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 매스미디어'가 아닌 '특정 단위 미디어'
보람 튜브라는 6살 보람이가 만든 유튜브 채널에서 월 광고수익 37억 원을 올렸다는 내용이다. 이것도 놀라운 일인데, 놀라움을 넘어 경악할 만한 내용이 MBC 노동조합의 성명이다. "7월 25일 하루 MBC 광고 매출이 1억 4000만 원이다. 임직원 1700명의 지상파 방송사가 여섯 살 이보람 양의 유튜브 방송과 광고 매출이 비슷해졌으니, MBC의 경영 위기가 아니라 생존 위기가 닥친 것이다.”
실제 내용은 과장되어 있다. 사람들이 연간 매출로 생각하도록 의도했다. 연간 매출로 보면 여전히 MBC가 보람 튜브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사람들 머릿속에서는 이미 'MBC가 보람 튜브보다 못 번데'라고 인식될 거고, 더 나가면 '6살짜리 보다 못 한 MBC'라는 생각까지 갈 수밖에 없다. 거짓말은 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의도한 대로 읽히도록 기사를 쓰는 매스미디어 기자들의 숙련된 밑장 빼기 기술이다.
과장된 것이다. 보람 튜브의 실적이 과장된 것도 아니고, MBC의 어려움이 과장된 것도 아니다. MBC와 보람 튜브를 비교한 것이 바로 과장이다. 그리고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보람 튜브의 성과는 엄청나게 높게, MBC의 성과는 엄청나게 낮게 인식되게 만든 미디어의 속성이자 특기로 만들어 낸 부분이 과장이다.
그럼 MBC는 멀쩡한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대신, 이런 질문을 하는 게 맞다. MBC가 보람 튜브처럼 해야 할까?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 MBC는 MBC의 역할이 있고, 보람 튜브는 보람 튜브의 역할이 있다. 굳이 나눠 본다면 '매스미디어'에 최적화된 MBC와 '유튜브'에 최적화된 인플루언서를 비교한 것이 문제다. 실제 문제는 '매스미디어'는 침몰하는 중이고, '인플루언서'는 성장하는 중이다. 그래서, 과장된 것은 분명하고 보람 튜브와 MBC를 비교하는 것은 문제이긴 하지만 '매스미디어'에 문제가 있다는 본질은 맞다.
보람 튜브 채널 구독자수는 1700만 명을 넘었고, 리뷰 채널도 150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두 개 채널의 이용자가 정확히 중복된다고 가정하자. 그럼 최대 1700만 명이다. 이상하지 않나? 우리나라 인구는 많이 잡아도 5천5백만 명. 그럼 30%의 인구가 보람 튜브를 구독한다는 말이 된다. 이상하다.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1~10세, 11~20세.... 99~100세로 균등하게 있다고 해보자. 그럼 십 단위의 연령대는 각 연령대마다 5백만 명이 된다. 더 많은 세대는 5백만 명이 넘을 수도 있고 5백만 명이 안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계산해도 보람 튜브를 볼만한 사람을 1세~10세로 가정하고, 해당 연령대가 - 인구가 줄어들고 있지만 아니라고 우겨서 - 5백만 명의 두배라 쳐도 1천만 명이다. 그럴 리도 없지만 아무튼.
핵심이다. 보람 튜브의 1,700만 이용자는 보람 튜브를 보기 위해 모인 '단단한' 집단(mass)인 거고. MBC는 시청률이 아무리 높고 - 적어도 국내 기준으로는 더 많은 사람이 MBC를 볼 것이다- 더 많은 돈을 벌더라도 MBC를 보는 집단은 더 넓고 더 흐릿하다. 첫 질문에 답을 안 했다. 억지로 짜낸 1천만 명이 국내 인구라 하면 7백만은 해외 이용자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데이터를 안 봤기 때문에 모르겠지만, 해외에서도 시청하는 층이 있는 것이다.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나의 해법은 분명히 맞다. 예능 프로그램 중 많은 사람들이 레전드로 꼽고, 엄청난 팬덤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무한도전'이다. 하지만, 해외에서-특히 동남아에서- 유명한 것은 '런닝맨'이다. 국내 팬의 단단함은 무한도전이 우위일지 몰라도, 동남아시아로 확대하면 런닝맨의 단단한 팬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럼 모두가 해외로 나가자는 말을 하는 것일까? 아니다.
보람 튜브를 사람들이 보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 지점이다. 기자나 PD가 알려주는 '재미있는 것' 또는 '중요한 것'이 나의 재미나 중요함과 다를 수 있다. 매스미디어는 선택지가 없을 때 최적화된 방안이었다면, 유튜브는 그 선택지가 엄청나게 늘어날 때 최적화된 방안이다. 이용자 입장에서 볼 때 최적화 역시 유튜브 방식이 적합하다. 기존 매스미디어가 '공급자의 최적화'에서 바라보고 있을 때, 현재의 인플루언서는 '소비자의 최적화'를 고민하고 있다. 보람 튜브는 선택받은 거고, TV로 전달되는 MBC는 선택지에서 밀려나고 있다.
유튜브를 해야 한다가 아니다. TV를 접어야 한다도 아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재미있는' 콘텐츠가 있는지를 파악해야 하고, 그 콘텐츠가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지 파악해야 한다. 마지막 단계가 실행이다. 실행이 꼭 유튜브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현재 매우 매우 유력하고 효율적인 선택지인 것은 분명하다. 이 단순한 내용을 매스미디어 세대의 사람들은 받아들이기 싫거나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당황하는 것이다.
받아들이기 싫은 이유는 '콘텐츠'가 없는 경우와 내가 중요하다고 끝까지 우기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중요한 것과 사람들이 많이 보는 것은 분명 다르다. 피자나 햄버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많아도 그것을 주식으로 아이들에게 주는 부모는 없다. 사람들이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그것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법적 문제'로 할 수 없는 콘텐츠가 존재한다. 또 다른 경우는 '강요'하는 경우다. 밥이 중요해도 빵과 섞어 먹는 세대가 이미 등장했다. 그러니 '밥'만 강요하면 외면당한다. 당신이 밥 짓는 달인이더라도 밥만 강요할 수는 없다. '밥'을 꼭 먹이고 싶다면 다른 조리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는 기존의 인적 자원 문제다. 기계 때문에 더 이상 사람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 않은 상황이데, 기존의 사람들은 기계 작동을 배울 생각이 없다. 기름때를 손에 묻히기 싫은 사람도 있고, 기계를 다루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고, 버텨도 될 것 같기 때문이기도 하고 제각각 다르다. 그들을 싸잡아 욕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과거 세대의 입장에서는 '고생'하면서 '청춘을 바친' 착한-그러면서 핵심- 인재였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변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일을 그만둬야 합니다'라고 말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는 더더군다나 어렵다. 게다가 매스미디어 집단에서는 불가능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