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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정 Oct 18. 2022

일상일기 (14)법 없이도 살 사람



푸르고 높은 하늘

구름은 하늘에 자국을 남기고

바람은 숲에 흔적을 남기는 가을 오후

남편은 데크에 페인트칠을 합니다


남편은 처음 만났을때부터

법 없이도 살겠다 싶었어요

남편과 26년을 살면서

그점에 한점의 의심도 없습니다


숲에서는 소나무 휘어감고 자란 칡나무를

일일히 걷어주고 치워줘요 

나무 크는데 방해되는거 정리하고 

쓰레기도 줍습니다 

나랑 놀러온 등산객 같지 않고 

여기 원래 있었던 산림관리사같아요


산책하다가 바닥에 기어나온 지렁이 보면 

손으로 집어서 풀 있는데로 옮겨줘요 

여기 있으면 말라죽는다고 옮겨준 지렁이만도 500마리가 넘을거예요


장에 가서도 다 돌아보고

가장 나이드신 할머니가 파는 물건을

골라골라 사드려요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필요치않은 것도 떨이로 팔아드려요


마트가서도 계산원에게 폐 안끼치려고

카드 미리 꺼내고  스스로 비닐에 다 담아요

말하기 피곤하실거라고

인사하기 전에 먼저 인사하고 후다닥 나와요


식당에서도 음식 시키려고 

차림사를 먼저 부르지 않아요.

차림사가 지나갈 때를 기다렸다가 주문해요

우리때문에 한걸음이라도 

더 걷지 않게 해야한대요


법 없이도 살 사람

심지어 스스로 법을 만드는 사람

스스로가 법인 사람


그는 나무 바닥에 무릎 꿇고 

나는 이 광경에 무릎을 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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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이성기, 이창준, 외 9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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