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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면] 그날의 프로모션 메뉴

네번째 이야기

by Toriteller 토리텔러

프로모션 메뉴를 고르면 크게 손해 볼일 없다

식당에 가면 ‘special’, ‘개시’, '한정' 등의 단어와 함께 한껏 프로모션 하는 메뉴를 볼 수 있다. 전통식당은 벽과 문에 붙이거나 입구에 엑스 배너를 세워두고, 패밀리레스토랑 같은 곳은 테이블 위에 식탁보처럼 인쇄한 종이를 깔아 둔다. 어떤 방식이든 메뉴를 눈에 띄게 하려는 목적. "날 시켜 먹어! 그럼 후회하지 않을 거야"라는 강한 권유다.


식당에서 밀고 있는 메뉴를 시키면 크게 손해 볼 일은 없다. 왜냐하면 하루 이틀 장사하고 접을 리 없고, 손님에게 뭔가 좋은 인상을 줘야 다음에 또 방문할 것이니 만족도 높은 메뉴를 선정해 고객들에게 권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매체사들도 종이에 인쇄해 집까지 배달하는 수고를 들여 만든 신문 1면에는 가장 만족도 높을만한 기사를 고르고 골라 배치하게 된다. 한두 번이야 입에 안 맞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고객을 꾸준히 만족시키지 못하는 식당이 영업을 계속할 수는 없다. 그러니 1면 기사는 대표메뉴(기사)로 믿을만하다고 볼 수 있다.


1면 기사는 한정판(Limited Edition) 상품

테이블에 놓인 프로모션 종이를 떠올려 보자. 적극적으로 프로모션 하는 상품의 가짓수는 몇 개 되지 않는다. 보통 4개. 많아도 6개를 넘지 않는다. 왜 그 정도 가짓수일까? 물리적인 이유와 상식적인 이유가 있다.


먼저, 상식적인 이유인 희소성의 원리부터. “우리 식당에서 만든 음식은 모두 맛있어. 그러니 고객은 반드시 다 먹어봐야 해”라고 생각한다면 프로모션 종이를 만들 필요 없다. 그냥 메뉴판을 주면 되니까. 프로모션은 식당의 자신감과 의도가 들어 있는 결과다. 가짓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특별함은 사라진다. 모든 메뉴가 맛있다고 하는 건 식당 메뉴에 특별함이 없다는 것과 같다. 특별함은 희소성에 비례한다. 숫자를 적게 해서 그만큼 특별하다는 의도를 전달한다. 매체사 역시 하루에 쏟아지는 수백 개의 뉴스 중 4~6개의 기사만 1면에 내보낸다. 오늘 특별한 기사이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이유는 종이의 크기 때문이다. 딱 한 장. 그리고 테이블보단 작아야 하니 크기도 제약이 있다. 결국 한 장짜리엔 그날 꼭 팔고 싶은 메뉴를 고르고 골라 싣게 된다. 신문 1면에 나오는 기사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 사람은 1면부터 신문을 읽는다. 사람들이 힐끗이라도 쳐다보는 면 역시 1면. 크기도 정해져 있다. 어떻게 해야 신문을 읽고 만족스러워할지 고민한 후 단 몇 개의 기사만으로 "이거 한번 잡숴 봐!" 외쳐야 한다. 너무 많으면 눈에 들어오지 않고, 너무 적으면 '보거나 아님 말거나'가 된다. 적어도 선택받기 위한 최소한의 다양성이 포함된 가장 적은 숫자를 골라야 한다.


하루에 벌어진 가장 중요한 사건을 놓치지 않는 것

매체홈에서 실시간으로 바뀌는 '주요 기사'는 중요하지 않을까? '신문보기'의 뉴스는 한참(?) 지난 일인데 최신 정보로 업데이트된 뉴스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보통의 뉴스 소비자에게 답을 한다면 "둘 다 중요합니다"라고 하겠지만, 경제초보에겐 "지면기사가 더 중요합니다"라고 말할 거다. 기사를 마감하기 전 벌어진 온갖 일들 중에 가치를 매겨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지면기사가 나오기 전까지 24시간 동안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 약점이 있지만 경제 초보에겐 치명적인 일이 아니다. 경제 초보에겐 '두루 다 살펴야 해'보다 "이게 중요해!"라고 명확히 순서를 알려주는 지면기사가 더 낫다. 업데이트가 느리다는 점도 초보에겐 심각한 일이 아니다. 정말 중요한 일이라면 24시간 뒤에 다시 등장하게 된다. 경제 초보에겐 중요한 기사를 모르는 것과 중요한 기사를 놓치는 것이 치명적이다. 매일 지면 기사를 체크만 해도 중요한 뉴스를 놓칠 일은 없다. 경제초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거지, 남보다 좀 늦게 알게 되는 거? 큰 상관없다.


1면에서 기사 고르기

이제 경제초보가 읽을 맛있는(?) 기사를 고를 차례가 왔다. 당연하게도 1면 중에 고르면 된다. 1면에 나온 기사를 모두 읽으면 좋겠지만 시간도 없고 아는 것도 없으니 딱 한 개만 고르는 걸로 시작한다. 1면 기사는 보통 4~5개 정도로 구성된다. 이것저것 시켜서 맛보는 것도 좋겠지만 든든한 한 끼가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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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고르기 Tip

[빼기] 정치 기사는 뺀다. 여당이나 야당 대표, 국회의원 이야기가 나오면 뺀다. 하지만, 한국은행 총재, 기획재정부 장관 기사는 읽어 두는 것이 좋다.

[빼기] 사건사고 중심의 화제성 기사도 뺀다. 최근 예를 들면 '잼버리 사건'이 해당한다. 사회적으로 엄청난 반향이 있을진 몰라도 경제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아닌 경우가 많다.

[빼기] 셀럽 기사. 세상 쓸모없는 걱정이란 말이 있다. '연예인 걱정과 재벌 걱정'. 셀럽기사는 굳이 찾아 읽을 필요 없다. 회장님의 경영방향이라면 읽어도 괜찮겠지만, 회장님의 패션이나 가정사는 굳이...

[고르기] 여러 매체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기사를 고른다. 많은 사람이 중요하다고 동의한다는 뜻이다.

[고르기] 같은 기사는 피해서. 만약 어제 본 1면이 부동산 관련이라면 오늘은 부동산 대신 반도체, 오늘 반도체를 봤다면 내일은 주식시장처럼 가능한 골고루 돌아가며 고른다. 다양한 관점을 익히는 것 역시 필요하다.


그래도 모르겠다면, 스포일러(3면)를 참고

그래도 모르겠다면, 지면기사 읽기의 핵심이자 꽃인 3면을 슬쩍 봐야 한다. 자세한 얘기는 다음 주에! 다음 글 발행되기 전까지 매일 1개 이상의 1면 기사를 읽어보면 좋겠다. 하루에 한 개 어렵지 않다. 이 글만 읽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렇군'하는 건 아는 게 아니다. 내 몸에 익어 남에게 설명할 수 있는 수준. 적어도 그 정도는 되어야 안다고 말해도 된다. 하루에 기사 한 개 어렵지 않다! (좀 귀찮을 뿐이지)



정치나 사회 기사를 빼라고 하니 불편하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실제로 정치와 사회 이슈는 경제와 깔끔하게 분리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경제는 사람이 먹고사는 일이라 정치 사회 모든 것과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죠. 정치는 빼라고 했지만 '경제 정책', '부동산 정책', '각종 법 개정'등 정책과 법률은 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셀럽 이야기도 빼라 했지만 K-pop은 엄연히 경쟁력 있는 산업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빼라는 이유는 경제초보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걸음마를 떼는 단계로 발에 힘주는 것만 신경 쓰는 것이 필요합니다. 잘 걷고 뛰기까지 한다면 그때는 당연히 주위 모든 상황을 살펴야 합니다. 그때는 내가 어디서 뛰고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근로자 입장인지, 근로자 중에서도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 정규직 중에서도 대기업인지 중소기업인지, 회사입장인지, 집이 있는지 없는지, 세금을 많이 내야 하는 사람인지 세금혜택을 받는 사람인지에 따라 입장이 달라집니다.


1면을 볼 때 기사 제목만 보면 무슨 말인지 모르는 단어들이 많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땐 고민하지 말고 '세상 친절한 경제상식' 책을 읽어보세요. 혹시, 밀리의 서재 구독하시나요? 거기에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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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교보(홍보구역이지만) 아주 잘 보이는 곳에 1주일 전까지는 있었습니다. (지금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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