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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일영 Sep 13. 2020

홀가분해지지 못했습니다

마흔에는 홀가분해지고 싶다. 오카다 이쿠, 최윤영 옮김, 유노북스

나도 가벼워지고 싶었다.

스무 살에 상상했던 마흔과 지금의 마흔은 아주 다르다. 그 차이만큼 나에게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고, 어느 부분에서는 대견한 부분도 있다.

그래도 여전히 조금은 실망스러운 지금.


빼도 박도 못하게 중년으로 접어든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일이 그만두어야 하는 일들과 노화의 징후들을 받아들이는 것. 어릴 적 어른들이 하시던 말씀 그대로 아직도 마음은 이팔청춘이니  번뇌가 많은 요즘이었다.




요즘 들어 그만둔 일이 있나요? 하고 말이다.

우리는 나이 들면서 마주하는 상실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p55



그것은 식이라기보다 욕망, 어쩌면 손해 보고 싶지 않은 욕심에 가까웠다.

음식을 소홀 취급하지 않아야 한다 p67


노인이 되었을 때 발에 걸려 넘어지지 않을 정도의 건강만 유지할 수 있다면, 그리고 작년에 입은 청바지를 올해에도 입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p69


하루의 3분의 2를 자기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은 노예라는 니체의 말이 생각난다. 하루의 24시간 중 16시간은 자신의 것이고, 타인을 위해 바쳐도 되는 시간은 8시간까지인 것이다. p77


부디 즐거움을, 조심하기 바란다

분명 좋아했는데 멈추어 보니 전혀 좋아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인생에는 그런 일이 의외로 많다. p111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과 '돈은 자고로 모으는 게 아니라 쓰면서 불리는 것이다'라는 말을 이제야 이해가 된다 p147


돈을 사용해 시간을 산다. 수고를 줄이고 고민을 푼다 p152


 운전을 그만두고 백배 더 좋아졌다.

18년 동안 '운전하기'와 '운전 안 하기 '사이에서 질질 시간을 끌면서 발버둥을 치다가 그서야 비로소 끝을 맺었다. 역시 나 맞지 않는 일은 안 하는 게 최고다 p224


사회에 나가 일하면서 내 시간을 팔아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다시 내 시간을 돌려받는 운영을 반복한다. p263


인생에서 참고 견디는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고 여긴다 p275


같은 피가 흘러도 가치관이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유전자를 물려받은 관계일수록 가까이 있으면 서로 불편한 법이다. p276


우리는 자발적으로 관계 형성을 위해 한 번도 제대로 노력해 본 적 없다는 듯이 수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p279




작년 가족여행을 준비하면서 장롱면허를 탈피하고자 연수를 받았다.

내가 운전하는 차가 움직이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면허를 따 놓은 지 이십 년 만에 차를 운전하는 모습이 성공한 여성인 것만 같아 신도 조금 났는데. 결국 제주도에서 딱 하루 운전하고 도망쳐버렸다.

남들 다하는 운전 따위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가 해보니 그게 쉽지 않아 운을 그만두고 백배 더 좋아졌다는 저자의 말이 위로가 되었다.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의 경계를 잘 찾아야 한다는 것은 직업선택에서 보다도 인생의 기로에  더 적합한 말인 것 같다. 여전히 마음은 스무 살이니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정작 내 몸은 따라주지 않을 것이다.


가볍게 읽고자 선택했는데 무거워진 기분.

나는 아직도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의 경계가 모호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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