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 하지만 쉽지 않은 방법입니다. 부모님 세대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평생직장 개념이 없어졌어요(공무원 빼고) 나이가 들면 회사에서 정년퇴직 이전에 나와야 할(=월급이 없어질)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두 번째로 이자율이 매우 낮아졌습니다. 80년대에는 정기예금 이자율이 10%가 넘었습니다. 1천만 원 넣으면 1년 뒤에 100만 원이 생겼다는 뜻이죠. 지금은 이런 상품 단연코 없어요.
저금만 해도 먹고살 순 있지만 직장에 최대한 오래 붙어 있어야 하고, 소비 수준을 매우 낮추면서 돈을 계속 모아 두어야 합니다. 게다가 의학발전과 생활환경 개선으로 아주 오래 살아요. 직장 퇴직 후에 소득 없이 먹고살아야 하는 기간이 매우 깁니다. 저금으로만 사는 해법은 포기해야 할 게 많은 방법입니다. 서울의 아파트, 자동차, 어쩌면 결혼과 아이… (우리의 슬픈 현실이죠). 하지만, 유효한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저금으로만 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조금은 어려운 얘기 할게요. ‘물가상승률’. 뉴스에도 자주 나옵니다.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이 얼마였다. 소비자 물가가 X% 올랐다. 단순히 물건을 살 때 가격이 올라서 돈을 더 내야 한다고만 생각하면 안 됩니다.
물가는 물건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면서, 다른 말로 ‘화폐 구매력이 떨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어렸을 때 1만 원을 가지면 이것저것 살게 많았지만, 지금 1만 원은 그럭저럭 한 밥 한 끼 먹으면 없어지는 돈입니다. 똑같이 1만 원인데,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힘(=구매력)이 약해졌다는 뜻이죠.
※ 물가가 오르면 화폐 금액이 변하는 게 아니라 같은 금액으로 살 수 있는 힘(=구매력)이 떨어진다.
지금 1억이 있다고 해보죠. 하루에 3만 원으로 산다고 할게요. (그냥 그렇다고 해요. 현실적이네 마네 따지지 말고) 그럼 1년에 약 1,100만 원이 필요합니다. 아무 벌이가 없어도 약 9년 정도 버틸 수 있어요.
물가상승률이 연간 3%라고 해볼게요. 이 뜻은 당신의 화폐가치가 매년 3%씩 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1억 원이 1년 뒤에는 9천7백만 원이 되고, 2년 뒤에는 9천4백만 원 되고, 5년 뒤에는 8천6백만 원이 됩니다.
※ 금액은 그대로 1억 원이에요. 하지만 5년 뒤의 가치가 지금으로 치면 8천5백만 원이 된다는 의미죠
그럼 9년을 못 버티겠네요. 1400만 원이 없어졌으니까요. 이 돈은 당신이 아니라 물가상승률이 잡아먹었어요. 8년 버틸 수 있을 겁니다.
은행에서 알려주는 이자율은 명목 이자율(표면적으로 말하는 이자율)이라고 합니다. 실질 이자율은 명목 이자율에서 물가상승률을 뺍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당신 돈 1천만 원이 있어요. 은행금리 3%. 세금 내기 전 금액기준으로 할게요)
명목이자율 : 3%. 정기예금에 넣으면 1천30만 원이 됩니다.
물가상승률이 3%라면 실질이자율 : 0% = 이자율 3%-물가상승률 3% = 0
위의 경우 정기예금에 넣으면 1천만 원 그대로입니다. (통장에 찍히는 돈은 1천30만 원이에요)
물가상승률이 5%라면? 실질이자율 : -2% (이자율 3%-물가상승률 5%)
정기예금에 넣으면 980만 원이 되죠. (여전히 통장에 찍히는 돈은 1천30만 원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열심히 돈을 모으지만 모으는 속도보다 물가가 더 많이 오르면 당신의 돈은 조금씩 녹아서 없어진다는 뜻입니다. 어떻게 하죠?
이자율이 높으면 엄청난 인플레이션(=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이 생기지 않는 한 저금해도 재산이 계속 늘어납니다. 하지만, 이자율이 낮으면 물가상승률이 잡아먹어 버려서 열심히 저금해도 돈이 점점 줄어듭니다. 무섭죠? 이걸 너무 강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금만 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고 '투자만이 살 길'이라고 강하게 주장합니다. 특히, 투자 상품을 판매하시는 분들이 이렇게 얘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가상승률 생각은 해야 하지만, 너무 무서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겁먹지 마세요! 아무리 투자가 중요해도 사회초년생에겐 저금과 습관이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투자 역시 중요하기 때문에 투자를 고민해보겠습니다. 투자가 무엇인지, 왜 할지? 어떻게 할지?
투자의 1차 목표는 결국 '물가상승률을 뛰어넘는 수익'입니다. 물가상승률이 얼마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더 쉬운 목표로 현재 은행 금리(보통은 예금 금리)보다 몇% 라도 더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합니다. (그래서, 이자율을 알고 계셔야 해요. 기준이 잡히니까요)
아직 살날이 많이 남아 있어서 투자에 실패(=원금이 사라져도) 해도 다시 회복할 시간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 왜 이전 글에서는 저금하라고 계속 떠들었을까요? 투자의 기본 중에 하나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해야 하고, 투자의 효과를 내려면 ‘목돈’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서 ‘기초체력’이 있어야 투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초년생이라면 ‘언젠가 내가 투자할 것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지금은 꾸준히 체력을 늘리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다시 강조하지만 '저금'하세요. 기초체력 늘리는 것은 '저금'입니다. 기초체력에 필요한 것은 섭취하는 음식(=저축금액)에 비례하고요. 그래서 아끼라는 거예요.
다른 모든 것 떠나서 딱 한 가지만 기억하세요.
저금은 원금이 보장되고(물가상승률 고려하지 않고) 이자가 조금이나마 생긴다. 투자는 원금 보장이 안 되는 경우가 많지만 수익이 저금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있다. 자신이 어떤 성향인지를 알아야 투자를 지속할 수 있습니다. ‘올 인’ 전략은 영화에서나 멋있지 현실에서는 진상짓입니다. 그리고, 저축은 투자를 위한 ‘생산’과 같습니다. 그러니, 계속 저금하세요. 사회초년생이라면 투자 못해도 계속 저금하세요.
1천만 원의 돈이 있어요. 얼마까지 잃어도 (일부 타격은 받겠지만) 평상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나요?
딱 그만큼만 기준 세워서 하세요.
20%? 50%? 사람마다 다르지만 본인의 기준을 정하고 머리에 새겨두세요. 그것보다 잃으면 투자에서 손 떼고 복습한 다음에 준비가 되면 다시 시작하시면 됩니다. 혹시, 남에게 돈 빌려서 투자하실 생각까지 있으신가요? 그런 분은 이 글 읽지 말고 알아서 하세요.
※ 부동산 투자를 위한 '은행권 대출'은 나중에 얘기할게요. 일단 '돈 빌려서 투자는 하지 마!'로 정리합니다.
투자는 게임과 비슷합니다. 내가 이기려면 장비도 계속 업데이트해야 하고, 좋은 파트너도 만나야 하고, 운도 따라야 하고 무엇보다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합니다. 그래야 경험이 쌓이면서 레벨이 올라갑니다. 똑같아요. 차이점이라면 투자는 게임이 아닌 현실이죠. 당신의 진짜 돈이 사라집니다.
※ ‘인생은 실전이야. X만아’
게임을 시작하면 나오는 ‘조작법 설명’ 아시죠? 그것 익혔다고 게임에서 승리할까요? 아닙니다. 하지만, 조작법도 모르면서 게임을 할 순 없겠죠. 그래서, 설명드리는 겁니다. 조작법도 모르면서 게임한다고 나서면 다른 사람들이 ‘Thank you!’라고 하겠죠. 길거리에서 돈을 뿌리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