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편의점 알바하며
한달에 150만원 정도만 있으면
일주일에 2권 책보고 2편 영화 보며
블로그에 글 올리고
아무런 명함 없어도 충분히 행복하겠단다
굳이 무언가를 이루지 않고 해내지 않아도
소소하게 일상을 누리는 것에
행복할 자신이 있단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세상에 한번도 나온 적 없는 시나리오를 써서
사람들 가슴에 깊이 남을 영화를 만들고
깐느 영화제에서 수상하여
수상소감으로 그간 감사했던
선후배 동료들 이름 포함 아빠 엄마 이름도
읊어보고 싶단다
어릴 때 아빠 엄마가 부부싸움하는 거를
너무 많이 봐와서
웬만한 싸움을 봐도 놀라거나 떨지 않는데,
심지어 말리기도 하고 중재도 잘 하는데,
스스로의 마음 안에서 상반된 욕망 두개가
싸울 때는 혼란스럽고 무기력하단다.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있을 뿐인데
내적 싸움을 말리고 중재하느라
잠도 푹 못자고 아주 고단하단다
일 잘하려고 아둥바둥 하다보면
“ 이게 무슨 소용일까?” 하는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고
아무 생각 하지 않고 빈둥빈둥 쉬다보면
“ 여한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 맞아?” 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단다
아빠 엄마 곁을 떠나 자취를 시작한지
3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왜 이렇게 내 삶에 간섭하고 상관하는지,
이왕 나올 거면 둘 중 하나만 나타나면 좋으련만
극단적 두 사람이 동시에 나타나서
왜 이렇게 나를 괴롭히냐고
딸이 항의성 하소연을 한다
엄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던가
아빠처럼 초연하게 벤치에 앉고 싶은데
둘다 시끄럽게 자신을 유혹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며
어째야할지를 딸이 의논한다
그래서 그랬다.
“ 둘다 너야, 아빠 엄마가 아니라
네 안에 있는 너의 목소리야
떨쳐버릴 부모의 잔재가 아니라
품고 협의할 너의 모습이야
싸우는 둘이 아니라 협력하는 둘이야
그 둘이 너를 돌보고 보호할거야
너무 일하면 쉬라고 너를 달랠 거고
너무 안주하면 달리라고 너를 격려할거야
둘다 내 직관의 목소리이자 내면의 목소리이니
듣기 싫어하기보다
놓치지 말고 귀기울여줬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