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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일영 Oct 07. 2021

휴가인 듯 휴가 아닌

백수의 시간

 매일이 휴가 같다.

그렇다면 매일 즐거워야 하는데

끊임없이 걱정이 밀려들고 우울감이 지속된다.

매일 출근하던 시절에는 아무것도 안 하고 한 달만 놀았으면 했는데 지금은 사회에 쓸모없는 인간이 된 것 같이 불안감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특별한 일정은 없다. 

출근할 곳이 없으니 마음이 급할 것도 없지만 여전히 매일 아침 요가는 꾸준히 하고 있다. 

조급함이 없는 수련이라고 할까. 매일 눈뜨면 운동방으로 직행한다. 한 시간가량 아쉬탕가를 수련하고 조금 길게 사바아사나를 하고 나면 남편의 출근시간이 다가온다. 간단한 아침을 차리고 남편이 그날 입고 나갈 옷을 준비해주고 그가 출근한 후에 집안일을 모두 끝내고 나면 자유시간이다. 

 이 모든 게 끝나는 시간은 10시 전후. 

 출근을 하지 않으면서 기상시간도 점점 늦어져서 요즘은 7시가 훌쩍 넘어야 눈이 떠진다. 초저녁 잠이 많은 나는 대게 일찍 잠들고 6시 이전에 기상을 했는데 일찍 잠드는 것은 변함이 없으나 눈이 점점 늦게 떠진다. 백수라고 게으르게 지내는 것은 딱 질색이었는데 점점 내 몸이 여유로움에 적응해 가는 것 같다. 


 늦잠 자는 내가 너무나 한. 심. 하. 다. 


 평생 한량으로 사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아무것도 안 하는 인간의 무기력함을 나는 잘 봐왔다. 기술을 가지고 있으나 한 직장에서 길어야 1~2년. 사업체를 차려서 운영하면서도 적극성은 없었다. 악착같이 벌어오는 어머니가 있어서였을까, 아버지가 집에 있는 시간들은 길었고 어머니의 출퇴근 시간은 점점 길어졌다.  한 인간이 성장하는 과정에 부모의 영향은 얼마나 지대한지 성인이 된 지금도 나는 여전히 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를 닮고 싶지 않아서 경제력을 잃어버리는 게 너무나 무서웠다. 내 손으로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것. 매일 출근할 곳이 없다는 것. 일정한 일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 인생을 낭비하는 것 같아 그 두려움이 크다. 이렇게 백수가 된 지금, 이런 것들이 매 순간 나를 괴롭힌다. 


 내가 원해서 쉬는 것이 아니라고 위로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쉬는 이 순간에 핑계를 찾는다. 

회사가 문을 닫은 거니까. 퇴직금과 임금체불을 해결하러 다니던 시간이니까, 이제 좀 한숨 돌려도 되지.라고 스스로에게 자꾸만 핑계를 댄다.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자꾸만 핑계를 대고 숨기고 성을 낸다. 

못난 사람처럼. 


매일 수련을 하지만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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