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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행운?

by 정새봄

며칠 전 나태주 시인의 <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라는 시집을 샀다. 책을 들추는 순간 잠시 착시 현상이 온 것 같았다. 분명히 표지를 확인했는데 또 같은 면이 연속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내가 책을 읽기 시작한 이후로 이런 일은 처음이다.


책의 겉싸개 두 개가 겹쳐진 모양이다. 신기하기도 해서 사진부터 찍어보았다. 의미가 있나 싶어서 꼼꼼히 살펴보았더니 아니었다. 이게 무슨 의미지? 계란 프라이를 하려다가도 쌍란이 나오면 그렇게 반갑던데 이것도 그렇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많은 시집 중에 하나일 뻔한 책이 겉싸개로 인해서 특별한 책으로 바뀌었다. 일상에서 내가 만난 뜻밖의 행운들이 무엇이 있었나 곰곰이 생각해 봤다. 너구리 라면을 끓여 먹다가 평소에는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다시마 조각이 두 개가 나오면 그렇게 반가웠다. 그리고 초등학교 때 그렇게 유행이던 치토스 과자에 "한 봉지 더"를 얻기 위해서 허구한 날 같은 과자만 먹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한 봉지 더"가 나왔던 기억은 딱 한 번뿐이다. 투자한 것에 비하면 너무 조촐한 결과였다. 그래도 생각해 보면 의미부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행운은 늘 우리를 따라다니는 것 같다.


주차난이 아무리 심각해도 내가 가는 여행지나 차박지에서는 늘 좋은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것. 열심히 뭔가에 집중하다 보면 누군가가 알아주어 그에 상응하는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이제는 뜻밖이라는 말보다는 습관적인 행운이라 부르는 것에 좀 더 익숙해진 것 같다.


원인 없는 결과 없듯이 행운이란 것도 내가 뭔가 열심히 했을 때 기회로 다가오는 것처럼 내가 시집을 사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요즘 시나 디카시 수필 같은 것을 여기저기에 공모전에 출품하는 중이다. 결과가 어찌 되었든 열심히 하다 보면 뜻밖의 행운이 나에게 다가올지 모르기 때문에 멈추지 않고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꾸준하게 하는 것은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고 돈도 들지 않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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