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과 중심지 이론
사람마다의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라면도 제 각각이고, 조리 방법도 서로 다릅니다. 같은 라면이라도 조리 방법이 다르다는 것은 라면에서 기대하는, 좋아하는 것이 서로 다르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 물이 끓을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경우
- 물이 끓기 전에 건 수프만 넣고 물이 끓을 때 수프와 면을 넣는 경우
- 물과 건 수프, 수프, 라면을 같이 넣고 처음부터 조리하는 경우
그리고 라면 불을 끄는 시점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 약간 설익었다 싶을 때 불을 끄고, 꼬들한 면발을 먹는 경우
- 푹 끓여서 퍼진 면발을 먹는 경우
만약, 라면과 수프 이외에 부가 재료를 첨가할 경우,
- 계란을 깨트리지 않고, 먹는 경우 (아마, 노른자를 살리고, 계란 하나를 완전하게 먹는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을 것입니다)
- 계란을 풀어서, 먹는 경우 (계란 자체보다는 국물을 계란에 희석시켜 부드럽게 먹는다는 데 중점을 두고 있을 것입니다)
사람마다 제 각각인 라면 조리법을 두고, 어느 조리법이 더 낫다,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사람이 좋아하는 성향, 취향을 통해 그 사람의 투자 관점과 결부 지어 궁극적인 투자의 지향점을 한 번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 이번 글의 목적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러한 견해 또한 나 자신의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하고서 말이지요.
통상 부동산에서 핵심입지, 중심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업무 지구가 되었든, 주거 지구가 되었든, 사람이 생활하는데 교통과 편의시설, 학군 등이 잘 망라되어 양질 혹은 그 이상의 삶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곳을 핵심입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지역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지역이 대부분입니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니 자연히 시세도 강세를 띄게 되고, 분양이 있다면 높은 경쟁률을 나타냅니다.
반대로, 핵심입지, 중심지와 반대되는 개념도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덜 선호하는 곳이 대표적인 지역이 될 것입니다. 아니면, 핵심입지까지는 아닐지라도 생활 제반 시설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그런 지역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수요보다 공급이 상대적으로 많거나, 수요와 공급이 적정 균형을 이루고 있는 지역이 되겠습니다.
핵심지를 노른자, 비 핵심지를 흰자라고 했을 때 계란과 마찬가지로 부동산에서의 입지도 노른자가 가운데, 흰자가 노른자 주위를 감싸는 구조가 될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를 생각해 볼까요? 만약 노른자가 터져서 흰자와 뒤섞인다면? 노른자는 그대로 있는데, 물을 더 부어서 흰자가 묽어질 경우는?
노른자가 터지면, 주변 라면 국물과 흰자가 뒤섞이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노른자 일부는 라면 국물에 배어들고, 일부는 응고되어 노른자 혹은 노른자와 흰자가 뒤섞인 채로 덩어리가 만들어집니다. 라면의 경우는 그러한데, 부동산 관점에서 보면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핵심지, 중심지의 주변지역으로의 확산
편의 시설, 각종 인프라가 중심에서 주변으로 확산
지역 전체적으로 보면 개발의 속도나 양적인 측면에서 키를 맞춰가는 관점
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정 지역에 대한 규제를 풀고, 건축 인허가를 늘리면서 개발의 훈풍이 주변 지역으로 확산이 됩니다. 자연히 공급이 늘어나고 수요를 만족하거나 능가하는 주택 공급이 이루어집니다. 교육 관점에서 보자면, 여전히 특정 지역을 선호하는 경향은 남아 있겠지만, 해당 지역으로 이주를 하지 않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양질의 교육을 시킬 수 있겠다는 학부모들의 기대와 확신이 어느 정도 자리매김한 경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흰자가 묽어지면, 노른자는 상대적으로 더 노랗게 보입니다. 노른자가 깨지지 않은 상태에서 더 노랗게 되면, 흰자의 존재는 이미 묽어져서 그 존재가치며 위상은 오갈 데 없어지고, 노른자만 더욱더 빛이 나고 주목을 받게 됩니다. 빛이 나고, 주목을 받는다는 것, 그것은 모든 사람들이 선호하고 가지고 싶어 하는 선망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이를 어쩌나요? 라면 끓이는 용기와 라면, 계란, 수프 등 공급은 이미 제한적인데, 모두가 노랗게 된 노른자만 먹겠다고 달려든다면, 라면 중에서도 노른자의 인기와 가치는 더욱더 치솟을 수밖에 없습니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좋아 보이는 것은 남들도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고 싶고, 보유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공급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수요가 몰리니 자연히 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라면을 먹는 사람의 상태는 제각각 다를 것입니다. 정말 배가 고파서 한 끼 해결하려는 사람, 배는 그렇게 고프지는 않지만 요기할 요량으로 먹는 사람, 정말 먹고 싶지 않은데 주변에서 먹으니 분위기상 같이 먹는 사람 등등. 하지만, 라면을 먹는 사람의 입장이 어떻게 되었든, 수요 관점에서 '배고픈 사람은 빠지고 정말 배고픈 사람만 줄을 서시오'라는 구분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시장 논리에 맞지 않습니다. 만약에 이를 구분할 수 있는 시장의 메커니즘만 있고, 수요의 종류를 구분해서 동일한 물건에 대한 가격을 차등화할 수 있다면, '임대차 3 법'에 대한 논란은 존재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자본주의 시장 체제하에서는 가격이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어찌 보면 제한된 자원(라면, 수프, 건 수프), 제한된 공급하에서 라면을 통해 최대의 만족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불을 잘 끄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을 너무 짧게 끓이면 라면이 채 익지 않은 상태가 될 것이고, 너무 오래 끓여도 라면이 퍼진 상태가 됩니다. 적절한 탄성과 국물이 배어든 면발을 맛보기 위해서는 적정 시점에 불을 끄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투자 관점이 되었든, 실수요가 되었든 제한된 자원(대출까지 포함)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군다나, 예전같이 라면을 1 사람이 2, 3개 끓일 수 있는 시점은 더더욱 아닌 만큼 1개를 얼마나 맛있게 끓일 수 있느냐가 중요한 관건일 것 같습니다. 이는 곧 '똘똘한 한 채'라는 명제로도 귀결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