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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정 Dec 26. 2022

일상일기(22)무경계



횡성으로 이사오니 이웃의 방문이 잦다. 


심지어 예고도 없다. 




우리집을 방문하려면 대문의 형태를 


갖춘 것이 있기는 한데 


자물쇠를 잠그거나 초인종을 달만하지는 않고 


그저 공간의 구획 정도다. 




남편은 태어날때부터 전원 생활을 


했던 사람인 것처럼 


이웃들을 “형님, 형수님” 이라 부르며 


잘 어울렸다 .  


4년전에 형성된 여기 전원주택 단지의 


이웃들에게  맨 끝순위로 입성한 남편은 


막내동생뻘 환영을 받았다


자동적으로 나의 호칭은 “막내사모”다




남편이 숲에 나무를 하러 나가거나 


읍내에 나사를 사러 나갔을 때


예기치 않게 방문한 이웃은 


빈대떡 접시나 도토리묵을 담은 소반을 들고


대문같지 않은 우리집 대문에 서서 


“막내사장~~ 막내사장~~ 


 막내사장 어디 갔는가? “  


우렁차게 막내를 부른다




줌 미팅 중에 양해를 구하고 


음소거를 한 후에 


서재에서 튀어나온 나는


이웃의 접시를 받으면서 


같이 웃어야 하는데 


웃음이 나오지 않아 당황스럽다




이웃을 귀신이나 유령까지는 아니어도 


투명인간처럼 대했었고


복도 철문에 현관문,  걸쇠잠금장치마저 사용했던 


아파트 생활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여기 이웃들은 너무도 빨리 


우리를 마음 안으로 들이셨다




고립이 독립인 줄 알고 살았던 내게


마음 나눔과 선 넘음을 자꾸 혼동하는 내게


이런 일들은 어퍼컷 만큼은 아니어도 


라이트 훅 쯤은 된다




잔매에 장사 없겠지 


이제 횡성댁 막내사모로 익숙해지겠지




거실과 주방, 안방과 서재에 


문지방도 없어진 마당에  


허리선과 엉덩이선의 경계도 사라진 마당에


어디부터 허리이고 어디부터 엉덩이인지 모르게 


구획이 흐려진 몸매만큼


나의 집과 남의 집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


내편과 니편 


이런 경계도 두리뭉실 허물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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