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덕산에서 은인을 만난 사연
운동을 시작하면서 살이 서서히 빠지는 것이 느껴졌다. 주위에서도 알아보기 시작했고, 칭찬에 한껏 업되어서 내가 진짜 다시 건강해지고 날씬해진 줄 알았다.
그즈음에 나는 캠핑카로 자주 다니던 캠핑장이 있었는데 천안 광덕산에 위치한 다인 캠핑장이었다.
그때부터 캠핑을 가도 주변을 산책하고 운동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있는데 검색해보니 광덕사를 거쳐 광덕산을 오르는 코스를 보게 된 것이다.
호기롭게 점심식사 후에 산책 겸 등산을 시작하였다. 그 당시에 등산화도 없었고 일반 운동화에 심지어는 물 한병 준비하지 않고 그냥 올라갔다. 해발 699미터를 너무 우습게 보았다.
100미터 거리를 6번 오르는 셈 치자는 생각을 했다. 그야말로 등산에 대해서 문외한이었다.
그런데 산을 오르다 보니 광덕산은 그리 만만한 산이 아니었다. 산세가 가파르고 돌도 많은 그런 산이었다. 중간에 깔딱 고개도 꽤 있었고, 막바지에는 거의 기어가다시피 정상까지 올라갔다. 정상에서의 경치도 감상하기도 전에 기진맥진 거의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물도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현기증에 하산하려고 하니 갑자기 막막해지기 시작했다.
느낌이 싸한 것이 아니나 다를까 1/3도 내려오기도 전에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손이 떨리고 다리가 움직이지 않아서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그렇게 반 기절하다시피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남자분 두 명이 나를 지나치시다가 아무래도 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하셨는지 물 한병을 꺼내서 내 입속에 넣어주셨다.
물이 들어가니 정신이 퍼뜩 돌아왔다. 그때 무엇인가를 중얼중얼 얘기를 많이 한 것 같았는데 두 분은 말도 안 되는 내 얘기에 맞장구도 쳐주시고 상태가 조금 돌아오니 아무래도 탈수증세인 것 같다며 홍삼젤리에 과일 등을 넉넉하게 챙겨주셨다. 귀한 얼음물도 아낌없이 나눠주시고 잠시 쉬었다가 하산하라며 끝까지 지켜보시다가 발걸음을 옮기셨다
내가 전생에 좋은 일을 했나 보다. 그분들 아니었으면 어땠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두 분과 헤어지고 나니 연락처라도 받아서 올걸~ 감사의 표시를 제대로 하지 못하 것이 후회가 되었다.
그 이후로 나에게는 습관이 하나 생겼다.
아무리 짐이 많아도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나며 건네 줄 물과 캔디, 간식거리를 항상 넉넉하게 챙겨서 다닌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까지 나와 같은 사람은 만난 적이 없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광덕산 사건 이후로 광덕산에 오르기를 10여 회 이상 한 것 같다.
살을 빼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말하라면 항상 광덕산 등산 이후라고 항상 얘기한다.
나에게는 광덕산을 시발점으로 해서 국립공원들을 찾아다니는 취미가 생기게 되었고, 우리나라 22곳의 국립공원 완주라는 목표가 생기게 되었다.
현재 13곳을 완주하였고, 9곳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