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텐트를 뚫어버릴 것처럼 비가 왔다.
아주 어린 시절 부모님 따라갔던 계곡에서의 야영 이후 스스로 준비했던 첫 캠핑이었는데 비와 함께 시작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공 캠핑장이 있다는 정보를 발견하고 한 달 전에 예약해 둔 곳으로 텐트도 그늘막도 모두 설치되어 있어 장비가 없어도 캠핑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그날따라 폭우가 내렸다. 내가 있던 포천은 호우주의보까지.
계획대로라면 철원에 있어야 했다.
민통선 안에 있는 캠핑장을 예약했는데 군인들 훈련으로 취소되고 받은 포천 캠핑장이었다.
도착 후 점심을 해먹은 이후부터 비가 살살 오기 시작하더니 이후부터는 폭우가 쏟아졌다. 남편이 그동안 하나 둘 사모았던 캠핑장비 중 가장 고가인 커다란 그늘막을 테이블 위에 설치했는데 비가 어찌나 오는지 그늘막이 모두 젖고 텐트 안까지 물이 차 올랐다.
그럼에도 고기도 굽고 떡볶이도 해 먹고 간식도 먹으면서.'아. 캠핑 좋네. 비 와서 더 좋네' 했는데 그야말로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에 슬슬 무서워졌다. 비가 텐트를 치는 소리에 대화를 나눌 수도 없을 정도였다. 초여름 이라고는 하나 낮에는 30도를 넘나들던 날씨였는데 밤이 되니 이가 덜덜 떨리게 추위가 몰려왔다.
폭우에 비바람을 겪으면서 든 생각은 캠핑이 좋은 건 자연이 와서 놀라고 할 때뿐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외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지도 않았고 도시에서 평생을 살아온 나는 항상 산이, 자연이 그리웠지만 이렇게 온몸으로 자연의 힘을 느끼고 보니 두려웠다.
한낱 먼지 만도 못 하구나.
내 인생에 가장 큰 시련을 겪고 있는 지금.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고, 내가 너무 하찮게 느껴져서 매일이 무너져내리는 순간이었다. 주변 지인들에게 힘들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 혼자 견디는 시간들이 길어질수록 어두운 생각들이 나를 덮쳐왔다.
그런데 그 캠핑장에서 폭우를 맞이한 순간.
두려움에 살고 싶었다.
비바람을 온전히 막아주는 내 집이 그리웠고 비싸지 않아서, 작아서, 재산가치가 떨어져서 근래 미워졌던 내 작은 집이 아주 소중하게 느껴지더라.
또 살아 있으니 이것쯤 이야 별거 아니지 라고.
자연 앞에서 겸손 해진다더니 마흔이 넘어서야 진리를 깨달았다.
내가 겪고 있는 이 시련이 언젠가는 전화위복이 되어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폭우 속의 작은 텐트 안에서 두려웠지만 비가 그칠 내일을 기대했던 것처럼 나의 앞날을 스스로 응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