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이어 사건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 = 신뢰
- 레고랜드와 흥국생명 → 신뢰에 금 → 제2의 IMF
○ 강원도 테마파크(=레고랜드)가 왜 제2의 IMF?
1) 만들려면 → 큰돈 필요 → 채권 발행(=돈 빌림)
2) 사업주체(=강원도) : GJC설립(=개발 주체), 강원도는 GJC의 지분 44% 보유
3) 개발주체(=GJC) : 특수목적법인(SPC : 특정 사업을 위해 자금조달, 자산 매각 목적) 세워 자금 조달
4) 그래서? GJC는 SPC에 약 2천억 빌림(담보 : 대출채권), SPC는 이 채권으로 ABCP를 발행해 여러 증권사에서 자금 조달 and 강원도가 ABCP에 지급보증
5) 그런데. 강원도가 법원에 GJC를 회생절차 신청 = '돈 안 줘'
6) 결론 = '정부가 지급 보증한 채권이 부도가 났다' = 신뢰에 금
○ 사태 요약
- 시장 : '국가도 못 믿는데 일반 건설사업은 더 못 믿어 ' → 금리를 높여도 안 팔림
- 회사채 및 국고채 시장으로 확대 → '돈맥경화'
○ 흥국생명 사태 (불에 기름을 붓다)
1) 2017년 투자자들에게 5억 빌림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이자율 약 4.5% 만기 30년
2) 조건 : 5년이 지나면 돈을 일찍 갚을 권리(=콜 옵션). (11월 9일 → 행사하지 않음)
3) 그래서? 한국물(KR)의 대외신인도 하락 가능성 ↑ 해외 채권 발행 금융사 비상
○ 정부 및 시장 상황
- 돈맥경화 해소 위해 50조 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 현재 : 물가 잡기 위해 돈을 거둬들이는 중 → 근데, 풀어야 하네?
- 한국은행 금리 인상 예정 VS 대규모 유동성 공급
채권과 증권(=주식)의 성격을 둘 다 가지고 있다고 해서 하이브리드 채권이라고도 불린다. 증권의 성격은 주주로부터 주식을 나눠주고 돈을 받지만 갚을 필요가 없다. (=만기 없음). 채권의 성격은 돈을 빌리는 대신 만가기 되면 원금을 갚아야 하고 매년 약속한 이자도 줘야 한다. (=이자 있음)
신종자본증권은 돈을 빌리면서 이자도 줘야 (=채권 형식)하지만, 이론적으로는 돈을 갚는 만기가 없는(=영구적으로 돈 빌림≒증권과 비슷) 증권이다.
하지만, 세상에 만기 없이 돈을 빌려줄 사람은 없다. 그래서, 옵션을 둔다. 이 옵션 내용이 약속한 기간(=보통 5년)이 되면 채권을 되 사겠다(=빌린 돈을 갚겠다)는 것이고 '콜옵션'이라고 부른다. (※ 콜옵션은 약속한 가격에 사겠다는 권리. 풋옵션은 약속한 가격에 팔겠다는 권리)
그동안은 이론상 영구적으로 돈을 빌릴 수 있다고 했지만, 5년이 되면 '콜옵션'을 행사(=채권을 사들임=돈을 갚음)하는 것이 시장의 일반적인 상식이었다. 이번에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시장의 신뢰를 깼다고 한 것이다.
그럼 왜 이런 상품을 만들까?
1) 신종자본증권이기 때문에 금융사 입장에서는 '부채(=빚/남의 돈)'이 아니라 자산(=내 돈)으로 회계처리를 할 수 있다. 금융사들은 국제금융시장에서 거래하려면 맞춰야 하는 자기 자본비율(BIS비율)이 있다. 이때 신종자본증권을 활용한다.
2)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보통 계단식으로 줘야 하는 이자율이 높아진다. 이번에 흥국생명에서는 신규 발행할 때 줘야 하는 이자율보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고 페널티를 더한 금리를 주는 것이 유리하다는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보통 이야기하는 금융시장, 자본시장은 몇 가지 특성이 있다.
1) 항상 돈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 → 돈은 항상 부족하다.
2) 돈을 빌려주고 갚을 때는 신뢰가 중요하다 → 효율성을 따진다. 법은 너무 느리다.
3) 신뢰가 깨지면 다시 세우기 위해 훨씬 큰 비용이 필요하다.
이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내가 겪은 사례를 들어본다.
1) 회사의 사람들의 상당수는 돈이 항상 필요했다.
내가 다녔던 첫 번째 회사는 매달 월급을 주는 것에 더해 6월에는 월급의 50%, 12월에는 월급의 100%를 상여금으로 지급했다. 이론적으로 성과에 따라 주는 것이지만 항상 받았기 때문에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 월급에 상여금을 더한 금액을 총수익이라 생각해서 거기에 맞게 생활했다. 당연히 상여금이 지급되지 않을 때 돈이 모자라게 된다. 유흥비에 쓰는 경우도 있지만...
2) 누구든 믿고 빌려줬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방법도 있었지만 이자를 주기 싫어, 돈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동료들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렸다. 이자를 받지 않았지만 나중에 밥이나 술을 얻어먹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줬다. 당연히 차용증은 안 쓴다. 누구도 돈을 안 갚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상여금이 나오는데 설마 돈을 안 갚겠다는 것은 회사생활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모두 같은 공동운명체나 마찬가지였다.
3) 신뢰는 깨졌고, 누구도 돈거래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IMF가 터졌다. 회사에서는 법적으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 +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논리를 들어 12월에 100% 지급하는 상여금을 주지 않았다. 회사 내에서는 신용대란이 발생했다. 상여금이 나오면 모두 해결될 문제였지만 상여금이 없어지자 돈을 빌려간 사람들은 갚을 수 없었고, 돈을 빌려준 사람도 돈을 받을 수 없었다. 그나마 신용이 되는 사람은 카드대출을 하건, 부모님에게 자백하고 돈을 빌리 건, 어떻게든 돈을 마련했지만 돈을 만들기 위한 안내도 되는 비용이 엄청 발생했다.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한 사람은 회사 내에서 애물단지가 되었다. 은근히 따돌림이 시작되었고 결국은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지금 레고랜드에서 시작해 흥국생명으로 번진 이 사태는 어디까지 영향을 끼칠지 현재로서는 알기 어렵다. 위의 예처럼 회사원들 사이에서도 엄청난 문제가 발생했던 일이 금융시장과 전세계 국가적으로 커지면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신용대란이 벌어졌던 그 때 들었던 한 선배의 농담을 잊지 못한다.
"돈이 없어서 우리 애는 분유 대신 미숫가루를 타 줘"
시중에 돈이 마르다 보니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매우 건조하게 말하면 '경제 침체'가 우려된다. 이유는 돈이 돌지 않기 때문이다.
위에서 벌어진 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돈을 많이 풀면 된다. 돈을 떼일까 봐 겁먹은 사람들에게 정부가 나서서 '보세요. 돈 있으니까. 옛날처럼 서로 돈 빌려주고 하세요'라고 말하면서 급전이 필요한 회사들에게 정부(에서 잘 타이른 큰 금융사가)가 주도적으로 돈을 빌려주면 된다. 돈을 빌려준다는 말은 시중에 돈을 푼다/공급한다/유동성을 제공한다는 말과 같다.
그럼 첫 번째 문장에 정확하게 반대되는 일을 하게 된다. 돈을 줄여야 하는 상황인데 돈을 풀어야 한다. 돈이 너무 풀려 물가가 올라 살기에 괴롭거나, 돈이 너무 말라 경기침체로 살기에 괴롭거나 아무튼 죽을 만큼 괴로운 상황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뒤에서는 불이 다가오고 앞에는 깊이와 넒이를 모르는 얼음구덩이 사이에 서 있다고나 해야할까.
이럴 때마다 이육사 시인의 '광야' 구절이 떠 오른다. 우리나라에는 지금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필요하다.
지난주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유쾌하지 않은 내용의 기사를 소개하는 이유는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IMF를 겪었던 사람으로서의 두려움이 발현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IMF도 결국 신용 문제에서 시작되었다. 신용이 흔들리면서 의심이 커졌고, 의심이 커지자 약한 곳부터 무너지기 시작했고, 무너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의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서로 망신창이가 되고 나서야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IMF가 다시 오면 자산가가 아닌 이상 일반 사람들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버틸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폭락장이 기회가 되지만 버티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생존 자체가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마치 겨울옷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갑자기 혹한이 닥치는 것과 비슷하다. 얇은 여름옷이라도 한 겹보다 두 겹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미리 준비하면 좋겠다는 의미로 잔소리처럼 자꾸 이런 기사들만 이야기 하게 된다. 혹시 겨울이 오더라도 사람들이 충분히 준비할 시간과 강도로 오면 가장 좋겠다. 진심으로 제2의 IMF는 안오길 바란다. 나라 살기기 위해 내 놓을 금도 난 없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