뿐만 아니라 그 한 주를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아마도 이런 것이 일상의 힘이 아닐까?



지하철에서 내린다. 좁은 플랫폼에 빽빽하게 들어선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으려고 몸을 바짝 세운채 빠르게 걷는다. 맹렬하게 내 뒤를 바짝 추적하는 사람들의 기세에 눌려 빨리 걸을 수밖에 없다. 그 기세는 지하철 출구에서 나와야 누그러진다. 지하철 출구 밖 날씨는 3월인데도 춥다. 코트의 옷깃을 곧추 세우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종종걸음으로 회사에 견디러 간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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