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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riteller 토리텔러 Dec 17. 2019

[기사 읽기] 부동산 초 강력 대책

집값 잡나?

정부에서 어제(2019. 12. 16) 부동산 대책을 마련했다. 여러 가지 복잡한 내용을 정리해 보면 '대출을 조이겠다'는 것과 '보유세를 올리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정책은 '투기목적으로 집을 사지 마라!'와 '불필요한 집은 팔아라!'로 요약할 수 있다.


대출 조이기 = 투기목적으로 집 사지 마라

대표적으로 나온 것은 9억 이상의 집을 살 경우 LTV를 40%에서(이것도 구체적으로 조건이 있지만 서울의 문제지역이라 생각하자) 9억이 초과하는 금액의 경우 20%로 줄인다는 내용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기사를 보면 나오니 찾아보면 된다. 시가 15억이 넘으면 대출이 아예 안된다. 중요한 키워드는 '시가'다. 세금을 매길 때 기준이 되는 '공시 가격'이 아니라 실제 사고파는 가격이다. LTV는 짧게 말해 집 값 대비 비율이라 생각하면 된다. 집값이 6억 일 때 LTV 40%는 6억X40%=2.4억이 된다. 늘 말하지만 실제와 다를 수 있으니 꼭 실전에서 체크해 봐야 한다.


대출을 받는 목적은 분명하다. 집은 워낙 비싸다. 집 살 돈을 현금으로 가진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15억 이상은 대출을 안 해준다니 살 사람이 누구일지 궁금하긴 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출을 어렵게'하면 집을 사기 어렵다.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이다. 수요가 줄면 가격은 떨어진다. 하지만, 대출을 받는 경우는 두 가지로 나눠서 생각해 봐야 한다.


집으로 돈을 벌려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에게 집 값이 계속 오른다는 믿음이 있다면 어떻게든 집을 사려고 할 것이다. 돈이 없어도 빌리면 된다. 대출을 어렵게 만들면 아무리 집값이 오르는 게 보여도 무리해서 집을 사기 어렵게 된다. 집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게 되니 집 값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보통 말하는 '투기꾼'의 사례라면 집을 못 사도록 대출을 옥죄어도 문제 될 것이 없다.


전세 살기가 힘들어 집 장만을 해 자기 집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집값이 자꾸 오른다. 그래서, 무리해서라도 집을 장만하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을 '실수요자'라고 한다. 집을 투기 목적보다는 거주 목적으로 사려는 사람이다. (100% 순수한 거주목적 구매자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 사람의 선택지는 확 줄어들게 된다.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고 싶지만 대출이 어려워서 집 장만이 어렵다. 강제적으로 좋은 집이 아닌 덜 만족스러운 집을 사야 하는 방법밖에 없어진다. 실수요자도 집 사는 것이 만만치 않게 된 것이다.


은행도 슬쩍 숟가락을 올린다. 대출을 너무 힘들게 하면 은행도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대출을 많이 해주면 이자로 받는 수익이 늘어나는데 대출을 조이면 수익원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보유세 올리기 = 불필요한 집 팔기

집을 불필요하게- 이 말도 참 애매하긴 하다- 많이 가지고 있지 말라는 신호다. 살 집 말고는 시장에 내놓아서 공급물량을 늘리겠다는 의도다. 공급이 늘면 가격은 떨어진다.


이 정책 역시 살펴볼 부문이 있다. 갑자기 집을 팔면 팔릴까?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아무리 투기꾼의 목적이든 실수요의 목적이든 자기 자산을 헐값에 팔려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울며 겨자 먹기로 팔려고 해도 살 사람이 없으면 안 팔린다. 반발이 나오는 측면이다.


파는데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양도세 문제다. 양도세는 집을 살 때와 팔 때의 가격 차이로 이득을 본 부분에 매기는 세금이다. 정부에서는 집을 많이 팔도록 하기 위해 6개월 한시적으로 중과세를 면제해줬다.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집을 팔 때 양도세를 더 많이 매긴다. 이를 중과세라 한다. 투기를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6개월 유예를 해준다고 했으니 '6개월 내 적당히 이득을 챙기고 팔아라!'라는 신호다. 물론, 단서도 있다. 10년 이상 보유한 물건의 경우다.


눈치 싸움이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 양도세 중과세를 피하는 시기에 팔고 적당한 이득을 취할 것인지, 아니면 계속 버텨볼 것인지, 아니면 상속이나 증여로 피해 갈 것인지 알 수 없다. 시장은 늘 정부보다 더 교묘하고 잔인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세금 증가분만큼 전세나 월세를 올려버리는 방법도 있다. 집주인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다.


사회초년생이라면

지금 나오는 기사들은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것이다. 1억 도 모으기 힘들어서 헉헉대는 와중에 15억 아파트를 살 수 있네 없네 이야기하는 것은 이상하다. 그래서 주의해야 한다. 무조건적으로 한 편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 나의 입장을 먼저 고민해 봐야 한다.


'빨갱이 같은 무능한 정부'라고 말하려면 적어도 '무리해서 집을 살 계획'이라도 가지고 있었어야 한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얼마의 돈을 어떻게 모아서 어디에 살겠다'는 한 장 짜리 메모라도 가지고 있었어야 정부를 욕할 근거가 된다. 아니라면 지금은 그냥 지켜보면 된다. 그리고 흐름을 본 후에 집을 살지 말지 결정하면 된다. 지금 집 살 것 아니라면 당신이 집을 살 때까지 적어도 부동산 정책이 한 번 이상 바뀔 것이다. 그러니 그때 욕해도 된다.


'부동산 투기꾼들의 세상'이라고 말하려면 적어도 '나는 능력이 되지만 안사고 있던'상황이나 적어도 '집'에 대한 나만의 철학을 역시 한 장 메모라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굳이 메모라고 하는 이유는 사람의 기억은 늘 자신에게 유리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의 상당수 사람들은 암묵적으로 '집으로 돈 벌고 싶다'는 생각에 동의해왔다. 먹고살기 위한 것 외에 돈을 많이 벌기 위한 방법 중 대표적인 해법이 부동산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해선 안된다.  


현실적인 조언은 먼저 '집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방향을 정한 후에 기사를 읽어야 한다. 그래야, 어느 편에서 흐름을 볼 것인지 가늠이 된다. 인생이 괴롭기 때문에 '그냥' 한쪽 편에 서서 '상대편을 비난하는 것'은 순간적으로 마음이 편할지 몰라도 방구석 악플러의 감정 해소 이상이 될 수 없다. 게다가 당신의 집이 생기는 것과는 전혀 상관도 없다. 억대가 안 되는 돈이 없다면 별 신경 쓸 것 없다. 먼저 열심히 돈을 모으는 것이 우선이다. 억대가 넘는 돈이 있고 수입도 안정적이라면 주택 구매를 고민해 봐도 된다. 미안하지만 억대를 갓 넘긴 금액으로 서울의 아파트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하지만 말이다. 내가 돈이 없어도 수입이 있고 부모님이 여러 채의 집을 가지고 계시다면 상속이나 증여를 고민해 볼 수도 있다. 각자의 상황이 다르다. 화가 나서 욕지거리를 할 수는 있겠지만 '욕만 하는 것'은 아무런 해법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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