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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나 Mar 07. 2024

내 개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

행복한 반려생활을 위한 울타리


강아지를 키우기 전 수많은 걱정거리 중 하나는 '여행'이었다. 이제 아이들도 좀 크고 데리고 다닐만한데(어린아이들 데리고 여행하는 걸 지인은 '삼보일배'라고 표현했다. 이런 적확한 표현이라니!) 또 집에 발이 묶이는 건 아닐까. 치밀한 계획형인 우리 부부와 우리보다 더한 큰아들이 사는 집은 한 두 달 주말 일정쯤은 미리 잡혀있는 편이다. 하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것도 많고, 만날 사람도 많은 우리 가족, 이런 삶에 강아지를 더할 수 있나. 그러나 고민이 무색하게 마루에게 간택을 당해버렸고, 우리는 얼떨결에(!)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으로 진입하게 되었다. (처음 읽으시는 분은 아래 ‘프롤로그’ 참고해주세요.)


https://brunch.co.kr/@tosiena/67


그런 우리에게 구원자가 있었으니 바로 앞 단지에 사는 동네 친구 가정이다. 이 년 전 영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후 친했던 이웃들이 모두 떠난 동네에서 새로 사귄 친구네다. 당시 큰 애 학교 반 학부모 줌 미팅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엄마가 있었다. ‘저 사람 참 괜찮아 보이네.’ 속으로 생각하고 말았는데, 둘째 반 미팅에서도 있는 게 아닌가! 순간 ‘이건 인연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학교 선생님께 연락드려 연락처를 받았다. 내 직감대로 그녀는 정말 따뜻하고 사려깊은 사람이었고, 아이들에 이어, 남편들까지 온 가족이 만나 자주 시간을 함께 보내는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우리가 강아지를 키우게 되었다는 소식에 가장 반가워한 것도 이들이다. 보자마자 우리 못지않게 마루와 사랑에 빠져버린 네 식구는 “어디 여행 갈 일 있으면 우리에게 맡겨요!”라고 흔쾌히 제안했다. 작년 말 갑작스레 일이 있어서 며칠 친정에 내려갈 때도, 지난달, 시가 식구들과 1박 2일 여행을 갈 때도, 얼마 전 결혼 15주년 기념 해외여행을 다녀올 때도 이들이 있어서 갈 수 있었다. 낯선 호텔링이나 펫 시터 대신 믿고 맡길 친구네가 있다는 게 그렇게 고맙고 든든할 수 없다. 워낙 자주 집을 왕래하고 마루와도 얼굴을 튼 사이라 별다른 걱정 없이 보낼 수 있었다. (그래도 뒤돌아서서 눈시울이 붉어졌다는 건 안 비밀!)     


아이들에게도 강아지에게도 꼭 필요한 ‘이웃’이라는 울타리


지난 주말엔 예전에 다녔던 교회 식구들을 만났다. 아이들이 어릴 적, 함께 집을 짓고 사는 걸 꿈꿨던 네 가정이다. 공동체 주택을 짓고 사는 공동체를 방문하기도 하고, 경기도 일대를 샅샅이 훑으며 땅을 보러 다니는 등 ‘따로 또 같이’ 사는 꿈을 꾸었지만, 현실적인 벽은 높았다. 그중에 포기하지 않고 단독주택을 지은 한 가정이 있으니! 아이 여덟(일곱이 아들이다!), 어른 여덟이 있어도 넉넉한 집, 층간소음 걱정 없는 이층집이 우리 모임의 구심점이자 아지트가 되었다.   

  

마루를 안고 들어선 그날 밤, 모두 우리 집에 셋째가 태어난 것처럼 격한 환영을 해주었다. 비록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성인 남자도 있었지만(알고 지낸 지 십오 년 만에 그런 모습은 처음이야!) 마루는 신기하게도 그를 졸졸 따라다녔다. 평소 진지한 그답지 않게 움찔움찔하던 모습은 모두의 웃음 버튼이었지만 마지막 날에는 자발적으로 마루를 들어 올릴 정도로 친해졌다. 특히 여덟 아이에게 마루는 인기 최고! 강아지보다 고양이가 훨씬 좋다던 사춘기 아이는 나중에 마루의 매력에 빠져 “너무 귀엽다, 너무 귀여워요!”를 연발하기도 했다. 다행히 사람을 좋아하는 마루는(강아지 MBTI가 있다면 E 성향인 게 분명하다) 환경변화에도 몸살 없이 무사히 잘 지내주었다.       


마루를 안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과 이야기를 나눴다. 좋은 사람들이 옆에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함께 아이들을 키우고, 먹고, 놀고, 이야기하며 우리를 지켜주었던 공동체가 이제는 우리 마루에게까지 확장되었다고. 앞으로도 마루와 함께 한 시간이 우리 가족 뿐 아니라 주위 친구들에게도 어떤 추억으로 쌓일지 기대가 된다. 훗날 우리 마루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날이 오더라도(ㅠㅠ) 마루를 함께 기억해 줄 사람들이 있다는 게 든든하게 느껴진다.


이 날의 웃음버튼: 친해지길 바라 (당사자 허락 득)


마루와 살면서 녀석을 혼자 두고 나가는 일이 늘 마음이 쓰인다. 꼭 여행뿐 아니라 장시간 외출도 그렇다. 최대한 줄이려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생기는 법. 그럴 때 마루를 맡아줄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감사하다. 우리의 부담도 덜고, 친구들은 강아지와 함께 하는 기쁨을 누리고(뭐니 뭐니 해도 노력 대비 기쁨은 ‘친구 강아지’가 최고 아니겠습니까?!), 마루를 사랑해주는 이들이 늘어나니 일석 삼조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너무 많이 써서 식상해져버렸지만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명문은 ‘행복한 반려 생활을 위해 커다란 육견(育犬)공동체가 필요하다’로 바꿔도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에게도 마루에게도 큰 행운인 내 친구들,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 잘할게요!     


노력 대비 재미는 역시 ‘친구네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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