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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윤정 Nov 10. 2022

일상일기(18)용기의 근원


벼르던 모임 일정을 깜빡했다

날짜만 합의한 채  캘린더에 올리지 않아서

우리 담당자가 강의 스케쥴을 잡아버렸다

순간 당황했지만 별수 없었다. 

선약이라도 모임보다는 업무지...


모임 단톡방에 알렸다

"다른 일정이 잡혀서 저는 저녁에 합류하면 안될까요?"

침묵을 깨고 한 분이 

"저녁엔 제가 안되요.. 아쉽지만, 다시 날짜를 잡는게 

더 좋을것 같네요 ㅎㅎ "

다른 한분은

"근데 또 번복되니  이번엔 쫌 화가 나네요..."

나는 그 글을 보자마자

"나 한테 그러는 거야? 지난번에도 내가 번복했나?

 지난번엔 나때문에 보류된 건  아닌 거 같은데.. "

막 억울하고 방어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단톡방 돋보기 버튼을 눌러서  지난 일정을 되짚어본다

그때는 왜 보류되었었는지

그때는 누구 때문이었는지 찾아내고 싶다. 

그러다 순간... 깨닫는다. 


이 분 마음은 어떨까. 

이 모임을 기다렸을 마음 

우리를 꼭 만나고 싶은 마음 

이 선약을 지키기 위해 감수했을 것들..


나는 왜 이분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대신에

내 잘못만은 아니라는 것을 밝혀내고  

나를 보호하는 데 급급했나?

반성했다.


상대 마음을 들으려면 

내 마음이 비어있어야 한다,


나를 나무란다고 생각하고 

나를 보호하려는 마음이 가득 차 있으면

상대 마음이 안 들린다. 

상대 마음을 들으려면

나를 나와 상대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나를 피해자로 여기고 내 안에 꽁꽁 숨어서 

나를 지키는데 급급하면

반격하느라 바쁘다.  


영성은 온 세상과 연결되고자 하는 마음이다. 

얼마나 많은 것과 깊이 연결되었는가가 영성을 결정한다 

나는 잠자던 영성을 깨워  

상대와 나를 하나로 대하고, 

같은 마음으로 이해했다. 

그러니 없던 용기가 생겼다. 


나는 고객사에 전화했다 

"제가 선약이 있습니다. 일정을 바꿀 수 있을까요?"

고객사에게 양해를 구했고

우리 모임 일정을 사수할 수 있게 되었다..


용기는 용감함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사랑에서 나온다. 

상대와 내가 하나라는 마음...

상대를 나처럼 소중히 여기는 마음..

그래서 두려워도 용기를 낼 수 있게 되고 

그러는 과정에서 용감함이 생기는 거다. 


나는 오늘 빠르게 알아차리고 

자기방어의 습관을 뛰어넘어 

사랑의 힘을 키워 

용감함을 발휘했다


나.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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