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타임이라고 부르더라. 게임엔 1도 관심 없는 수제비라 쿨타임이라는 말을 듣고도 이해하지 못했다. 인간은 학습의 동물. 수제비는 여전히 체감해서 알지는 못하지만 머리로는 이해를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차면 발생하는 이벤트가 있고, 이 이벤트가 차기까지의 시간을 쿨타임이라 한다고 수제비는 이해했다.
돌멩이의 쿨타임 시간이 찼다. 그리곤 추석을 앞두고 시답잖은 필살기를 날린다. 수제비가 생각할 때 돌멩이의 필살기는 잔 공격이다. 필살기가 아닌 주 공격도 잔 공격인데 둘의 차이가 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돌멩이에게는 필살기가 없는 것이 필살기인 것 같다.
돌멩이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출근한 회사가 심심했나 보다. 링크를 보낸다. 알 수 없는 건물에 잘 보이지 않는 사람이 피켓을 들고 있다. 수제비는 관심이 없지만 숫자 1은 자연스레 없어진다. 수제비는 늘 그렇듯 돌멩이의 잔잔바리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지만, 돌멩이가 그런 걸 알 정도라면 전 세계에 전쟁은 없어져야 한다. 돌멩이가 수제비의 상태를 이해하는 것보다 탈레반이 여성의 마음을 알아주고 배려하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상속세 폐지를 위한 1인 피켓시위 사진이야. 국세청 앞에서 하는 거래"
상속세라. 수제비의 인생에서 10초 이상 고민해 보지 않은 주제다.
"상속세는 폐지해야 하지 않을까? 뼈 빠지게 돈을 모아서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자식에게 주겠다는 건데 거기서 세금을 또 뗀다는 것이 가혹하지 않아?"
수제비의 머리에서는 이미 몇 단계의 '오류' 알림이 떴다.
돌멩이와 달리 조금의 배려는 할 줄 아는 수제비였기에 메신저로 보내지 않고 혼잣말로 대신했다.
돌멩이가 돈을 뼈 빠지게?
돌멩이가 돈을 모아?
돌멩이가 자식이 있어?
돌멩이가 상속할 재산이?
간만에 신선한 링크라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혼자 실소하게 된 댓글
'정말 상속할 재산이 많다면 피켓시위도 본인이 아니라 알바를 시키겠지'
이미지를 키워보니 커다란 선글라스를 낀 분이다. 얼굴을 드러내기 싫단 의미겠지. 그리고 남이 시켰다기 보단 스스로 나온 것처럼 보인다. 아니면 정말 알바일까?
수제비의 상상력은 이미 다른 댓글로 넘어갔다. 명절 제사와 관련해서 엄청 돌았던 짤이다. 문장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수제비가 좋아하지 않음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인터넷 문체였다. 요지는 '조상에게 감사할 만큼 정말 많은 재산을 받은 사람들은 해외여행 가고, 정말 조상에게 받은 것 없는 사람들이 제사를 드리네 마네하고 싸운다'는 글이다.
반쪽의 행복. 수제비나 돌멩이나 물려받은 재산이 없다. 그래도 제사를 드릴지 말지로 싸우진 않는다. 수제비는 원체 제사라는 의식 자체에 무던했고, 돌멩이는 제사 음식 먹는 것에 관심 있지 제사상 차리고 새벽부터 일어나 차례 지내는 것은 극도로 싫어했다. 차라리 음식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으로 명절을 앞둔 제사 관련 분쟁은 없다. 가끔 나눠 먹을 재산이라도 있어서 명절에 친척끼리 싸우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긴 했다. 돌멩이는 고스톱이나 윷놀이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처럼 생각했고, 수제비는 사람들의 표정이 궁금했다. 돈을 두고 어떤 논리와 설명으로 자기의 당당함을 주장할지...
수제비는 별로 하지 않던 일인 답장을 보냈다.
"물려받거나 물려줄 재산은 있니?"
250만 분의 1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내가 나중에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지! ㅎㅎㅎ"
로또의 당첨확률만큼이라도 좀 생겼으면 좋겠다. 영양가 없이 밝은 돌멩이.
오전이 이렇게 흐르고 역사책에 기록되지 않을 날이 하루 지나갈 줄 알았다.
오후에 돌멩이는 또 다른 링크를 메신저로 보냈다.
이번 야당의 대권주자로 출마한 감사원장 출신의 후보가 상속세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걸겠다고 발표했단다. 수제비의 머릿속에서 보름달에 산다는 옥토끼들의 절구질 리듬으로 단어들이 떠올랐다.
어기여차 상속세 쿵
저기여차 애국가 쿵
어절씨구 폐지 쿵
저절씨구 4절 쿵
그 후보를 지지하지도 반대하지도 않는 수제비였지만 그냥 미안했다.
그 후보와 관련되선 가장 기억나는 것이 애국가라 다른 단어를 넣을 방법이 없다. 수제비 머리 속 생각이라도 수제비 맘대로 되는 것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