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따스함의 길을 찾아서

by 박경현

사랑은 언제나 불가해한 온도를 지닌 채, 우리 곁에 머물렀다 떠나가곤 한다. 때로는 한낮의 열기처럼 뜨겁다가도, 어느새 새벽의 서늘함처럼 식어버린다. 이 기이한 온도의 변화를 두고 많은 이가 묻는다. “어찌하여 사랑은 저리도 쉽게 식고, 다시금 온전한 온기를 되찾기 어려운가?”

문제의 본질은 사랑이 가진 본능적 순환에 있다. 처음엔 그대와 내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마다 가슴에 불길이 일어, 세상을 붉은빛으로 물들인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고 계절이 바뀔수록, 그 불길은 점차 희미해져 가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그 사그라드는 불씨를 어찌 잡아두냐며 탄식하고, 누군가는 그저 운명이라 칭하며 등을 돌린다.

그러나 운명이니 체념이니 하는 말은, 결국 스스로를 묶어놓는 굴레일 뿐이다. 어느 전투도 도전을 앞두고서 포기한다면, 그곳엔 아무런 승리도 없을 터. 사랑의 식어감 또한 다르지 않다. 스스로 그 불꽃을 되살릴 마음이 있다면, 우리는 비로소 작은 ‘관심’이란 연료를 찾게 된다.

사랑의 열기가 식는다는 것은, 어쩌면 서로에게 익숙해진 증거이기도 하다. 더 이상 상대의 눈빛에 숨죽이지 않고, 잔기침 소리에도 가슴이 뛰지 않으며, 하루 일과를 애써 묻지도 않는다. 그렇게 익숙함 뒤에 숨어버린 무관심이야말로 사랑의 온도를 낮추는 칼바람이다.

하지만 칼바람은 비단 차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바람은 공기의 순환을 돕고, 맑은 기운을 불러온다. 식어버린 마음이 다시금 따스해지려면, 그 차가움을 있는 힘껏 부정하기보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새로이 작은 불씨를 심어야 한다. “오늘 힘들진 않았는지?”, “네가 좋아하는 음식은 여전히 맛있는지?”, “그 웃음소리는 어떻게 그런 빛깔을 품는지.” 이러한 사소한 물음과 관심이 바로 작은 불씨가 된다.

이 작은 불씨는 쉽게 꺼져버릴 것 같지만, 언제나 사람의 마음이라는 장작 위에서 기어코 살아남는다. 한낱 문득 떠오르는 배려일지라도, 그것이 쌓여 서로에게 전해지면, 비록 뜨거움으로 되돌아가지 못해도 은은한 따스함이 자리할 것이다. 이처럼 사랑이란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쌓이고 또 쌓이는 작은 관심의 결집이다.

분명 현실은 이상처럼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사랑의 싸움터에서 우리는 자주 무너지고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다시 일어서는 건 우리의 몫이다. 희미해진 불씨를 향해 다시 손을 뻗고, 조그마한 관심으로 호흡을 불어넣어 줄 용기가 있다면, 사랑의 온도는 느리게나마 다시금 오른다.

결국 사랑의 열기를 지키는 일은 지극히 인간적인 선택이다. 염원하고, 갈망하고, 서글퍼하며 동시에 기뻐하는 감정의 연소(燃燒). 우리가 그 연소를 멈추지 않는 한, 어느새 깜빡이던 불꽃이 밝은 온기로 방을 가득 채울 때가 온다. 그리고 그 온기는, 그대와 내가 함께 만들어가는 가장 소중한 결실이 된다.


“작은 관심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는 자, 다시금 따스함을 피워낼 것이니.”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제목 없이, 마치 한 편의 독백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