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은 독서논술을 오픈하기 위해서 더운지도 모르고 그렇게 지나갔다. 역대급 더위라고 난리가 났었는데 그런 것을 따지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벌써 추운 바람이 느껴질 정도로 계절이 변해 있었다.
두 달간 크고 작은 일들이 정말 많았지만 그래도 자리가 잡혀가는 독서논술을 보니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몸은 확실히 더 바빠졌다.
하루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머릿속에는 해야 할 일들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바쁨이 싫지 않았다. 다시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살아있게 했다. 그 자체로 자존감이 올랐갔다.
‘나는 여전히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새로운 환경에서는 늘 변화가 따른다. 함께한 사람들 중에는 떠난 이들도 있고, 새롭게 찾아온 인연들도 있었다. 함께하는 동안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처음엔 적응이 안 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사람의 인연도 일도 계절처럼 흐르는 법이라는 걸.
어떤 관계는 봄처럼 피어나고, 어떤 관계는 여름을 지나 가을로 물든다. 그 모든 시간이 다 의미 있다.
돌이켜보면, 이 여름은 나에게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더위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았고, 땀과 함께 나의 열정이 흘렀다. 그리고 그 열정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다.
이제 나는 또 다른 계절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다. 한층 단단해진 마음으로 그 여름을 견뎠던 나에게, 조용히 말해주고 싶다. “수고했어, 잘 버텼어. 이제 너의 계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