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로 살깍기 1
코로나 19가 준 기회라고 생각해야 되나? 타의에 의한 자가 격리 시간에 벌써 30번 이상의 달 모양이 바뀌었다. 코로나라는 역병이 돌기전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똑같은 길이의 치약을 칫솔 위에, 거의 비슷한 량의 샴푸를 머리에 비벼 거품을 내어 씻는 무의식적인 행동의 반복이었다. 배가 안 고파도 무엇인가를 입에 넣고 위장에 내려보냈다. 그러고는 '출근 준비 완료'라는 내 나름대로의 의식을 치르고 돈을 찾아 집을 나섰었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발생하고 난 후부터는 내가 늦잠을 자도, 같은 옷을 6일 동안 입고 집에서 빈둥거려도 모든 게 용서되는 면죄부를 줬다.
코로나 팬데믹, 자가격리, 외출 자제,,, 이러한 생소한 단어들은 지금까지 관성의 법칙처럼 거의 매일 하던 일들을 멈추게 했다. 그 대신 생각 없이 해왔던 일상과는 다르게 하루 2시간의 산책, 익숙하지 않은 음식 맛을 내는 주방에서의 창작의 시간 그리고 260기가가 넘는 옛날 사진 정리도 하게 됐다.
오래된 사진 보며 회상도 하고 유튜브 보면서 '나는 노후 준비가 됐나?'에 대한 앞으로의 고민도 해본다. 그중에서도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은 유튜브 보고, 골프 치는 일이었다.
유튜브야 틀어놓고 멍하니 앉아있으면 시간은 가고, 골프 치는 일은 어쩌면 내가 프랑스에서 해 본 일중에 가장 금전적으로 저렴한 일이 아닐까 싶다.
이유는 1년에 210만 원 정도 내고 회원이 되면 365일 매일 가서 볼을 때려도 다른 비용이 없다. 물론, 시간 또한 4시간 정도가 나도 모르는 지나가버린다. 이렇게 시작한 골프가 점수가 내려가는 효과보다는 몸무게가 점점 싱글로 향하고 있어서 글로 남겨본다.
골프장 예약은 아침 8시로 해놓았지만 그것은 8시부터 예약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골프는 7시 30분에 필드로 나가면 됐다. 골프장 직원들은 8시에 출근하니깐 그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고 골프를 다 치고 와서 8시에 예약이 됐다고 해도 된다. 한국에서는 골프 치는 사람들은 좀처럼 이해가 안 가겠지만 나 사는 동네는 가능하다. 7시 30분이면 공도 잘 보이질 않는다. 그런데, 나보다 먼저 나오는 할아버지들이 있다. 그 할아버지들이 나가기 전에 내가 먼저 치고 나가야지 아니면 그분들 뒤를 계속 따라가야 하는데, 할아버지들은 공을 잘 치러 나오는 게 아니고 골프장에서 사람 만나고 6시간 가까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골프장에 오는 듯했다.
깜깜해서 공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치는지 봤더니 특수한 골프공이어서 마치 밤낚시할 때 사용하는 야광찌같은 볼을 사용했다.
그래서 나도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다. 이른 새벽이라서 공이 안 보일 때는 연습장 공을 사용하고 해가 떠서 공이 보이면 일반공을 사용하는 묘책이 떠올랐다. 사람은 분명히 환경에 적응해가는 게 맞다.
두 홀 정도 지나면 해가 뜨기 때문에 연습공을 잃어버려도 부담 없었다
카트를 타지 않고 골프백을 등에 짐 어지고 18홀을 걸어서 돌면 대략 14000보에서 14500보 정도를 걷는다.
물론, 공이 얼마만큼 잘 맞고 안 맞고 차이는 있지만 아무리 못 걸어도 14000보 정도는 찍힌다.
이렇게 시작된 걷기는 내가 31Kg을 감량하는데 첫 삽을 뜨는 것과 이어졌다. 이제 골프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코로나 체중 감량에 관한 이야기를 써 내려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