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부가 순식간에 일부가 아니게 됐다.
예전엔 못해도 한 달에 한 번은 머리 모양을 바꿨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쩌다 길어나온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조차 싫어하게 됐다. 머리를 기른 상태에선 샴푸도 더 많이 쓰게 되고 시간도 많이 낭비하게 돼서 되도록 단발을 유지하려고 하는 편인데, 이상하게도 머리 자를 시기가 되면 미용실을 가기가 극도로 싫어진다. 머리를 자르는 시간은 길어야 20-30분. 그런데 나는 언제부터인가 이 시간이 불편하다.
원하는 스타일의 머리 사진을 미리 찾아 저장하고, 미용사에게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달라 당부하는 수고를 즐길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머리를 얼마큼 자를 건지 얘기하는 것도 민망해서, 검지손가락을 귓불 언저리에 대고 '대충 이 정도로 잘라 주세요' 하고만 말하게 됐다. 어떤 머리를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다간, 미용사와 내가 (거울로) 내 얼굴을 보며 얘기를 나누는 민망한 시간이 길어지니까. 거울 앞엔 분명 둘이 있는데, 얼굴은 나한테만 있는 것 같은 이 느낌......
머리를 자르기 시작해도 불편함은 계속된다. 나는 이때 어디를 봐야할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은 머리를 자르는 동안 뭘 할까? 아니 뭘 볼까?) 잘리고 있는 부분을 보자니 왠지 깐깐한 손님처럼 보일 것 같고, 거울 앞에 앉은 김에 작정하고 내 얼굴을 보자니 생각만 해도 재수가 없다(ㅋㅋㅋ). 맞은편에 앉은 사람의 신발을 보는 건 무례하고, 아무것도 없는 벽이나 의자 같은 데를 멍하니 보는 것도 뭔가 이상해 보여서..... 그래서 나는 매번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 결국 잘려나간 머리카락을 내려다본다.
언제 이렇게 길었지? 보통 1년에 두세 번은 머리를 자르는 편인데, 이번엔 그 텀이 좀 더 길었던 탓인지 제법 긴 머리카락들이 잘려나갔다. 그래서였을까, 오늘따라 유난히 잘려나간 머리카락들에 마음이 쓰인다. 방금 전까지 내 몸에 붙어있던 녀석들인데, 내 몸의 양분을 먹고 자라난 녀석들인데… 가위질 몇번에 바닥으로 나가떨어지는 걸 보고 있자니 어쩐지 슬픈 생각이 든다. 매일 감고 빗고 말리고 정성껏 묶었던 나의 일부가 순식간에 일부가 아니게 됐다.
20대 초반까지도 다 떨어진 이불을 버리던 날마다 울었고, 다 쓴 볼펜 깍지도 학교에 버리지 못하고 집으로 가져와 버렸다. 버리는 걸 유독 못하는 내가 그동안 머리카락은 참 쉽게도 버리고 돌아서 왔구나.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게 된다. 귀밑이 허전해서, 목덜미가 서늘해서, 어쩐지 미안해서. 몇 달 뒤면 또다시 자라날 귀찮은 머리카락이라고 여긴 게 미안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