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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riteller 토리텔러 Feb 19. 2024

가격의 역할

이번 회는 '가격의 역할'입니다.

학문적인 이야기는 보통 '알고 있는 이야기'를 '더 넓고, 여러 가지 입장이 담긴 문장들로 설명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쉽게, 편하게 쓰는 단어나 문장보다 포괄적이고 다양한 측면이 담기도록 표현하기 때문에 다 아는 얘기를 빙빙 돌려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괜히 어렵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그럴듯 하게 포장만 해서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곱씹어 보면 여러 의미가 충실히 담겨 있습니다. 매번 모든 것을 깊고 넓게 고민해 볼 순 없지만 가끔씩 익숙한 단어나 표현 하나를 조금 더 깊고, 넓게 생각해 보면 꽤나 신선한 경험을 느낄겁니다. 


그래서, 다 알고 있는(?)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가격이란?

'가격이 가격이지 뭐...' 싶겠죠. 맞습니다. 저보고 말해 보라고 해도 '가격표에 붙은 숫자'가 가격이지 뭐 다른 게 있겠어?라고 생각할 겁니다. 교과서에선 뭐라고 하는지 풀어보겠습니다. 

 

가격은 '가치'를 나타내는 겁니다. 얼마짜리란 것은 '이 상품(서비스 포함)은 그 돈을 받을 만큼의 가치가 있다'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가치를 나타낸 가격'은 다른 말로 '그만큼 돈을 줘야 한다'는 것이 됩니다. 우리는 보통 '산다', '판다'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사고파는 단어는 일반적이지만 한쪽 방향만 강조한 말이기도 합니다. 산다는 말엔 '돈을 준다'는 의미가 강하고, '판다'는 말엔 '돈을 받는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니 다르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돈을 주고받을 땐 돈만 주고받지 않습니다. 우리는 '거래'를 하니까요.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겠죠. 돈과 반대방향으로 상품(및 서비스)이 흐릅니다. 거래의 기본은 주고받는 것이고, 주고받는 것은 '바꾸는 것'이고. 바꾸는 것을 간략히 표현하면 '교환'이 됩니다.


그래서, 가격의 정의가 만들어집니다. 우리가 '교환할 상품(물건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돈으로 표시한 것'입니다. 왜 이렇게 나눠서 설명하는지 아래에서 좀 더 풀겠습니다. 교환할 때 주고받는 입장이 다르고, 주고받는 사람이 얻는 가치도 각각 달라지게 됩니다.  

(소비자) 구매 의사 결정의 기준

신호등은 갈지 말지(살지 말지, 팔지 말지)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지표입니다. 이처럼 가격은 나의 행동을 결정하는 기준역할을 합니다. 


첫 번째는 돈을 주고 상품을 사는 소비자가 의사 결정할 수 있는 기준입니다. 어떤 의사 결정? 살까 말까입니다. 우리가 가격을 지불하고 구매하는 행위는 머릿속에서 살 거야!라는 의사결정을 따르는 행동이기도 합니다.  

(판매자) 의사 결정의 기준

사는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파는 사람도 있습니다. 시장은 소비자와 판매자가 만나서 거래를 하는 곳이니까요. 가격이 소비자의 구매여부(살지 말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처럼 판매자의 판매여부(팔지 말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교과서에서는 '판매'라기보다는 '만든다'는 표현을 썼네요. 왜냐하면 판매자라고 하면 물건을 파는 것만 생각하지만, 여기서 판매자는 '공급자'의 다른 말이기도 합니다. 남의 물건을 떼서 판매하는 유통업자뿐만 아니라 직접 농산물을 기르거나 기구 또는 도구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즉, 유통업자와 생산업자를 모두 아우르는 말이 공급자이자 판매자가 됩니다. 


그래서, 공급업자는 시장에 물건을 (직접 만들건 다른 사람의 물건을 떼 오건) 공급(판매) 할지 말지 결정해야 합니다. 장사하는 사람들의 거짓말이 "손해 보면서 파는 거예요"라고 합니다. 이 말 뜻은 밑지고 파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죠. 지금 익힌 말로 바꾸면 '장사하는 사람은 손해 보는 가격에 판매하지 않는다는 의사결정을 한다'는 겁니다. 

가격의 두 번째 역할은 효율적인 자원배분입니다. 

어려운 얘기처럼 들립니다.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왜 중요한지부터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경제학에서 다루는 '자원'이란 말에는 '희소한 것'이라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원은 항상 부족한 것입니다. 그래서, 부족한 자원을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가 매우 중요한 경제적인 고민거리가 됩니다. 

 

답은 있습니다.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한다'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효율적인지를 답해야겠네요.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어떤 물건을 갖고 싶은 사람은 여러 명이 있을 수 있어요. 어떤 사람이 가장 필요로 할까요? 교과서적인 답은 '가장 큰 만족을 얻을 사람'입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임영웅 콘서트 티켓은 비싸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사고 싶어 하는 상품입니다. 저는 트로트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별 관심 없습니다. 그렇다면 아무리 가격이 싸게 나와도 저처럼 트로트에 관심 없는 사람은 '비싸다'(=지불하는 가격 대비 가치가 낮다)고 생각할 겁니다. 반면에, 트로트를 좋아하고 임영웅이란 가수를 좋아하는 분들은 '비싸지 않다'(=지불할만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가격은 임영웅 콘서트라는 서비스(이를 만들기 위한 각종 자원이 들어간)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배분될 수 있는 역할을 합니다. 가장 큰 만족을 느끼는 사람이 높은 가격을 지불해서라도 갖고 싶어 할 겁니다. 즉, 가격은 가장 큰 만족을 누릴 사람을 골라내게 됩니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

시장의 또 다른 주체인 생산자(공급자) 입장에서도 가격은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도록 합니다. 저는 지금 배가 고프기 때문에 '피자'를 예로 들어볼게요. 많은 사람들은 피자를 좋아하니 피자를 만들어서 팔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피자를 맛있게 만드는 비법도 알고, 피자를 굽는 시설도 가지고 있고, 피자 원료를 싸게 구하는 거래처도 가지고 있어요. 저는 피자를 좋아하지만 피자를 구울줄도 모르고, 오븐이나 화덕도 없고, 피자 원료도 없어요. 


그럼 누가 피자를 만들어서 팔아야 할까요? 적어도 저는 아닙니다. 가장 경쟁력 있는 기술과 환경을 가진 사람이 만들어서 파는 게 맞겠죠. 그 기준은 '가격'이 됩니다. 3만 원짜리 피자도 있고, 1만 원대 피자도 있다면 각 가격의 가치에 맞게 가장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피자를 만들면서 필요한 자원을 소비하게 될 겁니다. 미슐렝 별이 3개가 달린 식당에서 피자는 10만원을 받아도 팔리겠지만, 평범한 동네의 피자 가게에서 한판에 10만원짜리는 팔리지 않을 겁니다. 동네에서는 오히려 1만원짜리 피자가 잘 팔릴 겁니다. 가격에 맞는 최적(제일 저렴한)의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게만 살아남게 되겠죠.  


핵심은 가격이 최적의 소비자와 공급자를 찾아내는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가성비를 따지는 것처럼 판매자 입장에서도 가성비를 따지게 됩니다. 결국, 가격은 자원이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가격은 실행 및 판단의 기준

가격이란 '살지 말지'결정하는 요소'라는 점은 쉽게 생각했을 겁니다. 사겠다는 결정도 한 단계 깊숙히 들어가면 '가장 큰 만족'을 얻는 사람을 골라내는 기준이 됩니다. 


판매자 입장도 동일합니다. '만들지(그래서 팔지), 말지' 결정하는 요소가 됩니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소비자 입장의  '만족스러움'보다는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가격은 이렇게 시장에 참여하는 수요자(=소비자)와 공급자(=판매자)의 행동과 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가격의 역할은 '합리적 결정'을 돕는 것

친숙한 표현으로 바꾸면 '가성비 만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가격이 싸다, 비싸다고 얘기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가격은 소비자와 판매자의 의사결정을 위한 정보와 판단 기준을 제공하고, 자원의 배분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준다는 의미가 들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설명을 읽고 나면 "그랬구나. 그런 거였구나..."라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와 닿지는 않을 겁니다. 저의 속마음 역시 아래 그림 속 아이의 말에 나타나 있거든요. 그래도 가끔은 아이와 익숙한 단어를 놓고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어떤 입장을 표현할까? 등 이야기해보세요. 생각의 폭도 넓어지고 새롭게 깨닫는 것들도 생길 겁니다. 

아무리 의미 있다고 한들 재미는 없을 수 있죠. 인정합니다. 다행이라면 가격의 역할이나 정의를 묻는 문제는 시험에 자주 나오지 않습니다. 아이가 지루해하거나 설명하기 힘들면 건너뛰어도 뭐... 별 일 안 생깁니다.  


다음 주부터는 우리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래서 누구나 쉽게 이야기하는 수요와 공급을 시작하겠습니다. 꽤 길게 설명할 예정이니 수요와 공급을 정리하고 싶으신 분들은 기대해 주세요!

 



아직 오늘(2월 19일)자 어린이 동아 기사가 웹에 올라오지 않았네요. 

올라오면 링크를 걸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의 사용법은 아시죠? 이 글을 읽어보신 후 만화만 보면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조금 틀리고 잘못 설명해도 괜찮습니다. 아이가 경제에 관심을 갖고, '가격'이란 것이 뭔지 한번 더 생각해 본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아이가 좀 자라서 중고등학생인가요? 그래서, 만화는 좀 수준에 안맞나요?  중고생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선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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