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시작할 때 왜이리 번뇌가 많을까?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고, 당위성과 목표도 분명한데, 시작하려고만 하면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이러면 이러지 않을까?’, ‘만약에?’, ‘혹시 ~때문에?’ 하는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마치 내 발목을 잡는 말들처럼 느껴진다. 마음만은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고 싶지만, 그걸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건 결국 내 안에 있는 불안과 의심이다.
무엇을 시작하든 결국엔 그것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는 말이 요즘 내게는 깊이 다가온다. 지금도 생각난다. 공부방을 처음 열기 전, 2박 3일간 원장 수련회에 다녀왔을 때. 새로운 환경과 처음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낯설고 불안했던 그 시간들. 밤잠을 설쳐가며 온갖 고민에 휩싸여 있었던 내 모습. 하지만 그랬던 내가 결국 잘 해냈다.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 돌아보면 충분히 잘해온 시간이었다.
최근에는 건강에 대한 걱정이 많아졌다. 작은 증상에도 예민해지고, 몸이 조금만 이상해도 겁부터 난다. 건강염려증이란 말이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질 정도다. 그렇게 내 마음은 점점 작아졌고, 자꾸만 움츠러들었다. 그럴 때마다 나를 다시 돌아보고 다독이는 시간을 가지려 애쓴다. 내가 나를 가장 잘 알고, 또 가장 힘들게 할 수도 있는 존재이니까.
며칠 전, 오랜만에 사촌동생과 통화를 했다. 어렵게 공부방을 시작해 누구보다 열심히 해오던 그녀가 이번엔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세교 중심상가에 학원 자리 봐뒀어. 이젠 나가보려고.” 짧은 말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용기와 결단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기회를 만들고, 또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그녀의 태도는 내게 큰 자극이 되었다. ‘나는 왜 이리 망설이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고민이 순간 작아지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내 주변엔 늘 조용히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겉으론 무심한 듯하지만, 속으로는 힘이 되어주는 이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존재가 새삼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마음 한쪽이 따뜻해진다.
이제는 결심해야 할 때다. 두렵고 불안해도, 내 마음속 결정에 귀를 기울일 시간이다. 갈대처럼 흔들리는 건 괜찮다. 중요한 건 뿌리가 어디를 향해 있는가 하는 거니까. 지금 나는, 다시 한번 나를 믿고, ‘못 먹어도 고!’를 외치며 나아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