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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n Mar 11. 2021

Ritt momney

헤이구글- 리트 몸니 노래 틀어줘


코린 베일리 래(Corinne Bailey Ree)의 Put your records on이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시절, 태교음악으로 자주 불러준 노래이기도 하다.


특히, 이맘때, 봄이 다가올 즈음에 불쑥 이 노래가 떠오르곤 한다.

몇 주 전, 갑자기 그 노래가 듣고 싶어서 유튜브 뮤직 검색창에 'put your re-'

까지 입력하는데 상위 검색 결과에 ritt momney의 'put your records on'이라는 같은 제목의 노래가 보였다.


ritt momney는 누구지? 생각하며 음악을 재생해 보았다.

제목만 같고 다른 노래일 줄 알았는데 같은 노래다. 코린 베일리 래의 노래를 ritt momney라는 사람이 (나중에 알고 보니 사람 이름이 아니었지만) 편곡한 것이다. 코린 베일리 래의 노래는, 어쿠스틱하고 가볍고 설레는 느낌이라면, ritt momney 가 부른 노래는, 몽환적이고 사이키델릭 했다.

마음에 쏙 들었다.


정보를 찾아보니-

Ritt momney는 Jack Rutter 가 유일한 멤버인 인디 록 솔로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자기가 혼자 활동하면서, 굳이 프로젝트 이름을 따로 만든 것이 유별나고 재밌었다. 발표한 곡도 19곡에 불과했다. 다른 곡들도 다 좋았다.


핸드폰으로 말고, 집안 가득 울려 퍼지게 스피커로 크게 들어야지 싶어서

동그란 나의 헤이 구글 앞에 앉아서 지시를 내렸다.


헤이 구글~ ritt momney의 put your records on 틀어줘~


네~ 더 폴리스의 에브리 브레스 유 테이크 말씀이시죠? 유튜브 뮤직에서 재생할게요~


아니.. 헤이 구글~ 리트 몸니 노래 틀어줘~


네~ 시카고의 하드 투 세이 아임 소리 말씀이시죠? 유튜브 뮤직에서 재생할게요~


아니... 헤이 구글-! 리트 모옴니..아니 리트 멈니 노래 틀어줘


네~ 시아의 스토우맨 말씀이시죠? 유튜브 뮤직에서 재생할게요~


올라오는 짜증과 화를 삼키며

이번엔 다른 전략으로, (노래 제목까지 전부 또박또박 한국식으로 발음하며)


헤이 구글~ 리. 트. 몸. 니. 가 부른 풋, 츄어, 레, 코, 드, 스, 온 틀어달라고_!


그랬더니-


네~ 코린 베일리 래의 퓨추어 레코드 온 말씀이시죠? 유튜브 뮤직에서 재생할게요~


그러더니 곧 다단-단.. 다단-단. 하면서

원곡의-내가 듣자마자 좋아하는 그 노래의 도입 부분 기타 소리가 흘러나왔다.


헤이 구글_! 코린 베일리 래 꺼말고... 리! 트! 몸! 니! 꺼 틀어달라고.. 제발.


그랬더니 헤이 구글이 그제야 싸늘한 말투로 인정하고 만다.


죄송합니다. 리.트.몸.니.의 노래는 현재 유튜브에서 재생할 수 없습니다.



그래.. 그렇구나. 재생할 수 없구나. 헤이 구글도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재생할 수 없는(아마 찾을 수 없는) 노래를 틀어달라고 하니 당황스러운데, 못 찾겠다고 솔직히 말하기엔 자존심이 상하고, 그 상황을 모면해 보겠다고 되는대로 아무 노래나 들이밀었던 것이다.


유튜브 뮤직 앱에서는 재생이 되는데, 그와 연동된 헤이 구글에서는 왜 재생이 안 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재생할 수 없다는데 어쩌겠노.

구석에 놓인 동그란 헤이 구글의 얼굴이 상한 자존심으로 까매졌다. 원래는 회색인데..


깨끗이 포기하고 다시 핸드폰으로 ritt momney를 검색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지금 이 순간,  리트 몸니라는 이름을 이토록 애타게 말하고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나밖에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지금 이 순간에는, 내가 세상에서 리트 몸니라는 이름을 가장 (단기간에) 많이 말한 사람일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순간에 나처럼 그의 이름을 자주 말한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므로... 그냥 가설이 아닌 사실인 것으로 결론)


리트 몸니는.. 아니 잭 러터는 귀가 간지러울까.

그는 상상도 못 하겠지. 한국의 경기도라는 지역, 어느 거실에서 불혹의 여자가 쇼파에 앉아 헤이 구글에게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또 말하고 있을 줄은.


창작을 하는 모든 이들의 꿈은,

이런 거 아닐까.

내가 모르는 누군가의 마음속 무엇인가를 건드리는 것.

그래서 그 사람이 나를 애타게 찾게 하는 것.

내가 만든 창작물이, 나라와 인종, 나이의 경계와 한계 없이 자유롭게 뻗어 나가는 것.


창작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리트 몸니 가 몹시 부러워졌다.

리트 몸니.. 아니 잭 러터씨.

내가 당신의 꿈을 이뤄줬다고요.

물론 나 혼자서 그런 건 아니고... 자존심 센 헤이 구글 덕도 좀 봤어요.


그 뒤로도

심심할 때마다,

한 번씩 헤이 구글에게 리트 몸니 노래를 틀어달라고 명령한다.

그러면 헤이 구글은 당황해놓고 안 그런 척, 네~ 나오미 스캇의 스피치리스 말씀이신가요.?

라며 되지도 않은 노래를 들이밀고, 그러면 나는 또 몇 번 더 리. 트. 몸. 니 의 이름을 또박또박 발음하기를

반복하다가, 헤이 구글이 늘어놓는 비슷하지도 않은 노래들을 듣다가

'와 리트 몸니는 행복하겠다. 내 덕분에'라고 흐뭇하게 결론을 내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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