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에서 밖으로 나온 소감
1. 커피를 끊었어요.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위가 편해요. 그런데 인생은 재미가 없어요. 지음과 인스트로우를 가지 않아요. 지음사장님과는 원두얘기하면서 “사장님, 엘살바도르 원두에서 자몽향이 나요. 콜롬비아 원두에서 초콜릿향이 나요. 사장님 저 생각보다 커피 잘 내려요.” 이런 얘기를 나눴던 게 먼 기억이 됐어요. 찬장에는 원두 기름때에 전 수동 그라인더가 덩그러니 놓여있고요. 칼리타 드리퍼와 미세플라스틱 안 나온다는 필터가 있어요. 더 이상 찬장에서는 커피 향이 나지 않아요. 내게도 향이 나지 않아요.
2. 수친자가 수영에 미친 자라면서요? 네, 수영에 미쳐서 지냈죠. 9월과 10월 매일 강습을 나가고, 일요일에 연 수영장을 찾아서 킥판 등에 메고 버스 환승하면서 다녔어요. 비록 유아풀 신세지만 물속에서는 호흡 못하는 인어공주랍니다. 수영장에서 윤슬을 볼 수 있는 거 알아요? 바다는 아름답지만 바로 뛰어들 수 없어요. 수영장은 락스냄새가 진동하지만 바로 몸을 던질 수 있답니다. 만지고 감탄할 수 있어요. 수영은 그렇게 미치게 되더라고요. 물을 가질 수 있다는 그 느낌.
3. 자신 있는 반찬이 늘었어요. 특히 콩나물무침을 잘해요. 아삭하게 삶은 콩나물에 다진 마늘, 다진파를 넣어요. 고춧가루 조금, 액젓 두 스푼, 들기름 한 스푼과 참기름 한 스푼으로 마무리해요. 손으로 살살살 섞어주면 돼요. 레시피를 보지 않고 하는 반찬이 늘면 기분이 좋아요. 그 순간으로 들어가면 헤어 나오기 싫어요. 왜냐하면 제일 자신 있고 제일 예쁘고 제일 능력 있는 순간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