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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일영 Sep 29. 2020

유약한 심장은 가랏

이지옥을 살아가는 거야, 고바야시 에리코, 한진아 옮김, 페이퍼타이거


 학창 시절에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다.

함께 어울려 놀던 여자 친구들이 있었는데 어떤 이유로 시작되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한 학년이 끝날 때까지 날 괴롭혔더랬다.

 

예를 들면 이런 상황이다.

음악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나를 칭찬했다면 음악 수업이 끝나고 교실로 돌아오면서 따돌림의 주도자격인 아이가 아주 큰 소리로 선생님이 칭찬하던 상황을 비꼬기 시작한다.

 "쳇, 쟤가 잘하는 거면 세상 병신들이 전부 다 잘하겠네"같은 그런 말들.

  한창 예민하던 그 시기에 나는 자살을 생각했다. 그 아이들의 괴롭힘이 두렵고 무서워서 매일 수업시간에 유서를 쓰고 도움을 청하고 싶어 상담 선생님을 찾아간 적도 있었다. 끝날 줄 모르는 괴롭힘과 따돌림은 나를 점점 더 위축되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와는 다른 이유로 마신다.

술은 쓸쓸하거나 한가할 가 아니라, 일을 마친 후 긴장을 려고 마시는 것이다.

당연한 사실을 그동안 잊고 있었다. p108


나는 혼자 설 수 있는데 어느새 스스로 서는 일을 멈춰버렸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서는 방법조차 잊어버리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금은 제대로 서 있다 p134


사회도 근로자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야근 강요를 부끄러워했으면 좋겠다. 사무실 분위기가 나쁘면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가 불편해한다. 누구나 분위기가 딱딱한 직장에는 있고 싶어 하지 않다. 한 사람이 쓰러지면 사회가 받는 손실도 크다. 근로자는 복귀하기 힘들고, 목숨을 끊을 수도 있다. p140


매일 일어나 출근할 곳이 있고, 할 일이 있다는 것, 사람에겐 참 중요하다. 직장이 없을 때 갈 곳이 없었고,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도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이 세상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았구나, 이런 생각만 강하게 들었다. p140


약자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생각했으면 한다. 이들이 살기 좋은 사회야말로, 모든 사람이 살기 좋은 사회. p142


그렇다. 나는 일하고 싶었다.

의사도 기초생활보장 관계자고 나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고 했. 하지만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한 채 가만히 있다 보니 초조해지고 불안만 커져갔다. 다시 사회로 돌아가는 길은 멀게만 보였다. 어디까지나 내 경우지만. 너무 긴 휴식은 마음의 건강 해는지도 모른다. p144


평범하게 일하고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었다. 이 '평범'이 얼마나 손에 넣기 힘든지 배웠다. 보석도 비싼 옷도 필요 없다. 단지 하루하루 만족하며 살아가고 싶었다. 이것이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큰 욕심이다. 그 바람이 이루어지기까지 앞으로 한 발 남았다.

디즈니랜드에 가는 것도 데이케어의 프로그램이 아니어서 좋고, 함께 가는 상대도 데이케어의 멤버가 아니어서 좋다. 나는 내가 원할 때,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간다. 이 생활을 붙잡고 싶다. p145


애로 만화 편집부에서 일을 하다가 자살시도를  하고 다시 사회인으로 나오기까지의 에피소드들을 묶은 이 책을 보면서 내 끔찍했던 학창 시절이 생각났다. 매일 자살을 꿈꾸던 그 시절이.

 누군가의 도움이 간절했지만 도움이 길은 오지 않았고 나는 내내 괴로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에게는 학기에 끝이 있었지만 저자에게는 스스로 빠져나와야만 하는 숙제가 있었다.

 누구에게든 상처는 있고 그 상처를 치유해야 하는 것 역시 자신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단단해지지 않으면 누가 또 상처를 낸다면 쉽게 무너지니까. 완벽하지 않아도 단단한 자신을 향해 나아가는 저자의 모습을 응원했다. 밝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상처가 있는 우리들이 함께 읽고 희망을 꿈꾸기는 좋은 이야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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