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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에나 Jun 17. 2021

계속해보겠습니다

꾸준한 글쓰기의 비결은 ‘공동체’


  ‘어머, 이건 해야 해!’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예전부터 글을 쓰라는 조언은 많이 들었지만 ‘에이, 이 세상에 글 잘 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나까지 써.’ 하고 넘겼다. ‘이제 진지하게 글을 써봐야지, 브런치도 시작해야겠다.’ 다짐은 했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블로그에 이런 다짐과 고민을 나누었더니 스페인에 사는 오랜 친구가 댓글을 달았다. 독일에 사는 작가님의 글쓰기 수업이 있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뭐든 이름과 그에 담긴 의미를 중시하는 터라 먼저 <다독이는 글쓰기>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내 삶이 글이 될까?’ 고민하는 초보 작가들에게 ‘당신도 쓸 수 있다고, 무슨 글을 쓰든 괜찮으니 일단 시작해보라’고 다독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세부내용을 보니 글쓰기 기초부터 책 출간 팁까지 실질적인 내용을 다루어주실 것 같다. 무엇보다 매주 한 편씩 글을 쓰고 첨삭을 해주신다는 게 좋았다. 곧장 신청서를 썼다.     


  그렇게 다독이는 글쓰기 4기 멤버가 되어 3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 글쓰기 수업을 들었다. 한 주에 한 편 쓰는 과제가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한평생 모범생으로 산 습관 덕분인지 성실하게 해냈다. 그리고 기대했던 첨삭. 다른 사람이 내가 쓴 글을 읽고 피드백을 주는 게 처음이었기에 설렘 반 걱정 반. 글을 마무리한 후 선생님께 메일을 보내고 나면 괜스레 자꾸 메일함을 열어본다. 답장이 온 걸 확인하면 늘 두근두근, 꼭 연애편지에 답신을 받는 기분이다. 다정한 안부 뒤에는 꼭 “좋은 글을 읽게 해 줘서 감사합니다.”라고 덧붙여주신다. 맞춤법, 띄어쓰기는 물론 글의 구성과 가독성을 높이는 조언까지 아낌없이 베풀어주시는 선생님. 지난번엔 소설 인용구에 쪽수까지 직접 찾아서 넣어주시는 세심함에 감동했다. 선생님이 내 글의 첫번째 독자라는 게 늘 든든하다.      


  4주간의 글쓰기 수업을 마치고 제법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 세 편이 완성되었다. 문제는 글쓰기 수업이 끝난 후 한 달간 단 한 편도 쓰지 못했다는 것. 글쓰기는 시간과 에너지가 드는 ‘집필 노동’이기 때문에 피곤한 하루 끝, 혹은 그 일을 밀쳐두고 자의로 책상 앞에 앉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늘 나의 에너지를 요구하는 다른 일들이 눈앞에 먼저 보였고 글쓰기는 자연스레 뒤로 밀렸다. “아무래도 혼자서는 안 되겠어요. 합평반을 열어주세요.” 글쓰기 선생님에게 SOS를 친 후 다행히 합평반, 그것도 유럽반이 열렸다. 이제는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에 사는 동료들과 격주로 만나 서로의 글을 읽고 좋았던 점과 보완할 점을 나눈다.     


  첫 글을 올린 날, 한 동료가 “혹시 브런치 하시면 다들 공유해주실 수 있을까요? 글 더 읽어보고 싶어서요.” 하는데 어이쿠, 나만 아직 브런치 작가가 아니었다. 부랴부랴 그간 쓴 글을 다듬고, 작가 소개와 앞으로 쓸 목차를 써서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했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목이 빠져라 기다린지 5일 만에 작가 승인 메일이 도착했고, 선생님과 동료들, 지인들에게 넘치는 격려와 축하를 받았다. 그렇게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이미 브런치 작가인 우리 글쓰기 동료들 자랑을 좀 해야겠다. 스페인에 사는 쌍둥이 엄마인 S님, 푸드 칼럼니스트를 꿈꾸는 그녀의 글은 참 감각적이다. 스페인의 맛있는 식당이나 선물 상점을 묘사한 글은 어느새 나를 스르르 그 자리로 데리고 간다. 사진을 보지 않아도 이미 그날 분위기, 맛, 향기까지 다 느낄 수 있다. 그런 글만 잘 쓰는 줄 알았더니 자신의 아픔을 담담히 고백하는 글로 같은 경험이 없는 나도 생생히 공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탈리아에서 여행업에 종사하는 H님은 반전 매력이 넘치는 사람. 합평 시간에 수줍게 글을 읽어 내려가는 그녀가 과거에 ‘판매의 여왕’이었다니! 믿을 수가 없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탈리아의 햇살과 바다, 여행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합평반에 들어오기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아니면 누가 나에게 이런 찬란함을 선사해줄 것인가. 나와 같이 영국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사는 C님의 글에서는 그분의 성격이 읽힌다. 어떤 상황이든 긍정적으로 헤쳐 나가는 파워를 가진 사람! 여러 나라에서 산 경험이 그렇게 만들었을까. 겁도 생각도 걱정도 많은 나는 그녀가 내뿜는 에너지를 언제나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본다.       


  의지가 약하고, 뭐든 작심삼일인 나는 나를 잘 믿지 않는다. 진지하게 글을 써봐야지, 정기적으로 올려야지 굳게 다짐하고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해도 어떤 핑계든 만들어 그만 쓸 사람이다. 바빠서, 피곤해서, 다른 일에 밀려서, 아이가 아파서, 방학이라서...... 언제나 쓰지 않을 이유는 충분하다. 나를 믿지 않아도 공동체는 믿는다. 글쓰기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선생님과 동료들이 함께 하는 한 나는 계속 쓸 것이다. 그런 이유로 합평반에 들어간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 그건 계속 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니까. 그렇게 하다 보면 혹 다른 세계가 열릴지도 모르니까. 지인들이 반 장난 삼아 “안 작가님!”이라고 불러주는 소리가 사실 싫지 않다. 언젠가는 나도 내 이름 석자가 콕 박힌 책 한 권을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꾸준히 계속 쓴다면,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나를 매혹하는 황정은 작가의 제목을 빌려 쓴다.  

   

  계속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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