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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서생 Jan 07. 2024

김대중은 왜 노무현보다 저평가되었나?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에 부쳐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얼핏 생각하면 그는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과 엇비슷하거나 때론 그들만도 못한 정치인인 것처럼 보인다. 2023년 시사주간지 <시사인>에서 조사한 전직대통령 신뢰도를 보면, 노통은 32.4%로 압도적 1위, 문통은 10.9%로 박정희(22%)에 이어 3위를 기록한 반면, DJ는 10.3%로 4위에 머물렀다. 나는 이 결과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인정하지는 못하겠다. 솔직히 이 택도 없는 DJ 저평가가 심히 못마땅하다. 그래서 난 국민은 언제나 옳다거나 우리 국민은 늘 현명하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 국민은 누구를 평가할 때 좀 더 냉정해져야 한다.




DJ는 결코 노통/문통과 동일한 잣대로 평가되어서는 안 되는 인물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노통과 문통은 실패한 대통령이고 DJ는 성공한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다만, 노통은 실패했으나 기득권과 싸운 당당한 자세와 정확한 문제의식에 갈채를 받는 것일 뿐이다. 재임시절 내내 높은 지지를 받은 문통은 성과와 실책을 상쇄하고 나면 실은 내세울 게 별로 없는 인물이다. 어쩌면 그는 의도하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검찰독재를 키워준 결정적 실책을 범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DJ는 재임 중 IMF 극복, IT강국과 복지국가의 기반 마련, 남북 평화체제 정착, 문화강국의 토대 구축, 용서와 화해의 정치문화 조성 등 많은 가시적인 업적을 남겼다.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와 민주진보세력의 정권 재창출도 한 진영의 성과를 넘어서는 역사적 기여다. 이들 업적은 그의 정치이력 중 거의 전 기간 동안 벌어진 끊임없는 살해위협, 투옥, 가택연금 그리고 빨갱이라는 부당한 이념 공격을 이겨내고 거둔 성과이기에 더욱 값지다. 이에 대해  세계인은 노벨평화상을 줌으로써 그에게 뜨거운 존경을 표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그에게 존경은커녕 신뢰를 보내는 것조차 대단히 인색하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노통의 예상치 못한 자살로 인한 지못미의 감정이 DJ에 대한 신뢰까지 노통에게로 쏠려가게 한 것이 아닌가 짐작해볼 수는 있다. 어쨌든 심히 안타까운 일이다.


100주년 기념식 기념촬영 장면을 보니, 그 자리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개체가 눈에 띈다. 한 개체는 파충류로, 늘 DJ를 팔고 그 정신을 참칭하지만 엘리트의식에 젖어 분열을 조장하는 능구렁이. 다른 한 개체는 어류로, 민주와 자유와 시민의 개념을 왜곡하면서 깐족깐족 검찰독재를 획책하는 미꾸라지. 다른 곳은 몰라도 적어도 거기에만큼은 있어서는 안 되는 개체들인데 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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