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난 몽산포항, 고요한 바다에 마음을 눕히다

by 정새봄

몽산포해변은 나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곳이다. 계절별로 꼭 한 번씩은 찾아가기도 하지만 결혼 초에 아무것도 없던 우리 부부에게 몽산포해변은 우리에게 여유와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 주었던 추억의 장소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처음으로 혼자 가게 되었다. 몇 번이나 찾았던 그 바다.


서해의 잔잔함과 고운 모래사장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날은 유난히 하늘도 마음도 조용했다.

트렁크를 열자, 바다가 우리 집 창처럼 펼쳐졌다.

혼자라는 사실이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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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나를 이제야 제대로 만난 기분이었다.

해가 지는 해변을 천천히 걸었다. 서해의 일몰은 언제 보아도 애틋하다.

시간이 멈춘 듯, 발자국도 마음도 고요히 모래 위에 내려앉았다.


밤이 되자 파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다시 자는 그 반복마저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밀린 드라마를 넷플릭스로 몰아보고 조용히 나만의 밤을 보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 어느 누구도 필요하지 않은, 온전한 나만의 공간.

이 맛에 차박을 다니나 보다. 그렇게 꿀잠을 자고 다음 날, 백화산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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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을 찾을 때마다 빼놓지 않는 산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산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애정이 간다. 백화산은 참 친절한 산이다. 오르다 보면 바위마다 이름을 알려주고 있어 마치 오래된 친구들 하나씩 소개받는 느낌이 든다.


산길은 험하지 않고, 왕복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이번에는 정상에 오른 뒤 700미터를 더 걸었다.

백화산 구름다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평소 태을암 쪽에서만 올랐던 나에게는 새로운 루트로 갔다는 것에 큰 의미를 갖는다.


혼자였지만

결코 외롭지 않았던 여행.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따뜻하고 충만했던 시간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파도 소리와 산바람이

내 안 어딘가에서 여전히 속삭이고 일상으로 돌아온 나에게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다음 주는 공휴일이 많은 주이다. 벌써부터 어디로 떠나야 하나 여기저기 장소를 물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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