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운동마니아었던 내가 방안을 빙빙 돈 사연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이번에는 정신력이 무너져 내렸다. 그간 느끼지 못했던 만성질환의 증상들이 한 번에 몰아쳐서 오기 시작했다. 어지러움은 물론이고, 서있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몸이란 게 참 이상했다. 내가 환자라고 인식한 순간 정말 그에 딱 맞는 몸상태가 되어가고 있었다.
소싯적에는 100미터를 14초에 돌파할 만큼 운동신경은 타고났었다. 여러 운동종목도 섭렵했고, 중고등
때 실시했던 체력장은 항상 특급이었다. 이런 내가 몸이 무너지니 정신도 함께 무너지고 있었던 것이다. 며칠 동안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을 때쯤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이대로 살다가 그냥 갈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껏 내가 쌓아온 커리어도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도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시작한 운동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집안을 빙빙 돌면서 걷는 것이었다. 방 곳곳을 가장 큰 궤적을 그리며 걷기 운동을 시작하였다. 하루에 한 시간씩 저녁 시간을 이용해서 걷기 시작한 지도 한 달. 남편은 그게 운동이 되겠냐며 무심하게 말하기도 하였지만 나의 상황에서는 그게 최선이었다.
그냥 걷기가 심심할 때는 곤봉을 돌리면서 걷기도 하였고, 손에 아령도 들으며 걷기도 하였다. 조금씩 운동강도가 세지기 시작했고, 모래주머니를 발목에 차고 걷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작지만 꾸준하게 운동을 하고 나니 한 달 후에는 7kg의 몸무게가 빠져있었다. 때에 따라서 몸무게가 두 자릿수도 왔다 갔다 하였다.
한 달 만에 몸이 조금은 가벼워진 듯하였고, 혈압도 180-190대에 안정된 수치가 계속 유지되었다.
몸이 변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을까? 마음도 안정이 되고 화가 많이 사라졌다. 내친김에 이제는 우리 아파트에서 시작되는 등산코스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처음 이사 와서 몇 번 다녀보기는 하였는데 정상까지는 보통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산행코스였다.
자신감이 생겨서 시작한 나의 오랜만에 도전한 등산은 완벽하게 실패했다. 정상까지 가는 것은 무리였고, 중간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기까지가 1시간 30분이 훌쩍 넘어 버렸던 것이다. 연세가 많으신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추격당하기를 밥먹듯이 하였다. 말 그대로 저질체력이었다. 어떻게 이지경이 될 때까지 방치할 수가 있었을까? 나의 지난 시간들에 대한 성적표는 완전 낙제점수다.
그래도 그 와중에 나름 칭찬해 주고 싶은 점은 그 당시에 포기하지 않고 오기로 매일 산에 올랐다는 것이다.
2년이 넘는 기간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산을 탔다. 영광의 상처로 내 엄지발톱은 좌우가 하나씩 빠져서 새로 나기까지 했고, 발에 굳은살이 훈장처럼 박여 버렸다.
언감생심 내가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산들을 취미 삼아 타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