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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일영 Oct 10. 2020

연예인이라는 것.

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연예인 특히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제일 부러운 것은 여러 사람의 인생을 살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되는 것. 그와 더불어 자유로운 시간과 여유 있는 생활, 노동에 따르는 높은 수입 등.  내가 연예인을 부러워하는 것 중에 가장 큰 기준이 되었던 것은 여유 있는 시간과 다른 사람이 되어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에 따르는 높은 수입도 모른 척하지 않았지만. 일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하면서도 수입도 고, 시간도 자유로우니 그들은 방탕하고 규칙적인 생활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일 거라 지레짐작했었는데, 하정우의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꽤 오래전부터 지인이 권해주던 책인데 이제야 인연이 되었다. 연예인이 쓴 책이라고 하면 뭐 볼 게 있겠냐 싶어 색안경부터 들이밀었는데 사실 이 책은 인간 하정우에 대한 책이라고 느껴진다. 그의 바른생활들에 대한.



길 위에서 우리가 쌓은 추억과 순간들은 내 몸과 마음에 달라붙어 일상까지 따라와 있었다


기분은 무척 힘이 세서 누구나 기분에 좌지우지되기 쉽다


나는 나의 기분에 지지 않는다. 나의 기분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믿음, 나의 기분으로 인해 누군가를 힘들게 하지 않겠다는 다짐


내 갈길을 스스로 선택해서 걷는 것, 내 보폭을 알고 무리하지 않는 것, 내 숨으로 걷는 것, 걷기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묘하게도 인생과 이토록 닮았다


아 휴식에도 노력이 필요하구나. 아프고 힘들어도 나를 일으켜서 조금씩이라도 움직여야 하는 거였구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휴식을 취하는 것은 다르다. 나는 휴식을 취하는 데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적어도 일할 때만큼은 공들여서 내 몸과 마음을 돌봐야 하지 않을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걸은 그날의 경험은 내게 자신감을 더해주었다. 앞으로의 내 삶에 어떤 날들이 펼쳐지든 건강하게 걸을 수 있는 두 다리만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이겠노라는 겸허함도 덤으로, 그저 다리를 뻗고 팔을 흔들며 끝까지 걸었을 뿐인데, 내 삶의 어떤 터닝포인트도 살짝 넘어선 것만 같다


그러나 내 몸과 삶에 나쁜 것은, 내 작품에도 좋지 않다. 부정적인 충동은 절대 예술가의 연료가 될 수 없다.


내가 먹는 밥에 나의 시간을 들이는 일은 짐작보다 훨씬 충만한 일이다


루틴의 힘은 복잡한 생각이 머리를 잠식하거나 의지력이 약해질 때, 우선 행동하게 하는 데 있다.


말에는 힘이 있다, 이는 혼잣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지만 결국 내 귀로 다시 들어온다. 세상에 아무도 듣지 않는 말은 없다.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말을 최대한 세심하게 골라서 진실하고 진실하게 내보내야 한다.


말에는 힘이 있고 혼이 있다


오로지 나만이 노력하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작고 얕은 마음 같다


자신감을 가지는 것과 자신을 확신하는 상태는 얼핏 비슷하게 들리지만 전혀 다른 문제 같다.


삶은 그냥 살아나가는 것이다. 건강하게, 열심히 걸어 나가는 것이 우리가 삶에서 해볼 수 있는 전부일지도 모른다. 내가 아무리 고민하고 머리를 굴려봤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나는 내가 어떤 상황에서든 지속하는 걷기, 직접 요리해서 밥 먹기 같은 일상의 소소한 행위가 나를 이 늪에서 건져내 준다고 믿는다.



 연예인 하정우가 아니라 인간 하정우가 쓴 책이다.

그의 생활과 그가 왜 걷게 되었는지 왜 지속적으로 걷고 생활은 어떻게  꾸려나가는지에 대한 말 그대로 삶의 이야기이다. 소소한 일상과 친구들과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그만의 루틴은 무엇인지. 연예인이 쓴 책이라고 멀리 두었던 것이 조금 미안할 만큼 배울 점들이 많다. 나도 매일의 루틴이 있듯이, 그도 매일의 루틴이 있다. 보기보다 건강한 생각과 건강한 삶의 기준을 갖추고 있는 아주 반듯한 사람인 것 같다.

 흔들리고 있는 청춘들이 있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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