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 갓 진출한 사람들을 사회초년생이라고 부른다. 그 호칭은 돈벌이를 시작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직접 돈을 벌기 시작하면 돈을 대하는 생각이 달라진다. 첫 월급을 받으면 “왜 이렇게 월급이 적지?”, “이 돈으로 어떻게 살지?” 등 생각보다 적은 금액으로 1차 충격을 받는다. 연쇄 반응으로 “집이나 차를 사려면 얼마나 모아야 하지?”, “은퇴하려면 얼마가 필요한 걸까?” 등 구체적인 쓰임새에 따른 계산을 하며 미래를 그려본다. 그리고선 현실의 벽에 부딪혀 생기는 2차 충격으로 ‘가슴 답답’, ‘긴 한숨’, ‘별안간 울컥’이란 증세를 얻게 된다. 사회인의 삶은 돈과 관련된 마음의 병을 탑재하면서 시작된다.
마음의 병을 얻은 사회초년생의 반응은 보통 세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어차피 모아 봤자 큰돈 되지 않으니 열심히 쓰겠다는 집단,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생각하기를 멈추는 집단, 마지막으로 어떻게든 돈을 아끼고 모아서 불려 보려는 집단이다. 이 글은 ‘어떻게 하면 될까?’를 고민하는 사회초년생과 경제초보를 위한 것이다. 그 시절을 겪어 봐서 깨닫게 된 ‘이렇게 하면 그나마 견딜만하고, 이렇게 하면 시간도 좀 단축되고 낫더라’는 경험을 전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돈의 중요성을 삶으로 느낄 때 경제가 궁금해진다
돈이 인생의 최우선 목표이자 가치라고 말할 생각은 없지만, ‘까짓 거 중요하지 않아!’라고 주장하긴 더 힘들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돈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가장 일반적인 교환수단이다. 교환수단이 넉넉할수록 시장경제체에서 내가 얻고 싶은 것을 얻기 수월해진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이 많을수록 부족한 자산에 비례해 돈의 희소성은 더 커진다. 그렇기에 돈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면, 불리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경제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돈의 중요성을 머리가 아닌 삶으로 느낄 때 자발적으로 경제에 호기심이 생긴다. 경제는 돈의 흐름이고, 돈의 흐름을 알면 돈의 속성을 알게 되고, 속성에 익숙해지면 돈과 친해져 돈 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딱 여기서 막힌다.
경제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떻게 경제를 알 수 있지?'벽에 부딪힌다. 주위를 둘러보면 나만 빼고 모두 주식투자를 잘해서 큰 수익을 내는 것 같고, 위험하다는 코인도 하는 것 같고, 나이 차이도 별로 나지 않는데 집을 산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고, 이렇게 저렇게 많은 재테크 팁들을 알고 실행하고 있는 것 같다. 나만 모르는 것 같은 느낌. 그렇다고 주위 사람에게 ‘알려주세요’라고 말하기는 부담스럽다. “이 나이 되도록 뭐 했니?’라는 얘기나 “넌 이것도 모르니?”라는 핀잔을 들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혼자 고민한다. 눈치껏 친구들의 돈 굴리는 이야기도 들어보고, 유튜브도 보고, 커뮤니티와 온갖 SNS를 뒤져본다. 다들 이렇게 하면 돈을 벌게 될 것이야!'라는 말만 하는 것 같다. 개념이 안 잡혀 있으니 그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겠고, 이야기를 들어봐도 모르는 얘기니 머릿속은 안개처럼 뿌옇기만 하다. 가장 쉬운 접근법이란 ‘경제 뉴스’를 읽어보려 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왜 그렇게 뉴스가 많은지. 눈앞에 음식은 잔뜩 쌓여 있는데 뭘 먹을지 몰라 여전히 배가 고픈 격이다. 저 음식을 먹어도 탈 나지 않을지 두렵고, 뭔가 입에 집어넣었는데 씹어 먹는 건지, 빨아먹는 건지도 모르겠다. 억지로 꿀꺽 삼켰는데 독버섯을 먹은 것은 아닌지 찜찜하다. 그래도 며칠 동안 꾸역꾸역 뉴스를 읽어 보지만 곧 포기한다. 뭐가 중요한지 모르니 고르기 힘들고, 겨우 고른 기사는 읽기에 버겁고, 무엇보다 맛이 없다. 힘만 들고 여전히 배는 고프다. 다 놓아 버리고 싶어 진다.
식당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경제뉴스
경제를 배우고 싶어 하는 경제 초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세 가지가 떠 오른다. 첫 번째는 경제에 관심을 가지려는 의지. 이건 누가 도와주지 못한다. 학생 시절부터 '공부하라'는 이야기를 아무리 들어봤자 공부에 집중하지 않았던 것처럼 옆에서 경제에 관심가지라고 얘기해 봤자 잔소리일 뿐이다. 두 번째는 경제 관련 기본 용어에 대한 지식. 반투명의 흰색 결정체로 맛을 보면 짜고, 음식을 만들 때 간을 맞추는 데 사용하는 것을 ‘소금’이라 부른다는 것 정도는 알아야 한다. 소금을 얼마나 넣어야 맛있는지는 알려줘도 소금이 뭔지 알려주는 콘텐츠는 거의 없다. 소금이나 계란, 양파, 돼지고기 같이 자주 먹는 식재료는 대략이라도 알고 있어야 한다. 경제로 바꾼다면 금리, 무역수지, 환율, 코스피, 부동산, 반도체 같은 단어들이다. 경제 기본 용어를 빨리 떼고 싶다면 경제 초보를 위해 최대한 눈높이를 낮춘 ‘세상 친절한 경제상식’ 책을 참고하면 좋다. (맞다. 자체 PPL이다) 세 번째는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경제 사건들이다. 경제용어와 원리가 변하지 않는 원칙과 같다면, 경제 이벤트는 실시간으로 항상 바뀌는 일들이다. 끓고 있는 라면과 남아 있는 라면의 양, 오븐에서 굽고 있는 빵의 종류와 나오는 시간, 오늘 아침 시장에서 들여온 제철 생선 종류처럼 '경제라는 식당'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것이 경제뉴스다. 식당의 상황을 안다면 우린 어떤 주문을 해야 빨리 그리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알게 된다.
경제 초보를 위한 실패하지 않을 맛집 리뷰
앞으로 약 10회에 걸쳐 배고픈 경제초보들을 위한 경제기사 골라먹기를 풀어볼 예정이다. 위에서 말한 경제를 배우는데 필요한 세 가지 요소 중 세 번째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경제기사를 읽으며 경제를 익히는 방법은 경제초보가 빠르게 허기를 해결할 하나의 방법이자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검증된 방법이기도 하다. 이 글은 경제를 알고 싶은 경제초보를 위해 소개하는 맛집(경제매체) 고르기와 메뉴(경제뉴스) 고르기, 먹는 법(경제 뉴스 읽는 법) 관련 팁이다. 그러니 맛집 탐방처럼 부담 없이 읽어 나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