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을 앞둔 밤이다.
설레인다.
초등학생들 장래 희망 중에 연예인과 유투브 크리에이터가
새롭게 등장했어도
여전히 상위 3위 안에 "교사"가 있다
나도 초등학교 때 꿈이 "교사"였다
다른 직업의 세계를 몰라서 대충 둘러댄 꿈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까지 줄곧 장래희망 란에 교사를 적어냈으니..
선생님이 왜 좋았는지,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때늦었지만 이제라도 자문한다
나는 어떤 교사가 되고 싶었는가?
아니,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가? 어떤 교사가 될 것인가?
내 유년시절과 학창시절,
내게 영향을 준 선생님들이 팝업처럼 떠오른다.
자취방이 추워서 머리맡에 두었던 주전자물이 얼어버렸다는 이야기를 해주신 선생님,
나도 그녀처럼 솔직하고 유쾌하게 사람의 냄새를 풍기고 싶다
책을 대충 읽어서 얼토당토한 내용으로 발제하는데 싱긋이 웃으며
내 생각을 확장하도록 질문해주셨던 선생님,
나도 그녀처럼 넓어서 더 넓어지게 하고 싶다
수업 시간에 독일 팝음악을 들려주면서
독일어보다 독일을 사랑해보라고 하셨던 선생님
나도 그녀처럼 머리만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싶다
수업 끝나고 복도에서 만났는데 내가 제출한 리포트의 어느 한 대목을 기억해내시면서
지난번보다 나아진 것에 대해 기뻐해주신 선생님
나도 그녀처럼 함께 성장하고 함께 기뻐하는 사람이고 싶다
과제에 빨간 줄로 지적하는 게 아니라
파란 펜으로 물음표 넣어 질문해주신 선생님
나도 그녀처럼 생각의 부싯돌이 되고 싶다
그 선생님들 덕분에 내가 여기 있다
그분들에게 받은 것을
조금이라도 돌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