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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정 Oct 18. 2022

일상일기(15) 드러내기 연습



초등학교 여자친구들 세명이 

횡성집에 놀러왔다 


졸업한지 40년이 넘었고

1년에 한번 꼴로 만나며

각자 커온 과정도 다른데다 

현재 직업도 각양각색이다

무엇하나 공통점이 없다


비슷한 직업, 비슷한 관심사를 중심으로 만난  

사회 친구들과 달리

배경지식도 다르고 공감대도 없는데

오히려 툭툭 던지는 말이

폐부를 찌른다


"너 초등학교때도 그랬어

 이런 마음에서 그랬을거야 

 난 니맘 알거같아 

 괜찮아 잘했어 

 애썼어 수고많았어"


어렴풋하고 가느다란 초등학교 기억이건만

사심없는 우리의 감응은

깊은 진심에 반응한다비밀과 감춤이 필요없는 친구

가식과 허세가 안 통하는 친구

두려운 곳에선 

자신을 감추고 보호해야 하지만

안전한 친구들과는 

솔직하게 드러내고 다 나눠도 된다


그간 위험하다 여겨서 

감추고  덮었던 것이 너무 굳어져

진짜 내가 어땠는지  기억도 안난다

쩍쩍 갈라지는 발뒤꿈치 처럼 

어디까지가 박박 문질러 떨어내야 하는 각질이고 

어디부터가 진짜 내 살인지 

분간하기도 어렵다


굳어지고 무뎌졌던 나에 대한 감각이

어릴 때 친구들을 만나서

말랑말랑 해진다


그녀들을 만나고 나를 만난다 

잃어버린  나를 회복한다


친구는 

서로를 비춰주는 거울이다

서로를 드러내는 거울이다

드러내기 연습을 하는 스파링 파트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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