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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나 Mar 19. 2024

외로운데 강아지 하나 키울까?

반려 생활, 고립감과 안정감 사이


얼마 전 구독하는 뉴스레터에 흥미로운 글이 실렸다. 제목은 '강아지와 1인 가구의 고립'. 마루와 함께 살기 시작한 뒤로 강아지 얘기라면 자동 클릭하고 보는 나에게 흥미를 마구 유발하는 제목이었다. 글을 쓴 이는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반려견을 키우는 1인 가구 청년이다. 독립 후 강아지를 데리고 나와 키우느라 직장 외에 저녁 약속이나 술자리 등 다른 활동을 하기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하루 종일 자기를 기다리는 강아지를 생각하면 얼른 집에 돌아와서 산책부터 시켜야지, 싶고 그렇게 반복적으로 약속을 거절하다 보니 '사회적 고립감‘ 마저 느끼게 되었다고.


읽으면서 끄덕끄덕 공감이 갔다. 나야 1인 가구도 아니고 가족들과 함께 마루를 키우고 있지만 다들 회사, 학교로 떠나고 나면 나와 개 둘이 남는다. 집에 있을 때 나랑 꼭 붙어있는 녀석인지라 장시간 집을 비울 때면 마음이 편치않다. 누군가 집에 돌아올 때까지 가만히 침대 위에 누워서 기운 없이 지낼 녀석을 생각하면 최대한 발걸음을 재촉해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다 보니 두 번 약속을 한 번으로 줄이고, 요즘은 웬만하면 집에 있지 싶다. (aka. 이렇게 집순이가 된다.) 강아지와 친해질수록 사람과는 멀어지는 역설, 이게 반복되다 보니 뉴스레터에 나온 청년이 말한 고립감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가 되었다.


엄마 다리는 마루의 전용 방석. 얘야, 에미 다리 저리다…


사실 마루와 집에 있을 때는 그래도 괜찮다. 내가 가장 외로울 때는 산책을 시킬 때다! 내 속도가 아닌 개 속도에 맞춰서 걷다 서다를 반복하는 과정은 솔직히 지루하다. (마루 귀 닫아...) 다들 “매일 개 산책시키면 운동도 되고 좋겠다.“ 라고 하지만 치와와 보호자에겐 맞지 않는 말이다. 이건 절대 운동이 아니다! 기분 전환용 동네 한 바퀴랄까? 그것도 매일 같은 곳, 같은 코스를 돌아오는... 천성적으로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반복을 지겨워하는 나에게 이건 ‘수행’과 맞먹는다.


요즘은 그 시간을 좀 더 잘 견디기 위해 전화를 건다. 시시콜콜한 얘기를 잘 들어주는 동생이 주로 수신인이다. 가끔 엄마에게 안부전화도 드리고... 그러다 전화를 걸만한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또 쓸쓸해진다. 이런 얘기를 남편에게 했더니 "어쩐지... 강아지 산책하는 사람들 보면 다 무표정이야." 한다. 맞다. 아이들 어릴 때 유모차 밀면서 하릴없이 동네를 서성였던 기억과 현재의 개 산책이 오버랩된다. 사람 육아나 개육아나 외롭긴 마찬가지인가? 다른 보호자들도 그런 외로움과 지루함을 견디고 있다니 동지의식이 느껴지는구먼.


그러나 고립감만 있다면 어떻게 반려견을 키우랴. 고립감의 반대편엔 안정감이 있다. 영국에 살 때 집집마다 있던 액자 중에 기억에 남는 문구 “A home is where my dog is.“ 는 단순히 보호자 - 동물 이상의 유대관계를 보여주는 말이다. 이 세상 어디든 내 개가 있는 곳이 곧 내 집이라니.나 역시 힘들었던 지난 몇 주동안 녀석의 존재를 통해 사람이 주는 것과 다른 고요한 위로를 경험했다. "너 없으면 어쩔 뻔했니..." 길고 보드라운 마루의 털을 쓰다듬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와버린 진심에 놀랐다. 내가 이렇게 너에게 많이 기대고 있었구나…


마루를 꼭 안고 누워있으면 내면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괜찮다, 다 괜찮아...' 이렇게 녀석의 따뜻한 체온이 내 가슴을 덮여줄 때면 후회로 점철된 과거와 불안한 미래는 사라지고 오직 현재만 남는다. 현자들이 그렇게 집중하라던 현재, 오직 ’지금 여기‘라는 감각이 선물처럼 다가온다(The present is a present.) 강아지 쓰다듬기는 어쩌면 명상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면 너무 오버일까.


집중 육아기, 아이들을 키우면서 참 외롭고 답답했다. 동시에 가슴 떨리는 행복감과 충만함도 동시에 느꼈다. 평정심이라고는 허락되지 않는 롤러코스터였다.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는 동안 십 년이 흘렀고 아이들이 자랐다. 마루와 함께 하는 6개월, 아이를 키울 때의 책임감과 막막함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모르는 새 돌봄의 짐을 무겁게 지고 있었나 보다. 고립감과 안정감 사이에서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는 나, 6개월이 된 초보 반려인인 나의 초상이다. 그러니 "나 요즘 외로운데 강아지 하나 키울까?" 누군가 묻는다면 글쎄,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 반려견과 함께 산다는 게 외로운 당신을 더 외롭게 할 수도 있고, 그 허전한 빈 공간을 얼마간 채워줄 수도 있으니. 알고 보면 세상사가 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사진 출처: @unsplash



그러나 아무도 없는 산길에서 목줄없이 쌩쌩 달리는 마루 모습은 우울증 치료제 그 자체다! #달려라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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