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달콤한 위로”
일본에 살던 시절, 일본 친구가 과일 카페라는 곳에 데려가 준 적이 있다.
이름 그대로 과일을 주제로 한 음료와 디저트를 파는 카페였다. 매달 제철 과일이 메인으로 등장했고, 다른 과일로 만든 디저트도 선택할 수 있었다. 내가 갔던 때는 여름이었는데, 복숭아와 멜론이 주인공이었다. 파르페와 과일 플레이트를 시켰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달고 향긋한 멜론은 그때 처음 맛보았다.
일반 식사보다 비싼 가격이었지만, 그만큼 특별했고, 가난한 학생이던 내게는 잊을 수 없는 한 끼로 남았다.
돌이켜보면 일본은 예로부터 제철 식재료와 과일을 잘 활용하고, 이를 곧장 생활 속 문화와 마케팅으로 연결해 왔다. 과일과 생크림을 식빵에 샌드 한 간단한 디저트를 일본식 발음 그대로 '산도'라고 부르는 것만 봐도 그렇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산도는 편의점 진열대에서도, 카페 쇼케이스에서도 언제나 싱그러운 빛깔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여름이 오면 나는 가장 먼저 복숭아를 떠올린다. 단단한 딱복보다는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물복을 좋아한다. 황도보다는 백도를 선호하는, 다소 까다로운 취향 덕분에 맛있는 복숭아를 고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컬리에서 꼼꼼하게 후기를 읽고 마침내 만족스러운 복숭아를 손에 넣었다. 그 복숭아를 그냥 먹기엔 아깝다는 생각에 ‘산도’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생크림 대신 마스카포네 치즈를 꺼냈다. 설탕을 섞지 않아 담백한 우유 맛이 살아 있었고, 그 위로 복숭아의 향긋한 단맛이 겹겹이 스며들었다. 부드러운 빵과 치즈, 달콤한 과즙이 만나 입안 가득 퍼지던 풍경은 그 자체로 여름이었다.
복숭아 산도의 성공에 힘입어, 다음날에는 남은 마스카포네 치즈로 멜론 산도를 만들었다. 복숭아보다 조금 더 단단히 씹히는 식감, 다른 과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싱그럽고 묵직한 달콤함. 멜론 산도 역시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여름의 두 과일이 만들어낸 작은 실험은, 내 식탁 위에 계절의 맛을 한껏 불러왔다.
작은 산도 한 조각이 내게 건넨 건, 여름의 가장 달콤한 위로였다.
재료
식빵
복숭아, 멜론
마스카포네 치즈
만드는 법
식빵 양쪽에 마스카포네 치즈를 바른다.
한쪽 면 위에 잘 익은 복숭아 슬라이스를 얹고, 빈 사이사이를 마스카포네 치즈로 채워준다.
랩으로 잘 감싸, 30분 정도 냉장고에서 고정시킨다.
반으로 잘라 단면을 드러내면 여름 디저트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