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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정 Dec 26. 2022

일상일기(28)큭 특혜 작은 배움


KTX 기차안이다


부산 다녀오는 길이다


서울역에 9시 21분 도착해서


9시31분 출발하는 강릉선 막차를 


탈 계획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런 기온 급강하로 


경부선이 예상보다 17분 연착했다


기차안에서 승무원에게 얼마나 연착되는지


연착사유로 막차를 놓치게되면 환불은 되는지


연착사정을 고려하여 


막차가 좀 늦게 출발할 수는 있는지 물었다


승무원은 막차에게 양해를 구해놨으니


9호칸 오른쪽 문으로 내려서 


바로 계단타고 14번 타는 곳으로  


뛰어가라고 친절하게 일러줬다


서울역에 도착하지마자 


대학 입학 체력장 때만큼 


있는 힘껏 달렸다


타서 한숨 돌리고 보니 뭐 그렇게 


뛸 일인가 싶다 


서울집에서 자도 되련만


하고자 한걸 못하는 일은 참 싫어한다


타서 자리도 찾고 정신도 차리고 보니 


한 승객이 승무원에게 항의하고 계시다


"환승객 때문에 출발을 늦게 한다니 말이되냐?


  여기 기다리는 승객은 다 사연 없냐?


  왜 앞기차가 연착된걸 


  뒷기차 승객들의 시간으로 메꾸냐?" 


승무원이 나대신 혼나는 것 같아 바늘방석이다


31분 출발했어야 할 기차가 41분에 출발했으니


기다렸을 승객 입장도 일리있다


내가 탄 6호차 승객만 어림잡아 30명정도 되니 


전체 기차가 20칸이라고 가정할때


최소 500명은 이 기차에서  10분을 허비했다


다 합치면 자그마치 1000분,


16시간이 넘는 시간 손실이 있었던거다


눈 감고 자는 척을 해야하나


일어나서 "저때문이예요" 사과라도 해야하나 


마음으로 성을 쌓다 부쉈다 하는데


그새 언성이 잦아들었다


휴~~다행이다


미안하고 감사하다


새삼 모두와 연결되어 있음을 실감한다 


나의 요행수가 누군가의 손해를 


담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함부로 행운을 바라도 안되겠다


앞으로는 연착 예상하고


30분은 여유잡고 예약해야지,


앞으로는 기차가 늦게 출발해도 


누군가 뛰어오고 있나보다 하며 기다려야지


앞으로는 나 원하는대로 됬다고 기뻐만 말고


누군가의 기회를 뺏었을 수도 있다 여겨야지,


큰 특혜를 입고 작은 거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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