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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RQUE Dec 04. 2024

나라가 망했는데,  담배 하나 정도는 괜찮잖아!

80. 충격과 공포가 담배를 다시 피우게 했다

지난밤(12월 3일) 두려웠다. 군대는 강하다. 강해야 한다. 그게 군의 존재 이유이자 가치다. 군대의 절대적 무력(武力) 앞에 이념, 관념, 철학 같은 무형적 가치는 무력(無力)해질 수밖에 없음을 잘 안다. 그래서 총부리를 앞세운 군대가 국회의사당에 진입하는 장면은 충격적이었고 두려웠다. 마치 저 총부리가 국민을, 그리고 나를 향하는 것 같았다.  


극도의 공포와 두려움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만들고 이 스트레스가 한동안 생각도 안 나던 담배를 피우고 싶게 만들었다. 헬기가 국회의사당에 착륙하는 모습이 나오고, 동시에 창밖에서 헬기 소리가 들렸다. 심장이 빨리 뛰는 게 느껴지고 손끝이 저려오는 거 같기도 했다. 그리고 담배가 너무나 피우고 싶었다.

나라가 망했는데,
담배 하나 정도는 괜찮잖아!


대충 겉옷을 걸치고 슬리퍼를 신고 담배를 사러 나간다. '나의 금연은 여기서 끝나는구나'싶었다. 대통령 때문에 흡연을 다시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너무 화가 났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와 미쳤네!" 편의점 알바생도 핸드폰을 보며 충격이 빠진듯하다. 손님이 온 것도 모르고 혼잣말을 한다. 왠지 그의 영상 시청을 방해해서는 안 될 거 같아 살며시 음료수 냉장고 앞으로 간다. 눈앞에 맥주가 보인다.

'그래 담배 대신 술을 마시자. 멍청이 때문에 담배를 다시 피우면 더 화나고 속상하잖아!'

맥주 캔 4개를 들고 집으로 온다. 대통령 때문에 담배 사러 나왔다가 맥주 덕분에 금연을 지속할 수 있었다. 역시 대통령은 술보다 못하다.

다행히 계엄은 금방 긑났고 나의 금연은 끝나지 않았다. 다행이다.


금연 80일 차


극도의 공포와 분노가 흡연욕구를 높인다는 것에 놀랐다. 내 몸이 아직 담배에 의지하고 기억한다는 뜻이다. 금연은 참 멀고도 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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