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를 위한 합리적 설명

by 간질간질

얼마 전 처음 등장한 싸다구와 수제비가 메신저를 하는 중이다. 돌멩이와 수제비의 이야기를 엮어가던 작가는 싸다구에게 더 많은 말을 시켜 보고 싶은 게 분명하다. 남들은 알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터이다.


수제비 : 선배도 교회 다니죠. 왜 그래요?

싸다구 씨는 일단 침묵했다. 잘못 답변했다가는 사달이 날 것 같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회피하는 능력은 나이가 들수록 발달되는 것 같다. 젊을수록 육체적인 능력이 뛰어나고 나이가 들면서 약해지는 반면, 노인에게는 경험이라고 부르는 다른 능력이 강해진다. 그리고, 발달된 능력이 위험신호를 알린다.


싸다구 : 다니지. 근데 왜?

수제비는 최근 오미크론에 걸린 목사부부에 대해 이야기를 쏟아냈다. 굳이 아프리카까지 찾아가는 것은 뭐며, 걸린 것은 일부러 한 짓은 아니라고 해도 공항에서 이동하는 과정을 속인 것. 거짓말을 한 것은 성직자들이 할 일이 아니라고 분노를 쏟아냈다. 그러더니, 코로나 초기에 신천지를 꺼내 처음부터 말을 듣지 않는 집단이라고 한다.


싸다구는 신천지와 일반적인 개신교회와는 다른 곳이라고 설명하려다 꾹 참았다. 세상에서는 알고 있는 사실이 다르더라도 수정해 주는 것에 감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정해 주는 것을 자신에 대한 도발로 여기는 경우도 많다. 평소의 수제비라면 '그런 거였어요?'라고 순순히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지금의 수제비는 칼칼한 매운맛 수제비다. 수제비에게 죽을 수도 있다.


하루는 돌멩이가 흐릿한 눈으로 배시시 웃으며 이야기한 일이 떠올랐다. 머리의 왼쪽 두개골이 눈에 띄게 부풀어 올라있었다. 가리려는 것인지 문지르는 것이지 모르지만 올리는데 힘들어 보이는 왼쪽 팔이 머리에서 계속 움직인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돌멩이는 여전히 배시시 웃기만 했다. 헤어지면서 돌멩이는 "선배. 밀가루 반죽은 아기 엉덩이처럼 부드럽잖아요. 그런데, 그 반죽을 아주 잘 굽거나 태우면 돌멩이보다 딱딱하게 변해요. 수제비도 부드럽게 후루룩 넘어가잖아요? 거기에 마라 소스와 청양고추를 넣고 할라피뇨랑 같이 먹으면 죽을지도 몰라요. 근데 전 수제비가 표창과 곤봉으로 변할 수 있는 것 까지는 몰랐어요. 맞으면 아프진 않고요. 그냥 죽을 것 같다는 느낌은 들어요. 정신을 차리고 나니 이제 아파요. 선배. 수제비 조심해야 돼요"


먹는 수제비 이야기인지, 돌멩이와 동일한 장소에 거주 중인 수제비 이야기인지 헷갈렸다. 하지만, 지금 싸다구의 DNA는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잘못 이야기하면 당신의 머리뼈는 함몰되거나 돌출될 위험이 있으며, 현재 오프라인으로 만나고 있지 않은 것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싸다구 : 좀 문제긴 하지. 이번 코로나를 겪으면서 교회도 많이 변하게 될 거야.

수제비 : 변하겠죠.


싸다구는 무사히 넘어간 것에 대해 기독교의 신에게 감사를 했다.

수제비 : 근데 왜들 그래요? 기독교인들은?

싸다구는 비상사태 해제가 꺼지자마자 다시 켜진 공습 사이렌이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싸다구 : 사람들은 착한데. 일부가 그런 거 아닐까?

수제비 : 항상 '일부'라고 하지만 문제는 항상 '그 집단'에서 일으키는 것 같네요. 이해가 안 돼요.


싸다구는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살피기 시작했다. 교회의 문화에서 자란 사람들이 위험에 직면할 때 처음 하는 흔한 행동 패턴이다. 싸다구 씨가 자신의 잘못을 열심히 찾는 것을 흡족하게 여긴 신의 자비인지 수제비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수제비 : 그 목사의 행동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싸다구 씨는 '합리'라는 단어가 자신을 살릴 한 오라기 실이 될 것을 직감했다. 천사의 머리카락이 될지 모르는 그 실을 부여 잡기로 한다.


싸다구 : 목사님은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봐

수제비 : 어떻게요?

싸다구 : 목사님의 죄를 하나님이 용서해 줄 것을 알았으니까 운전해 준 분을 위해 기꺼이 자신이 거짓말의 죄를 짓기로 한 거지.

수제비 : 네?

싸다구 : 운전한 분을 걱정해서라고 했으니 남을 위한 행동으로 알면서 거짓말을 했지만, 자신은 용서를 받은 거잖아.

수제비 : 그것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은 어떻게 하고요?

싸다구 : 용서는 죄를 가진 사람이 아닌 하나님의 영역이지. 하나님에게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받았으니까.

수제비 : 뭔 말 같지 않은 이야기를?

싸다구 : 그분 입장에서의 합리적 설명을 해달라며...


수제비와 싸다구의 대화는 어색하게 마무리되었다. 수제비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황당했지만 저녁이 되자 갑자기 납득되기 시작했다.


교회를 다니는 수많은 사람들은 용서를 받았고, 받을 줄 알기 때문에 죄를 지을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그 용서는 법정에서, 사람들에게 받는 것이 아니라 그가 믿는 신이 해줄 것이다. 아니 이미 해줬다고 한다. 이후의 여론이나 온갖 비난들은 신이 준 시험일뿐이다. 아무튼 그들이 짊어질 죄는 없다. 그러니 언제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시 시작한다. 계속해서 얘기하는 사람들은 신의 뜻을 모르는 불쌍한 존재들일 뿐이다.


수제비는 이 참에 종교에 귀의할까 생각해본다. 귀가한 돌멩이에게 물어본다.


수제비 : 나 교회 다닐까 봐

돌멩이 : 헌금 낼 돈 있니?


수제비는 헌금 내기 싫어 교회 가기를 접는다. 매우 합리적인 결정이다. 싸다구씨는 자기전에 신에게 감사기도를 드린다. '오늘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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