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이 있다는 것

오늘도 요가를 했다.

by 이일영

매일의 루틴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그것을 지켜나가는 내가 가끔은 대견하기도 하고.


매일 새벽에 일어나 요가를 한다. 꽤 오랫동안 인터벌 트레이닝이나 근력운동을 매일 해왔는데 언제부턴가 관절에 무리가 오는 것 같기도 하고 운동 자체가 지루했었는데 요가는 근력운동에 비해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이라 다시 시작한 후로 출근 전 20분이든 30분이든 꼭 아침운동을 하게 되었다. 운동이 습관이 된지는 오래되었는데 매일 헬스장을 간다거나 요가원을 간다거나 하는 거창한 습관은 아니고. 작은 방하나에 항상 매트를 펴두고 10분이든 20분이든 맨손체조를 하는 정도이다. 하지만 매일의 습관이 들고나니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밥을 먹고 양치질을 하듯이 운동을 하는 것이다.


진부한 말이지만 아침운동을 하고 나면 하루가 상쾌하다.

눈 뜨자마자 바로 매트가 있는 방으로 간다. 유튜브로 오늘 할 운동 혹은 요가를 고르고 잠도 깨기 전에 몸을 움직인다. 그렇게 움직이다 보면 잠이 깨고 땀이 송골송골 맺히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뿌듯함이라고 해야 하나 오늘도 해냈구나 하는 작은 성취감들이 느껴진다. 근력운동을 힘차게 한 날은 샤워 후 지하철을 탄 이후까지도 땀이 줄줄 흐르기도 하는데 불편하면서도 그게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손수건으로 연신 땀을 닦아내면서도 오늘 할 숙제를 모두 끝냈구나 하는 기분이다.


요가를 주로 하는 요즘은 근력운동을 할 때처럼 땀이 비 오듯 쏟아지지는 않지만 몸이 너무 가볍다.

체중이 줄어든 것도 아닌데 몸 전체가 부드럽고 말랑말랑해진 기분이 든다. 누가 뒤에서 바람만 후, 하고 불어주면 사뿐 날아오를 것 같은 느낌이랄까. 아쉬탕가를 매일 하던 시절에는 느낄 수 없던 기분이었는데, 빈야사와 하타 같은 가벼운 요가를 매일 하다 보니 아쉬탕가 수련을 할 때보다 부담감도 덜하고 아주 가벼운 기분이다. 마음이 가벼우니 몸도 가벼워지는 것인지 외형적으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데 이렇게 몸과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라고 있는 요즘이다. 요가는 운동이 아닌 수련이라는 말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주중에는 가벼운 수련 위주로 하니 주말 중 꼭 하루는 아쉬탕가 프라이머리 하프 시리즈를 수련한다. 매일 하던 때보다 안되던 동작도 많고 혼자 하다 보니 진도를 나갈 수도 없지만 이전보다 한 동작 한 동작에 정성을 들이고 호흡에 집중해서 수련하는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호흡에 좀 더 집중하다 보니 동작들이 깊어지고 잡생각이 사라져서 피니쉬 자세 중 하나인 시르샤 아사나에서 아주 살짝 머리를 뗄 수 있었다. 나만 아는 느낌

어깨와 코어에 힘을 주고 바른 정렬 유지하면서 머리를 살짝 떼는 기분.

머리가 뜨는 느낌, 어, 이게 되네, 된다 된다 하는 순간 다시 머리는 땅으로 내려왔지만. 프라이머리 시리즈에서 진도를 나가지 못해도 발전이 있던 순간이었다. 나 혼자만 아는 순간, 나 혼자 만의 발전. 그래도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는 검증을 받은 것 같은 순간이었다.

요가를 하기 잘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기를 잘했다.

이 루틴을 유지하기를 잘했다.


매일 운동을 하는 건 매일의 선택이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까지의 순간과 오늘은 건너뛸까 하는 고뇌의 연속.

하지만 매일의 루틴으로 만들고 나니 운동을 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불편한 기분이 든다. 나를 위한 오직 나만의 루틴이 있다는 것.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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