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주모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oriteller 토리텔러 Aug 20. 2023

'나의 꿈 부자 할머니'

박지수 지음, 메이트북스

경제 소설책

분명. 저자분이 소설이라고 했는데, 책 표지를 봐도 봄날 풍경 그림. 제목에 '부자 할머니'가 들어가 있지 않으면 재테크와 관련되었는지 전혀 몰랐을 듯. 저자는 박지수님. 내게는 본명보다 여전히 브런치 작가명인 '골드래빗'님이 더 익숙하다. 바쁘다는 핑계로 책 읽기를 미루다 주말에 읽기를 마쳤다.


이거 에세인데!

저자를 대면한 시간은 아주 짧아 다 안다고 말할 순 없지만, 내겐 소설로 읽히지 않았다. 직접 들었던 몇몇 이야기의 뒷얘기를 듣는 기분이 들었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왜 잠시 쉬게 되었는지, 그리고 뉴스와 관련된 일을 전혀 하지 않던 사람이 어떻게 '유료 뉴스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잘 운영하고 있는지, 왜 그렇게 똑 부러지는 말투와 글을 썼는지 알 것 같다.


세월의 지혜가 쌓인 할머니가 해주는 이야기

책을 읽는 동안 들었던  느낌은 "어렵지 않아", "너도 할 수 있어", "해 봤니?", "잘했다"라는 응원이다. 다른 재테크 책이 말하는 것처럼 '서둘러라!', '늦었다', '해야만 한다'는 메시지로 '내가 인생을 잘 못 살았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좋았다. 오히려 '몰라도 돼', '돈을 너무 좇으면 안 돼', '생활에 스며들게 해야지' 같은 친할머니의 잔잔한 이야기다. 오랜 인생으로 지혜가 쌓인 할머니가 손주를 데리고 하는 이야기들 중에 중에 경제와 관련된 내용만 뽑아 놓은 것 같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읽어갈 수 있다. 그냥 주인공과 할머니의 이야기를 옆에서 보고 있는 것처럼 살펴보다 보면 금방 끝이 난다.


지적질이 아닌 응원하는 재테크

그렇다고 모든 것이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는 식의 이야기는 아니다. 단순하지만 분명하게 재테크 방법과 수단을 소개한다. 그 방법에 동의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 방법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개인적으로는 부분 동의하지만) 그보다 왜 그런 방법을 소개하는지, 어떻게 그 방법들을 실천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 이야긴 도표나 숫자를 들이밀면서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이야기 듣는 사람을 위로하고 응원할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의 구성중 가장 흥미롭고 재밌는 부분은 맨 뒷부분이다.


책 속의 명언 30개

책 속에서 '부자 할머니'가 주인공에게 해준 말들을 묶은 부분이다. 문장을 읽으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고 지나칠 만한 말들이다. 하지만, 이 문장을 충분히 이해하려면 소설을 읽어야 한다. 왜 그런 말을 할머니가 했는지 앞 뒤 맥락을 알면 그냥 '좋은 말'로 끝나지 않을 것이니까.  30개 중 첫 번째 "돈 관리를 잘한다는 건 아껴 쓴다는 것만 말하는 건 아니야. 돈을 잘 쓸 줄도 안다는 말이야". 그리고, 마지막 "재테크는 특별한 게 아니야.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어야 해 그래야 일상도 투자도 잡을 수 있거든" 할머니가 왜 이런 말을 했는지 궁금하지 않을까?


일하는 엄마를 위한 책

이 책은 특별히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엄마들이 읽으면 좋겠다. 남자들이나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이 읽어서 안되거나 나쁠 건 없지만 주인공의 마주친 삶의 무게나 절박함을 잘 느끼지 못할 듯하다. 나 역시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공감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경제가 중요하다고, 재테크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나이가 아이가 태어났을 때였다. 어느 날 갑자기 울기만 하는 생명 하나가 생겼다. 산후조리원에 있던 아이가 집에 들어오기 전날 밤. 집에서 혼자 아이 옷 가지와 물품을 챙기는데 문뜩 '어쩌지? 그 아이가 스무 살이 될 때 내 나이가 몇이지?" 굳이 나이를 밝히지 않겠지만 회사에서 후배들에게 '난 아이가 대학 들어갈 때까지만 직장 생활하고 싶어'라고 얘기했다가 '욕심이 과하시군요'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만큼 나이를 많이 먹었을 때다. 그때의 막막함이란... 내가 더 어렸을 때 '절약'과 '저금'말고 다른 길을 알려줬다면 아이 하나 키우는데 심각한 걱정을 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서 요즘도 (사람들이 읽든 안 읽든) 사회 초년생을 위한 경제 글을 쓴다고 밤늦게 까지 그림도 그리고, 신문도 뒤적거리는 경제적으로 영양가 없는 일을 하는 중이다.


막막한 미래가 걱정인,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 이 책을 읽으면 부자 할머니가 잘 이야기해 주실 거다.  

저자의 브런치


매거진의 이전글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