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는 요즘 소설을 구상하느라 넋이 나가 있다. 출판 작가를 하겠다고 설치더니 브런치 응모전에서 똑 떨어지고 나서는 웹소설을 쓰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무슨 내용을 쓸지 궁금하지만, 전혀 팔리지 않을 줄 알기에 묻지 않는 수제비.
"세계관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세계관이 뭔지 알고나 하는 이야기일지 궁금했지만 역시나 무반응의 수제비.
"톨킨이 쓴 소설도 세계관을 잘 만들었잖아. 최근에 유행한 왕좌의 게임도 그렇고, 해리포터는 또 어떻고!"
그중에 돌멩이가 읽은 책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수제비. 돌멩이는 위에서 말한 작품들을 모두 소설 아닌 화면으로 습득했다. 돌멩이와 수제비가 머무르는 공간엔 톨킨, 마틴, 롤링의 책이 없다. 책을 읽은 적 없는 사람이 글을 쓰겠다고 예를 드는 꼴이 백 선생 요리 프로그램을 보고 음식점을 열겠다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수제비는 침묵.
다행인지 돌멩이에게 실행력은 없다. 부산한 호기심과 짧은 간 보기 뿐이다. 그냥 놔두면 곧 사그라든다. 식지 않는 용암을 기대하진 않지만 밥 지을 때의 아궁이만큼의 불은 가지고 있기를 기대하지만 돌멩이의 불은 라이터도 아닌 성냥이다. 화르륵도 아닌 화륵. 픽. 화륵. 픽. 가끔은 불꽃도 일으키지 못한 채 '틱틱'거리다 성냥을 집어던진다. 그냥 불장난이 끝나길 기다리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다.
"사람들과 친숙한 소재이면서 묵직한 이야기가 들어있어야겠지. 세계관을 촘촘하게 만들어 놔야 나중에도 이야기가 계속해서 새끼를 치면서 나올 수 있을 거야. 아! 하나 더. 그동안 서양의 세계관에 익숙해졌는데 이제 우리나라의 이야기를 넣어야 될 거 같아. 맞아. 그래야지. K-Pop에 K-웹툰. 이젠 K-소설이야"
그놈의 K. 누구나 쉽게 던지는 단어다. KKK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K라면 좋아한다. 그게 유행이니 뭐. KKK가 뭔지 아냐고 물었더니. "삼진 3개!"라고 외쳤던 돌멩이에게 Ku Klux Klan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호기심으로 출발해 결국은 흰 천을 뒤집어쓰고 나타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아마, 수제비에게는 검은색 화장을 하고 자기를 피하라는 상황극을 유도할 것이다.
"난 말이야. 묵직한 이야기로 천사와 악마의 이야기를 넣고 싶어"
수제비는 이제야 풀렸다. 돌멩이가 최근에 던졌던 낯선 단어들의 조합이 이제야 연결된다. 천사와 악마의 묵직한 이야기라니 뒷목이 묵직해진다. 돌멩이에게 가장 묵직한 천사와 악마의 이야기야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콘스탄틴.
옛날에 자기가 좋아했던 디아블로 게임, 솔로몬, 퇴마록, 신과 함께 주호민 등등
돌멩이 뇌의 구성물질인 돌. 입을 통해 흘린 돌가루들.
이번엔 얼마나 갈지 좀 더 단단하게 마음을 먹는다. 아무리 말대답을 하지 않아도 돌가루 흩날리는 글을 첫 번째로 읽어야 할 사람은 정해져 있다. 수제비의 눈과 목이 벌써 돌가루로 칼칼하다.
수제비는 번뜩 단어를 하나 내뱉는다.
"이세계물이라고 알아?"
돌멩이의 종이 한 장 두께의 눈이 반짝인다.
돌멩이는 이미 엄마의 응원을 받은 초등학생이 되어 있다.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의 응원. 힘들고 어려움이 있어도 기필코 이겨서 증명해 보이겠다는 굳은 다짐. 종이 한 장 두께의 눈은 어느새 촉촉해졌다.
수제비는 슬쩍 자리를 비우고 방으로 들어간다.
이번 추석엔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수제비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