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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keSummer Dec 21. 2023

오빠, 고요비 보러 고요베이크샵 갈래?

사실 커피를 끊지 못했다


오빠가 11시에 출발한다고 했다. 


왜 울었을까. 성체성가를 부르는데 눈물이 났다. 생명의 양식인 나에게로 오너라

눈물 버튼이 눌렸다. 


어머님의 74년과 아버님의 79년의 세월이 합쳐져 묵직하게 다가왔다. 이전엔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 좋을 대로 해석하고 좋은 것만 편집해서 봐왔으니까. It has been like that. 그런데 가까이서 들어보니 그건 it had been like that. 변할 수 없는 대과거이며 변하는 방법을 모르는 단순과거이다. 변화할 틈을 기대할 수 있는 현재완료나 미래시제가 아니다. 양팔 저울에 그들의 인생을 놨다가 지게에 옮겨 어깨에 둘러멨다. 그리고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울기 시작했다.   

   

너무 무거워.     


무거웠다. 그리고 무서웠다.     

 

성당에서 동물병원까지 내리막길이다. 조금만 더 가면 집으로 연결되는 횡단보도에 초록색불이 켜지는 걸 보고도 발걸음은 왼쪽으로 향했다. 좌회전 후 총총걸음으로 롱패딩을 붙잡고 총총총 근처 카페로 간다.      


그래, 커피를 끊을 수 없겠어. 

엄밀히 말하면 끊었어. 끊었는데, 집에서 마시는 핸드드립 커피를 끊은 거지. 


밖에서는 대놓고 마시려고.

     

경고문구

이틀 연속으로 마신 날은 수면의 질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심한 가스 누출로 코의 감각이 마비될 수 있습니다. 

디카페인도 노 카페인은 아닌 거 아시죠. 결국 카페인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코코아는 어떠신지요.   

 


10시 40분이었고 카페엔 아무도 없었다. 동그란 얼굴에 선한 인상의 사장님은 머신이 덥혀지기까지 20분이 걸린다고 했다. 카카오페이가 안된다 하여 계좌이체를 했다. 시그니처인 로투스 라떼는 아이스만 된다 하니 따뜻한 라떼를 시켰다.    

  

“라떼 따뜻하게 마시고 갈게요.”     


라 떼: 리을 아 쌍디긋 에 

라라라 혀 끝이 입천장에 가볍게 닿는다. 

떼떼떼 혀 끝이 앞니 아랫니 사이로 찰싹 붙었다가 떨어진다. 

그 경쾌함이 행복하다.      


안다. 오전 11시에 마시는 라떼는 밤 11시, 오후 3시에 마시는 카푸치노는 새벽 3시까지 뜬 눈으로 밤을 새워야 한다는 것을. 그래도 호호 불어가며 마시는 따끈한 커피를 어떻게 포기하겠어. 

유일하게 주말에 허용되는 쾌락이며, 4,500원으로 온 우주의 에너지를 끌어 모을 수 있는데 어떻게 당신을 끊겠습니까.      



-오빠 근데 서울출장 언제가

나랑 홍대 고요베이크샵 갈래? 지금 크리스마스 장식 해놨다는데 유튭 말고 직접 보고 싶다. 

-서울은 당분간 없고~서울 북쪽 양주나 안산, 예산~     


오빠 미사 봉헌하면서 울었어. 어머님 아버님이 너무 무거웠어. 마치 내가 헤르미온느가 되어 요술봉을 휘두르며 무언가를 해결해야 할 것 같았어. 아무도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는데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그랬어. 이건 무슨 감정이야. 지음 문 닫았다며, 다음날에 여셨길래 콜롬비아 슈프리모 사다 놨어. 새언니 편에 보낼게.   

   


기도합니다. 

어리석은 조급함에 그들이 걸어온 세월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각자에 맞는 길을 존중할 수 있도록 열린 마음과 기다리는 마음을 갖도록 도와주세요. 불안감에 휩싸여 초조함을 흘리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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